부모의 희망은 ‘자녀가 사제되는 것’
사제교육은 소신학교부터…엄격한 심사거쳐 진학
유럽·아프리카교회 등 세계 각국에 선교사제 파견
전형적인 농경생활, 어려운 경제형편을 이어가고 있는 인도네시아 플로레스섬 주민들에게 매주일 성당을 가는 일은 무엇보다 큰 낙이다. 게다가 이곳 마을은 유독 공동체성이 강해 선교의 효과도 더욱 컸다. 오랜기간, 플로레스섬에서 각 본당은 신앙공동체일 뿐 아니라 마을 전체의 대소사가 이뤄지는 사귐과 나눔의 터전으로 자리매김됐다.
교회, 지성인교육 선도
특히 플로레스섬은 인도네시아 안에서도 가장 많은 사제를 배출한 ‘신앙의 샘’으로 꼽힌다. 주민들의 최고 희망사항도 자녀들이 사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가톨릭사제는 물론 가톨릭계 대학을 졸업한 이들은 국내 최고 수준의 지성인들로 인정받는다. 인도네시아가 비록 ‘이슬람국가’로 대표되고 있지만 지성인들의 교육 만큼은 가톨릭교회가 선도해왔다고 평가받을 정도다.
예전과 달리 큰 폭의 복음화율을 보이진 못하지만, 인도네시아 교회에는 여전히 성소가 풍부하다. 비율로 보면 10여년 전에 비해 전체적으로 30% 이상 성소자 수가 줄었지만, 지금까지도 학교 시설에 모두 수용할 수가 없을 정도로 많은 숫자다. 때문에 신학교 입학은 더욱 까다롭게 진행된다.
사제교육은 소신학교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소신학교 입학생 중 대신학교로 진학할 수 있는 비율은 보통 50% 정도. 또 대신학교에 입학 했더라도 60% 이상의 학생은 엄격한 심사를 거쳐 탈락시키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는 가톨릭대학 42개, 소신학교 32개가 있다. 인도네시아 교회는 대교구 10개를 포함해 총 37개 교구로 구성돼 있지만 신학대학을 포함한 대부분의 가톨릭 대학들은 교구가 아닌 예수회, 프란치스코회, 말씀의 선교수도회 등 각 수도회가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 각 본당의 사목자는 전체적으로 교구 출신과 수도회 출신이 거의 대등한 수치를 보인다.
유럽식 교육시스템 도입
가톨릭 대학들은 대부분 유럽식 교육시스템을 도입해 수준높은 교육과정을 지원한다. 또 교수진도 대부분 해외에서 역량을 인정받은 유학파들로 구성되고, 도서관 등의 학업환경도 우수해 국내 대학들 중 단연 최고수준의 교육기관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최근 인도네시아 안에서도 각 대학별 경쟁이 심해지고, 특히 정부에서 국립대학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가톨릭계 대학의 명성이 예전에 비해 낮아지는 것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한다.
기자가 방문한 플로레스섬 레달레로 성바오로 가톨릭대학교(St. Paul Major Saminary Ledalero)에서는 2006년 현재 333명의 신학생을 포함해 700여명이 수학 중이었다.
레달레로 가톨릭대는 지난 1992년 대지진으로 인해 학교 건물이 완전 붕괴되는 어려움을 겪었었다. 당시 학교는 가톨릭신문과 원주교구가 공동으로 추진한 모금을 통해 새 건물을 지을 수 있었다.
이 학교는 지금까지 14명의 주교와 1300여명의 사제를 양성한 플로레스섬의 대표적인 사제양성 기관이다. 최근에도 해마다 20여명 이상의 사제들을 배출하고 있다.
특히 1984년 이후 이곳에서 양성된 사제들은 선교사제로서 세계 각국에 파견돼 관심을 모은다.
현재 브라질과 볼리비아 등 남미와 토고, 가나, 케냐 등 아프리카를 비롯해 유럽과 동남아시아 등 세계 각지에 232명의 사제들이 파견됐다.
인도네시아 사제들의 활동은 최근 성소자가 크게 줄어 교회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교회와 새 선교사가 필요한 아프리카교회 등에서 복음화의 첨병으로 나래를 활짝 펴고 있다.
※인도네시아교회 공소건립과 운영에 도움주실 분=우리은행 702-04-107118, 농협 703-01-360433 (주)가톨릭신문사
“타종교에 열린 자세로 세계복음화 일꾼 양성”
◎레달레로 성바오로 가톨릭대 총장 툴레 신부
“인도네시아 사제들은 다양한 종교와 민족, 언어, 관습 등이 공존하는 인도네시아의 독특한 문화 안에서 성장하고, 어릴 때부터 철저한 신앙 속에서 생활해 세계 각지에서 선교활동을 펼치는데 어려움이 적은 편입니다.”
레달레로 성바오로 가톨릭대 총장 필립부스 툴레(Pillipbus Tule.SVD) 신부는 “많은 사제들이 타종교나 문화 안에서 대화하는 데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최근 인도네시아 사제들이 사제가 부족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세계 각국 교회에서 사목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툴레 신부는 “인도네시아에는 아직 구교우들이 많아 성소자들도 여전히 많은 편”이라며 “이러한 뿌리깊은 신앙 덕택에 신학생들의 신원의식도 강하고 또 사제로 서품된 후 환속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인도네시아 가톨릭교회는 자국 안에서도 이슬람과의 오랜 반목을 씻어내야하는 짐을 여전히 지고 있다. 예를 들어 자와(Jawa)와 수마트라(Sumatra) 지역 등에서는 이슬람교도들의 영향력이 너무 커 선교활동이 어려울 뿐 아니라 가톨릭 신자들은 자유롭게 미사를 하거나 신자라는 것을 드러내기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처해 툴레 신부는 “신학교에서는 사제들이 타종교와 문화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으며, 특히 평신도 양성에 힘쓰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슬람 세력으로 구성된 정부가 정책 등을 세우고 집행할 때 가톨릭적인 의견도 반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평신도 전문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복음화는 물론 세계복음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제들이 늘 깨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사회 흐름에 민감하게 대처하고 열린 마음으로 배우는 자세가 가장 중요합니다.”
“적극적이고 활발한 평신도 모습 인상적”
◎한국에서 본당사목하는 첫 인도네시아 사제 비아도 신부
크리스티아노 비아도(Christian Biado.말씀의 선교수도회) 신부는 인도네시아 사제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본당사제로 활동하고 있다.
2002년에 한국에 파견된 비아도 신부는 수원교구 안양본당에 이어 지난 9월부터는 영통성령본당에서 사목 협조자로서 생활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이미 큰 발전을 이뤄 선교사제 파견대상국은 아닌 상황이지만 비아도 신부는 수도회의 카리스마에 힘입어 본당사목 협력자로서 파견됐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교구 출신 뿐 아니라 수도회 출신 사제들도 본당 사목자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3여년째 한국에서 본당사목을 펼치고 있는 비아도 신부는 특히 한국교회 평신도사도직 활동을 높이 평가하며 “본당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봉사하는 신자들의 모습이 가장 인상깊었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교회에서는 아직도 사목자 혹은 수도자들이 교회 운영 전반을 도맡고 신자들은 다소 방관자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사목하게 되면 한국 평신도단체와 본당사목회 등을 본받아 평신도를 신앙공동체의 주체로 세우는데 힘쓸 계획입니다.”
“또 본당 소임이 끝나면 곧바로 타종교와의 대화와 노인사목 등의 분야에서 봉사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비아도 신부는 “작은 힘이나마 한국교회 발전을 위해 발맞춰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말씀의 선교수도회는 성 아놀드 얀센(St. Arnold Janssen)의 영성에 따라 설립된 국제 선교수도회로, 세계 62개국에서 6100여명의 선교사제와 수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사진말
▶플로레스 호껭(Hokeng) 소신학교에서 열심히 수업 중인 학생들. 이곳에서는 2006년 하반기 현재 15~19세 청소년 327명이 수학 중이다.
▶레달레로 성바오로 가톨릭대 신학생들과 일반학생들이 함께 축일미사곡 연습에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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