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로 뭉친 학생들이 젊은 바람 일으켜야죠”
가려워하는 이 사람을 보니 슬금슬금 가렵다.
대학생 백승덕(미카엘.23)씨. 궁금한 것이 많아 가려운 곳도 많다. 교회와 사회가 백씨의 가려운 곳을 아직까지 긁어주지 못했기 때문일까.
서울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이하 서가대연) 교육위원장인 백씨. 그는 토익을 ‘유일신’처럼 신봉하고 4.0이 넘는 학점을 필수로 아는 여느 대학생들과 달랐다.
교회와 사회의 흐름에 주시하고, 그 가운데 ‘자기답게’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초등학교때 세례를 받았어요. 하지만 중2때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성당에 가질 않았죠.”
1997년 IMF. 아버지의 사업이 내리막을 걸으면서 어머니는 본당신자들의 수군거림에 본당활동을 그만뒀다. 아들인 그도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마음의 상처를 입고 성당과 멀어졌다.
근 5년간의 공백이었지만 하느님은 그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에 입학하자마자 친구 손에 이끌려 교내 가톨릭 학생회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지난날 마음의 상처를 덮고 하느님 품으로 돌아오게 된 그는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2003년 교내 가톨릭 학생회 부회장, 다음해 서가대연 부의장에 이어 지금의 교육위원장 자리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학생회라고 하시면 어른들은 ‘운동권’을 생각하시지만, 요즘은 많이 달라요. 종교로 뭉친 다양한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 공존하지요. 의견은 일치하지 않더라도 대학생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한번 내보는 것에 의미를 가지자는 거죠.”
서가대연의 교육활동은 학생들의 전공지식과 함께 지도신부의 신앙교리로 이뤄진다.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자신의 관점에서 풀어보고 다시 가톨릭의 시각에서 해석한다. ‘대학생들’의 작은 힘이지만 교회에 젊은 바람을 일으키고 힘을 보태는 것이 이들의 희망이자 보람이다.
교회에서 외치는 생명과 환경운동에 대한 관심도 크다. 서가대연은 지난해부터 ‘생태텃밭’을 일군다. 책상에서 배우는 지식보다 자신의 손으로 키워낸 생명을 보며 느끼는 편이 가슴 깊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많은 활동을 하기에 대학생의 신분으로 힘든 부분은 없을까?
“때때로 힘이 들면 성경을 봐요. 예수님 이야기에 제 삶을 반추시켜보면 ‘내가 힘든 건 별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힘을 내요.”
백씨의 가려운 곳은 그만이 가려운 것이 아니다. 전국에 ‘자기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수많은 가톨릭 청년들이 사회정의와 교리에 목말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포부는 당차다. 한국 가톨릭 청년들의 ‘존재의 키’를 좀더 키우고 싶어서다.
“나중에는 국제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 활동을 하고 싶어요. 자기다움을 잃어가는 대학생들에게 넓은 시야를 갖게 해주고 싶거든요.”
백씨와 같이 가려워하는 많은 가톨릭 청년들이 생길수록 한국교회의 미래는 밝다.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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