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는 없는 그들…교회가 다가가자
“울 신랑 백화점에 근무합니다. 일요일은 물론이고 휴일, 하여튼 빨간 날은 하루도 못 쉽니다. 평일에 하루 쉬는데, 다른 날 보통 10시는 다 돼서 퇴근하다보니 볼일이 있으면 그 하루 쉬는 날에 해야 합니다. 그나마 그거라도 제대로 쉬면 좋게요. 툭하면 세일 땜에 연장이다, 회의 땜에 쉬는 날 출근이고 모처럼 쉬는 날은 간부들이랑 산행이 잡혀있고…, 게다가 시댁 일까지…. 연애할 때 함께 자주 다니던 교회에 나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합니다.”
한 포털 사이트에 30대 주부가 ‘엄마라는 이름으로’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이다.
최근 사회가 다변화 다양화하면서 ‘평일 오전 오후 근무, 주말 휴식 직장’범주에 들지 못하는, 소위‘남들 쉴 때 쉬지 못하는 직장’에 종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주일 혹은 휴일에 쉴 수 없어 주일 미사 및 교회 활동에 참여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영성 세미나, 피정 등 각종 교육에서 소외되고 있다.
당연히 이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일미사 중심 사목 체계’에서 소외되는 이들을 위한 별도의 사목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10월 18일 발표한 ‘2006년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전체 취업자 수는 남자 1351만여명 여자 982만여명으로, 총 2333만여명에 이른다. 전체 15세 이상 인구 3885만여명 중 60% 정도가 어떤 방법으로든 직장에 다니고 있는 것이다.
이 취업자 중 불규칙한 근무시간으로 종교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는 도소매업·음식숙박업 종사자가 약 571만여명, 공공서비스업 종사자가 734만여명에 이른다. 전체 취업자의 약 56% 정도가 소위 ‘남들 쉴 때 쉬지 못하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통계는 단순히 수치상의 의미를 넘어 직장인 사목, 특히 주일에 쉬지 못하는 직장인 사목의 당위성을 드러내고 있다. 직장 사목 관계자들은 “60만 군(軍)은 ‘선교의 황금어장’으로 알려져 있는 반면 2500여 만명의 직장인은 아직도 ‘선교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휴일 근무 직장 종사자를 위한 사목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전교구 직장사목의 토대를 놓은 김동규 신부도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주일 근무 직장인이 늘어나는 등 전통적인 본당 중심의 교회 구조를 위협하는 사회적 현상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교회는 이 같은 사회 문화의 급격한 변화를 정확히 파악해 직장 선교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바 있다.
직장사목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 ▲교구와 본당이 함께 하는 직장사목 ▲세분화한 직장사목을 말하고 있다. 우선 교구와 본당의 연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일선 본당 사목자들은 “본당에서 선교 및 사목의 범위를 직장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적게는 1000명에서 많게는 1만여명의 신자를 관리하고 있는 현 도시 본당 구조상 직장인에 대한 배려는 힘에 부치는 실정이다. 하지만 선교 운동 관계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 선교의 열쇠는 본당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관계자들은 그 사례로 개신교회 일부 목회자들의 노력을 들고 있다. 교계 구조와 여건상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개신교에서는 성직자가 교회 인근 공장과 병원 및 기타 사업장 등에 직접 나가 선교와 목회활동을 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공장 노동자인 김태형(시몬·33)씨는 “얼마 전 공장 인근에 있는 한 개신교 목사님이 점심시간에 공장을 직접 찾아와 근로자들과 예배를 보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가톨릭 교회도 교구 차원의 직장 사목이 아니라, 직장인들이 일터에서 교회를 체험할 수 있도록 일선 본당 차원에서 적극성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공장 인근 성당의 신부님을 모시고 점심시간에 공장 잔디밭에 둘러앉아 말씀의 전례라도 나누고 싶다”며 “본당 사정이 어려운 것은 알지만 조금만 신경을 쓰면 많은 수의 직장인들을 교회로 불러들이고 또 쉬는 신자를 회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다양한 직종별 직장인들을 위한 배려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서울대교구가 경찰사목위원회를 설립, 경찰사목을 본격화한 지 6년이 지났다. 경찰사목위원회는 그동안 신앙에 소홀할 수 밖에 없었던 수많은 경찰 관계자와 전·의경들에게 큰 도움을 줬다. 이밖에 전국 각 교구의 빈민사목, 병원사목, 교정사목, 시장사목, 해양사목 등 특수사목 사제 및 종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은 손가락 사이로 물새 듯 빠져나가는 수많은 신앙인들에게 참 행복, 참 신앙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인도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이 같은 교회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태능선수촌 선수 등 운동선수, 연구단지 연구원, 서비스업 음식 숙박업 종사자, 도소매업 종사자, IT산업 종사자, 잦은 해외 출장자, 고시생, 문화 예술인, 선원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현실적으로 정기적인 주일미사 참례 및 피정 등 각종 신앙 재교육 프로그램 참여가 쉽지 않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현재의 한국교회 사목형태인 속지주의 원칙만이 고수될 때 도시화 현상 안에서 살고 있는 신자들 특히 직장인 남성들, 청·장년층, 젊은 여성들,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교회에 적응하기 어렵고 세속화 과정의 반복 속에서 교회와 서서히 멀어지게 될 수 있다”면서 “교회는 속지주의적 사목구조 안에서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속인주의로 사목형태를 다변화 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해당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사목자들이 많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교구의 경찰사목, 빈민사목, 교정사목, 시장사목, 수원교구의 병원사목, 대전교구의 관광사목, 부산 인천교구의 해양사목 등은 대부분 몇몇 열정적인 사제에 의해 태동하고 발전해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각 운동 종목 프로 선수 등 체육인 사목, 문화 예술인 사목, 서비스업 종사자 사목, 대학 사목, 전문직 종사자 사목 등은 아직도 미개척지로 남아있다.
대전연구단지 가톨릭교우 직장 연합회 창립 목적 글에 의미있는 말이 있다.
“본당에 여성이 70%라면 직장에는 남성이 70%다. 이 중 많은 연구원들이 바쁜 연구와 일로 성당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일터라는 곳은 생존이 달린, 어쩔 수 없는 우리 삶의 자리이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는 한 그곳은 더 이상 생존 때문에 머물러야만 하는 고된 현장이 아니라 하느님을 만나고 체험할 수 있는 성서의 광야와도 같은 곳이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우리들에게 주어진 신앙에 충실할 의무를 다해야 한다.”
이들은 신앙을 원하고 있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