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속 안썩이던 효녀였는데”
신장약화 등 합병증 시달려
많은 치료비에 재활 꿈 못꿔
이제 스무 살이다. 맏딸. 집안의 든든한 기둥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5학년, 3학년 네 동생들을 돌보며 부모 속 한번 썩이지 않았던 효녀였다.
그래서 더 가슴이 아린다. 가슴 아래는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사지마비 환자.
“그때 그 차를 타지 말았어야 했는데….”
오주연(레지나.20)씨는 지난해 12월 3일만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 제약회사 생산직 직원으로 취직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회식을 마치고 술에 취한 직장 선배의 차에 오른 것이 실수였다. 선배는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하다 중앙선을 침범했고 마주오던 차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안전띠를 매고 있던 앞자리 사람들은 별다른 부상을 입지 않았지만 뒷자리에 타고 있던 오씨는 척추를 다치는 중상을 입었다.
수술과 치료, 그리고 재수술…. 고통스런 시간이 지나갔다.
하지만 지금도 오씨는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팔과 손가락도 땀을 뻘뻘 흘리며 용을 써야 간신히 조금 움직일 수 있을 뿐이다. 최근에는 소변이 역류하고, 신장이 약화되는 등 각종 합병증에도 시달리고 있다. 다시 예전 몸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게 밝기만 하던 오씨 얼굴에 웃음이 사라졌다.
“항상 웃는 밝은 아이였는데….” 어머니 신정숙(엘리사벳.43)씨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가족이야 어떻게 돼도 상관이 없습니다. 이 아이를 위해서라면….” 어머니는 딸이 팔은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는 만큼 하루빨리 재활 치료를 받아 식사나 간단한 컴퓨터 작업 등을 혼자 힘으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재활 치료비. 하지만 당장 치료비도 부족한 실정에서 재활 치료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어머니는 오씨 간병 때문에 일을 할 수 없는 처지이고 개인택시를 하는 아버지도 현재 파산 상태다. 가지고 있던 집을 팔아, 전세로, 전세에서 다시 월 30만원 월세로 옮겼지만 빚은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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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톨릭신문사
기사입력일 : 2006-11-05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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