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부터 신앙가치관 심어줘야”
경제위기 속 가정해체 현상 심각하게 두드러져
이슬람과 종교분쟁 극복하고 공동선 실현해야
세계 최대 숫자의 이슬람교도가 있는 곳. 또 세계에서 가톨릭과 이슬람과의 종교분쟁이 남아있는 대표적 나라인 인도네시아(이하 인니)에서 가톨릭교회가 헤쳐나가야할 난관은 여전히 산재해있었다.
무엇보다 가난은 인니교회의 자립과 운영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근본적인 문제다. 최근 해외교회의 원조조차 큰폭으로 줄어들자 자립과 교육 등을 위한 방안 모색에 큰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인니 종교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슬람과의 평화로운 공존과 선교도 교회가 투신해야할 주요 과제다.
인니교회가 겪고 있는 각종 사목적 어려움 및 그 대안과 관련해 플로레스 지방 각 교구장들의 제언을 들어봤다. 인니에서 가톨릭이 가장 활발히 확산된 플로레스 지방에는 엔데 대교구와 루텡·라랑투카·마우메레 교구 등 4개 교구가 설립돼 있다. 한 교구에서 다른 교구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차편으로도 8~40시간까지 걸리는 험난한 여정으로 인해 기자가 직접 이동하며 인터뷰한 교구장들의 제언을 지면 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해 싣는다.
지난 4월 선종한 엔데대교구장을 대신해 교구장대리를 맡고 있는 요세프 세란(P.Yosef Seran.말씀의선교수도회) 신부와 에두아르두스 상순(Eduardus Sansun.루텡교구장), 프란스 코퐁 꿍(Frans Kopong Kung.라랑투카교구장), 빈센티우스 신시 포토코타(Vincentius Sinsi Potokota.마우메레교구장) 주교 등 4명의 교구장들은 한결같이 가정사목 강화를 내세우며 ‘가정 안에서의 신앙 전수’와 이를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상순 주교(이하 상)-“인니는 아시아 전역을 휩쓸고 간 외환 위기 속에서 급격한 산업붕괴현상을 겪었고, 이에 따라 실업 특히 청년층의 미취업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습니다.”
◇꿍 주교(이하 꿍)-“특히 농촌의 가난 문제는 심각합니다. 라랑투카 지역에서도 최근 경제적 이유 때문에 가정파탄을 겪고 있는 신자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가난한 가정의 가족구성원 중 일부가 일자리를 찾아 인근 말레이시아와 싱가폴 등으로 이주하면서 이주노동자 가정의 가족 해체 문제도 심각하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포토코타 주교(이하 포)-“플로레스 지방의 경우 자연환경이 험해 생산성도 낮고 상업적 경제 기반도 매우 약하지만, 정부에서는 가톨릭교세가 우월한 이 지역의 경제발전 지원을 정책적으로 꺼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교회 안에서 신용협동조합 등을 운영해 가난한 이들을 지원해주는 방안이 실천되길 기대합니다. 현재 주교회의 경제위원회에서는 종교와 관계없이 각 지역별 공동체가 안정될 수 있도록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힘쓰고 있습니다.”
◇세란 신부(이하 세)-“교회 발전을 위해서는 사회 발전도 동반돼야 합니다. 따라서 인니교회는 사목적 대응에 앞서서 국가의 정책적 방향을 올바로 잡는데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정부가 올바른 정책을 수립, 추진하지 않는다면 교회 활동에도 한계가 명백하기 때문입니다.”
◇상-“최근 인니 교회는 가정사목 강화에 총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인해 이제는 신자 가정도 이혼 등을 피해가지 못하는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꿍-“특히 결혼한 부부들을 위한 상담과 가정문제 해결 지원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주노동자 가정을 위한 상담 등 다양한 사목적 배려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세-“가정 안에서의 신앙 전수는 지속적으로 힘써야할 사목적 대안입니다. 생활 안에서 신앙인으로서의 올바른 가치를 구현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선교는 물론 교회 발전에 더욱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포-“가정 안에서 신앙 전수가 올바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교육’의 질을 높여야합니다. 예전에는 플로레스 지방에 있는 초·중·고등학교 60%이상의 가톨릭학교였지만 지금은 그 수가 크게 줄었습니다. 양보다 질적 수준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꿍-“적극 동의합니다. 부모교육도 중요하지만 어릴 때부터 가톨릭적 가치관을 갖고 성장할 수 있어야합니다. 최근 젊은이들의 가치관 혼란도 가중되고 있어 젊은이 교육에 더 큰 지원을 펼쳐야할 것입니다.”
◇포-“인니교회는 오랫동안 젊은이 사목을 준비해왔지만 사회 변화에 비해 교회의 대처가 늦은 것도 사실입니다.”
◇상-“대중매체 등을 통해 세계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물질만능주의 등이 확산되면서 젊은이 뿐 아니라 교회를 떠나는 신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부모교육 등의 지원을 늘리고 가정을 중심으로 한 ‘소공동체’ 활성화도 적극 추진해야합니다.”
◇세-“‘혼종혼’ 문제도 인니교회가 해결해야할 심각한 과제입니다. 가톨릭과 이슬람과 힌두, 불교는 물론 전통종교까지 혼재한 인니의 현실에서 혼종혼 가정이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각종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할 것입니다.”
◇꿍-“예전에는 마을공동체 등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이슬람이 강한 지역에서는 이슬람을, 가톨릭이 강한 지역에서는 가톨릭을 종교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인니사회에서 개종하는 경우는 드물고, 굳이 하는 경우를 살펴보면 대부분 경제적 문제가 이유입니다.”
◇포-“인니교회는 타종교와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각 지역 교회별로 노력을 펼치는 한편 주교회의 산하에 종교간대화위원회와 교회일치위원회, 종교분쟁 해결을 위한 위기센터 등을 두고 각종 사목방안을 펼칩니다.”
◇상-“앞으로는 더욱 평화롭고 발전적인 관계를 모색하고 복음화를 이루기 위해 무엇보다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인간존중정신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대화를 통해 타종교와 연대할 때 공동선을 실현하고 나아가 아시아 전체의 복음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꿍-“아울러 신앙과 삶이 괴리되지 않도록 소공동체를 통한 사귐과 친교, 복음적 가치관 강화로 더욱 굳은 믿음을 실현해야할 것입니다. 복음화를 위해서는 신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올바로 사는 생활이 바탕되어야 합니다.”
“교회와 뗄 수 없는 삶”
◎출생부터 죽음까지 성당서 모든 대소사 치뤄
인도네시아(이하 인니)에서 가톨릭신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플로레스 지방에서는 각 집안의 경조사와 지역행사 등 크고 작은 행사 대부분이 성당에서 펼쳐진다.
인니에 머무는 동안 각 성당에 평일이면 혼인미사 등 각종 예식연습에 열심인 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이곳 신자들은 대부분 유아세례를 받고 이후 각종 집안의 경조사를 모두 성당에서 치르며 성당을 중심으로 생활한다. 각 경조사에는 마을 주민 전원이 참여한다. 마을 대표도 본당 총회장과 겸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신자들의 일상생활은 교회와 불가분의 관계를 유지한다.
신심·액션단체들도 한국교회와 큰 차이없이 확산돼 있었다. 인니교회에는 레지오마리애가 일찍부터 활성화됐고, 성령쇄신봉사회와 파티마의 푸른군대, 빈첸시오회 등을 비롯해 ME와 어린이전교단 등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렉시오디비나 등 성경공부반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생활 수준이 조금 나은 도심 본당을 중심으로 사회복지 관련 활동이 확산돼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의 역할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인도네시아교회 공소건립과 운영에 도움주실 분=우리은행 702-04-107118, 농협 703-01-360433 (주)가톨릭신문사
취재협조=말씀의 선교수도회(SVD)
사진설명
▶마우메레교구 하가라우 공소 신자 스타니스씨 집에서 온가족이 좁은 거실에 모여앉아 저녁기도를 바치고 있다.
▶엔데대교구 주교좌 그리스도의 왕 성당에서는 매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종종 혼인미사가 봉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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