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눈에 비친 한국교회 사회는?
작은형제회 갈마리니 신부 34개 에피소드 엮어
외국 선교사의 진솔한 시각으로 바라본 한국교회와 사회의 모습을 통해서 잔잔한 감동과 유쾌한 웃음으로 마음을 여유롭게 하는 책이 나왔다.
작은형제회 도나토 갈마리니 신부의 한국 선교 경험담을 담은 ‘파리는 먹어도 됩니다’(작은형제회 한국 순교성인 관구 옮김/ 프란치스코/247쪽/8000원).
저자는 이 책에서 지난날의 체험을 회고하며 소개하지만, 여느 회고록이나 자서전처럼 자신의 철학, 특히 선교철학이나 내면적 자세와 갈등 등을 피력하지 않는다. 또 한국사회의 환경이나 사건에 대해서도 주관적인 해석이나 평가도 하지 않는다. 다만 유머가 뛰어난 선교사 신부가 겪은 34개의 에피소드들이 소개된다.
한국의 상스러운 욕들, 부정적인 시대의 모습들도 소개되며, 선교사들의 훌륭한 면과 부족한 면도 거침없이 나온다. 어느 누구든지 이 책을 읽으면서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다. 언어습득의 어려움, 음식의 적응, 모험적인 여행 등 선교사의 삶이 진솔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사람들과의 만남, 그들의 정성어린 마음과 반응도 함께 이야기한다.
하지만 역사적 가치는 떨어진다. 에피소드 중심이다 보니 연대, 인명, 지명 등의 기록이 부실하며, 중요한 수도원 역사의 진술 또한 부족한 점이 많다. 이 책은 이탈리아 선교사들의 활동상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기에 어떤 사건이든 전체적인 면에서 보다는 선교사의 특정 시각에서 보고 있음을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저자 도나토 갈마리니 신부는 작은형제회 신부로서 한국 이름은 강지흥이다. 그는 1937년 사제품을 받고 본국 이탈리아에서 약 18년간 사목활동을 했다. 교황청 포교성성으로부터 선교사 파견 허락을 받고 1956년 루이지 란테리 신부와 함께 한국 부산항에 입국했다. 당시 이미 입국해있던 콘스탄시오 신부와 함께 이 두 신부는 한국 최초의 이탈리아 선교사로서 활동했다. 이후 1978년 한국 선교사 활동을 끝내고 귀국, 이탈리아 관구 볼트리 수도원 원장으로 역임했으며 1988년 74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이 책은 우리로 하여금 잊혀진 기억들을 하나씩 끄집어내며,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때로는 수채화처럼, 때로는 몽타주처럼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며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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