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감동, 그림에 담아냈죠”
휠체어 앉아 작업…16년만에 갖는 개인전
“그림으로 성경을 이야기하며 대화하고 싶었습니다. 누구나 보고 쉽게 알고 느끼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나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권녕숙(리디아.66) 화백은 최근 성경에 푹빠져 살았다. ‘성서못자리’를 시작하면서부터이니 벌써 7여년째다. 꽁꽁 묻어 잘 발효시킨 성경에 대한 진한 감동을 올해는 템페라에 담아냈다.
한국에서 템페라라는 장르를 공식적으로 내걸고 작품전을 여는 작가는 흔치 않다. 원래 템페라는 달걀 노른자에 안료를 개서 그림을 그리는 화법.
그가 이번에 선보인 작품들이 모두 전통 ‘에그 템페라’이다. 추상화와 판화를 전공한 권화백이 템페라를 더욱 열심히 그리는 이유는 ‘템페라는 바로 기도하는 그림’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템페라를 그리려면 우선 나무를 사포로 다듬고, 면헝겊을 깔아 호분과 아교를 섞어 끓인 것을 바르고 말리고 또 바르고 말리기를 10회 이상. 그야말로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을 거쳐 기본 판을 마련한다. 하지만 이후에도 욕심껏 그려낼 수가 없다. 투명하다 싶은 물감을 바른 후 마르면 또 바르기를 반복. 마른 후 겹쳐 발라야만 맑고 생생한 색감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느리게 진행되는 작업 자체가 기도이고 과정 가운데는 늘 기도할 시간이 제공된다.
권화백은 지난해 이 모든 작업을 휠체어에 앉아서 했다. 그는 5여년간에 걸친 투석에 이어 신장을 이식했지만 또 재수술을 하는 시련의 시간을 보냈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1여년간 휠체어에서 꼼짝할 수가 없었다. 이 투병의 시간을 권화백은 역으로 이용해 전시회 준비 시간으로 삼았다. 덕분에 16년 만에 순수한 개인전을 열 수 있었다.
“외출할 수도 없고 휠체어에만 앉아있으니 오히려 그림 그릴 시간이 많아서 너무 기뻤답니다. 성경이야기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니까요.”
특히 그의 작품 인물들은 표정이 인상적이다. 외모를 그리기보다 성경에 실린 각 상황의 느낌을 표현하려고 애쓰니 자연스럽게 표정에 공을 들였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예수님 얼굴을 그리는 것이 부담스러워 감히 성화에 손을 못댄 작가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그림 선교가 나의 몫이라고 생각한 이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려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성당을 찾는 사람들이 모두 미술애호가나 전문가도 아니고, 모두에게 일일이 설명해줄 수도 없으니까요.”
이번 개인전에서는 4복음서와 사도행전 내용을 형상화한 작품 23점을 선보인다. 전시회는 11월 10일까지 서울 중림동 가톨릭화랑에서 열린다. 각 작품들은 분도출판사에서 제작한 내년도 캘린더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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