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 되자
어떤 성당에 성인군자라고 소문이 자자한 사람이 있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항상 친절하게 웃으면서 인사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말했다.
“저 사람은 모범신자야. 참 훌륭해.”
그래서 신부님도 그를 사목위원으로 뽑았다. 수녀님들도 좋아했다.
그러나 그를 너무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부인과 아이들이었다. 왜냐하면 그가 집에 들어오기만 하면 부인을 가만두지 않았다. 들들 볶아댔다. 급기야 의처증세까지 겹친 남편의 핍박에 집을 나갈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말했다. “그 집 여자 성격이 이상하데. 그런 좋은 남편하고 사는 데 너무 복에 겨워서 그렇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방아에 그녀는 죽어 마땅한 여자가 되어 있었다. 위선자가 한 가정에 주는 폐해는 너무나 커서 온 가족을 몸살나게 한다.
신약성경에는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에 대한 예수님의 분노가 많이 묘사되고 있다.
예수님은 그들의 위선에 넌더리가 나셨는지 그들에게 독사의 족속이라고까지 말씀하신다.
마태오 복음 23장에서 예수님은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에게 일곱 차례 불행을 선언하신다. 그들에 대한 예수님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꿈에라도 보기 싫은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민중은 그들이 지워놓은 율법보따리 때문에 끙끙대며 간신히 살아가는데, 자기들은 인사나 받으면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편히 지냈기 때문이다.
이 시대에도 위선자들이 많이 있었다. 사원들만 생각하며 산다던 많은 기업 경영자들이 결국 위선자로 자기 배만 불렸기 때문에 감옥에 가기도 했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일한다고 큰 소리쳤던 정치인들 중에 위선적 삶을 살다가 감옥에 간 사람들도 많았다.
이 시대의 신앙인들, 우리는 위선적이지 않은가? 신앙 따로 생활 따로는 아닌가?
인구 센서스 발표에 의하면 적어도 지난 10년간 천주교회는 많은 성장을 가져왔다. 앞으로 천주교회를 선택하리라는 잠재적 신자들도 많이 있다.
이는 우리 신자들이 위선적인 삶을 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특히 각 본당에서 가난하고 병든 이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며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에 많은 비신자들이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초상이 났을 때 많은 가정에서는 당황한다. 이런 때 천주교 신자들은 한마음으로 모여 기도하고 위로한다. 참으로 많은 비신자, 예비신자들에게 귀감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러한 사랑의 공동체를 계속 전승해 나가야 한다. 겉과 속이 같으면 같을수록 많은 사람들은 감동한다. 이 시대가 너무도 위선적인 시대이기 때문이다.
진실을 말하고 말한 것을 실천하고 살아야 한다. 입으로만 예수님의 말씀을 외우고 있어서는 안 된다.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위선자라는 말을 듣지 않게 될 것이다.
최기산 주교(인천교구 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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