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 가장 큰 행복"
24년간 재소자 위해 헌신, 평생 모은 돈 교구에 봉헌
하느님께서 말씀하신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내 몸처럼 돌보며 사랑하라고. 하느님을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은 이 말씀을 깊이 새기고 따라야 할 소명이 있다. 하지만 이것이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자신도 힘든 상황에서 남을 위해 봉사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올해 80세인 권선(카타리나.마산교구 신안동본당) 할머니는 10월 29일 마산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마산교구 설정 40주년 기념대회에서 교황청으로부터 성 그레고리오 대 교황 기사훈장을 받았다. 일명 ‘교도소 할매’로 유명한 이 할머니가 83년부터 24년간 진주교도소 재소자들을 위해 봉사한 공로다.
“너무 과분한 상을 받아 부끄럽고 송구스럽다”고 소감을 밝힌 권할머니는 일주일에 두 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교도소 방문을 거르지 않으며 재소자들을 자식처럼 손자처럼 아끼고 사랑했다. 큰 죄를 저질렀던 흉악 범죄자들도 할머니의 따뜻한 손길과 진심어린 배려에 굳게 닫았던 마음의 문을 열었다. 할머니의 이런 정성과 노력으로 그동안 수많은 재소자들이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났고 다시 세상에 나와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재소자들은 사랑과 정에 굶주린 불쌍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이 사회에서 겪었던 상처와 처지를 듣고 너무 안타까워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제게 가장 소중한 보물은 재소자들이 삶의 새 희망을 찾고서 보낸 수백통의 편지입니다.”
권할머니의 인생은 참으로 파란만장했다. 일찍이 혼자가 돼서 딸 하나를 키우며 살기 위해 삯바느질부터 닥치는대로 일을 해야 했다. 그런 힘든 시절에 신앙을 가진 할머니는 당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 25년 후에 조금이나마 하느님의 은총에 보답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올해로 신앙생활 25년째인 할머니는 지난 9월 그 약속을 지켰다. 입을 것 먹을 것 아끼며 평생 모은 소중한 돈을 마산교구에 봉헌했다. 현재 교구설정 40주년을 맞아 교육관 건립이란 숙원사업을 시작한 교구로서는 너무나 큰 도움을 받았다. 권할머니는 이번 뿐만 아니라 본당의 크고 작은 행사나 성전건립 때도 늘 솔선수범하며 신자들의 귀감이 됐다.
“나눔의 기쁨보다 더 큰 행복이 없다는 걸 살면서 깊이 체험하고 있어요. 보다 많은 신자들이 이런 기쁨을 함께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16평 아파트에서 생활보호 대상자로 살고 있는 권선 할머니. ‘나눔의 행복’이 너무나 기뻐 하느님께서 부르시는 그날까지 미력하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는 할머니는 돈이 있어야만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 결코 아니란 사실을 자신의 삶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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