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운동은 ‘공동선 실현하는 시대적 소명’
미국 주교회의 특별위원회 ‘프로라이프 엑티비티즈(Pro-Life Activities)’는 최근 워싱톤지역 등에 뉴스망을 가진 라디오 등 매스미디어를 활용해 낙태 반대 공익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신자 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생명윤리의식을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지원의 하나다.
또 위원회는 11월 선거를 앞두고 부분 낙태와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막을 수 있는 정책을 세우기 위해 프로라이프 운동과 뜻을 같이하는 정치인들을 적극 지지하고, 각종 로비를 통해 정책 입안자들의 의식개혁에 참여하는 ‘압력단체’의 역할을 해왔다.
세계적으로도 심각한 생명윤리 관련 쟁점을 안고 있는 한국 사회를 정화하기 위해, 이러한 대사회적 활동은 한국 교회 생명운동 관계자들이 미국 교회 생명운동 흐름 안에서 관심 갖고 지켜볼 주요 과제로 꼽힌다.
그러나 현재 한국 교회의 생명운동은 일반국민들에게는 물론 신자들에게조차 큰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동안의 생명운동이 실질적인 활동보다 원론적인 입장표명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머물러온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신자들은 교회 가르침을 올바로 지키지 못했을 때 교회 안에서 ‘영적 위로’를 얻기 보다는 ‘단죄’ 받는다는 두려움만으로 자칫 신앙까지 멀리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 교회 대표적인 생명운동인 ‘생명31운동’이 범국민적인 생명운동으로 대중화되고, ‘생명의 문화’ 건설의 교두보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가 안고 있는 각종 문제에 적극 뛰어들어 좀더 실질적인 해결과 정화의 노력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교회 뿐 아니라 사회 안에서도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자들의 공감대와 참여가 확실히 자리잡아야 한다.
이에 따라 소수 전문가나 각 생명운동 주체들과의 적절한 연대와 협력은 물론 교구별 조직과 각 본당, 나아가 각 개인이 모두 참여하는 네트워크 구성은 각종 생명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구축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특히 사목일선에서 신자 및 비신자들의 사고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목자들의 의식 개선은 생명운동을 펼치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이뤄져야할 과제다. 생명운동은 각 개인과 공동체의 생활 안에서 실천될 때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이에 호응하기 위해서는 가톨릭교회 특성상 사목자들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생명운동을 펼치기 위해 각 교구별 사제.신학생 교육은 필수 과제로 요청된다.
또한 신자 전문가들이 적극 활동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노력도 지속돼야 한다. 신자는 물론 일반인들을 효과적으로 설득하기 위해서는 교회 입장을 지지해줄 신자 전문가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사회 각계에서 가톨릭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평신도들 각각의 역량이 결집될 때 정부정책과 법 제정 등 더욱 현실적인 과제 해결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생명운동 또한 저변에는 평신도들의 소명의식이 큰 밑거름이 되어 왔다. 한 예로 현재 프로라이프 위원회 또한 위원장을 제외한 모든 실무.책임은 평신도들이 맡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지속적인 교육 및 각종 사목적 지원 보충과 함께 자원봉사자 양성에 적극 힘써야 할 것이다. 또 대상과 연령, 주제, 참여방법 등에 따라 더욱 전문화된 홍보와 참여 전략도 꾸준히 마련돼야 한다.
특히 생명운동은 단순히 교회의 이익 혹은 선교적 차원에서 가톨릭을 알리는 활동이 아니라 세상과 하나되어 공동선을 실현하는 ‘시대적 소명’임을 잊지말아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목소리만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실천의 폭을 넓힐 때다.
◎“생명문화 건설이 목표”
수잔 윌스 프로라이프 위원회 기획운영 총대리
“생명운동의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주교들의 결정사항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교육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드러납니다.”
미국 주교회의 프로라이프 특별위원회 소속 교육전문가로서 현재 위원회의 기획운영 총대리를 맡고 있는 수잔 윌스(Susan Wills)씨는 현재 미국 프로라이프 운동의 성과는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의 결과라고 강조한다.
특히 수잔씨는 “미국인의 60%이상이 프로라이프 운동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이는 가급적 가톨릭적 색채를 띠지 않고, 각종 생명문제를 대중적 의안으로 끌어올리고 생명존중 관련 행사를 후원해 대중 안에 생명의 가치를 전하는데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프로라이프 운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선교가 아니라 ‘생명의 문화’를 세우는 것이므로 사회가 올바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활동을 이끌어주는 간접적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미국에서도 생명운동을 펼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사목자들의 관심 부족입니다. 이에 따라 프로라이프 위원회에서는 사제피정과 신학교 강연 등을 지원하고, 특히 각 교구 교구장들의 의식 개선을 위한 자료 제공에 적극 힘쓰고 있습니다.”
아울러 “현대인들은 영적 위안과 치유에 목말라하고 있다”고 지적한 수잔씨는 “교회의 영적 보살핌이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사회에는 그리스도교 문화가 뿌리깊게 자리잡아 생명존중 의식이 높은 편입니다. 한국의 생명문화의 토양은 상당히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교회가 특히 젊은이들을 교육시키는 노력을 멈추지 않길 기대합니다. 다음 세대에라도 올바른 가치를 실현되도록 돕는 것은 기성 세대에게 주어진 몫입니다.”
“평신도 자발적 참여가 밑거름”
◎세계적인 프로라이프 운동 조직 ‘국제생명운동’
미국 프로라이프 운동에서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은 소명의식을 갖춘 평신도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기부가 운영의 큰 밑거름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평신도들은 성직.수도자와 뜻을 합쳐 프로라이프 운동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데도 큰 힘을 쏟고 있다.
‘국제생명운동(Human Life International, 대표 토마스 유테너 신부, www.hli.org)’은 미국교회 대표적인 생명운동인 ‘프로라이프 운동’의 가치를 전 세계적으로 펼치는 사립 단체이다.
국제생명운동은 각 나라 상황과 문화에 따라 시급한 생명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데 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현재 75개국이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미국 본부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 총 61개 지부와 500여명의 전문가 그룹을 갖추고 있다.
특히 국제생명운동은 프로라이프 운동을 이끌 사목적 리더 양성을 위해 신학생들의 모임과 교육을 적극 지원한다. 2006년 현재 세계적으로 2000여명의 신학생들이 국제생명운동본부에서 파견한 전문가로부터 교육을 받고 프로라이프 운동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또 본부에 상주하는 20여명의 전문가들은 각 지부와 연대해 뉴스레터 등 미디어를 통한 캠페인과 교육사업을 중점적으로 펼친다.
이러한 국제생명운동의 모든 활동은 90% 이상 일반 회원들의 기부금을 통해 지원되는 것이 특징이다. 부족한 운영비는 본부가 제작, 판매하는 각종 출판물의 이익금으로 충당하는 정도다.
국제생명운동 대표 토마스 유테너(Thomas J. Euteneuer) 신부는 “국제생명운동은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 특히 제3세계의 생명문제 등을 해결하는데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국제생명운동의 활동은 세계 곳곳의 전문가 그룹과 수천명에 이르는 신자.비신자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펼쳐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생명운동을 펼치기 위해서는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의 경우도 우선 뉴스레터 등을 통해 신학생들부터 간접적으로 교육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것도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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