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몸노인 소년소녀가장 주거환경 개선 목표
매월 1채 이상 보일러 지붕수리 도배 등 공사
몸 하나 제대로 뉠 수 없는 좁은 공간, 옷을 두 겹씩 껴 입고서도 파고드는 칼바람에 몸을 떨어야 하는 집. 비위생적인 재래식 화장실, 배수설비가 노후돼 늘 악취 풍기는 부엌, 손 대면 무너질 것 같은 허술한 벽, 비만 오면 물이 줄줄 새는 지붕….
예수님은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다”(마태 8, 20)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여우들의 굴과 새들의 보금자리만도 못한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많습니다. 가톨릭신문이 그 보금자리 만들기에 나섭니다. 가톨릭신문은 11월 1일 (주)엠에이디 종합건설(대표이사 이종익)과 협약식을 갖고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루카 10, 5)-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의 닻을 올렸습니다.
평생을 살아오는 동안 한 번도 안락한 휴식처를 가져보지 못한 할머니, 비위생적 환경에서 자라나는 소년소녀 가장, 부모를 잃고 어렵게 생활하는 유치원생 등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겨울이 다가옵니다.
■ 왜 하나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는 먹고, 입고,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제 집을 갖는 것이다. 의식주 문제는 동서고금을 통해 ‘행복의 척도’일 만큼 생존과 인간다운 생활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절대적 권리가 돼왔다.
그래서 유엔 세계인권선언(1948)은 “모든 사람은 자신과 그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적절한 생활 수준을 향유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의식주와 의료, 필수적인 사회 서비스가 포함된다”고 선포했다. 또 지난 96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제2차 세계 주거회의(HABITAT Ⅱ 하비타드)에서 전세계 지역 주민운동단체들은 그동안 주장해온 ‘주거권’보장을 확인하고 주거정책 개선을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2000년 열린 UN 도시 정상회담에서도 빈곤층의 주거권 보호 국제협약이 체결됐다. 하지만 그 실천은 아직도 요원하기만 하다.가톨릭 교회 역시 인간의 기본 생존권으로 의식주에 관한 권리와 의료와 그 외 정당한 사회적 봉사 등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교황 요한 23세, ‘지상의 평화’ 11항)
교회는 또한 인간의 생존권을 생명 보존의 의무와 연결시켜 인간의 모든 기본적 권리를 천부적 권리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가르친다. 하지만 비참한 주거환경에서 소외된 채 어렵게 살아가는 이들이 여전히 현존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한국도시연구소와 주거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이 공동 연구해 발표한 ‘비닐하우스촌과 주민생활 실태에 대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관내에만 비닐하우스촌이 모두 30여곳에 이른다.
거주 인구는 1만5000여명. 대체로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한강 이남 지역에 밀집해 있다. 보고서는 또 “서울 인근 및 수도권 지역을 모두 포함하면 1만930세대, 3만5000여명이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비닐하우스 주택은 붕괴위험 및 화재에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전체 비닐하우스 가구 중 전용 화장실이 없는 경우가 69.5%에 이르며 재래식 공동화장실의 위생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당 주거공간 평균 면적은 10.8평으로 4인 가족 기준으로 볼 때 한명당 2평 남짓한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 상수도 시설이 설치된 가구도 72%에 불과했다.
쪽방도 문제다. 현재 파악된 전국의 쪽방은 모두 8000여곳. 하지만 쪽방상담소가 설치된 서울, 부산, 대구 등 일부 대도시의 통계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현실은 가톨릭신문이 80주년 기념 사업으로 집 고쳐주기 운동을 선택한 직접적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집 고쳐 주기 사업은 어려운 처지의 홀몸 노인 및 소년소녀 가장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해 줌으로써 최소한의 주거권 실현을 돕고, 80주년을 맞는 가톨릭 신문의 정체성(복음선포와 사랑실천,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는 신문)을 재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사랑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나눔의 기적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가톨릭신문은 더 나아가 아름다운 사랑 나눔 현장의 이야기를 생생히 전함으로써, 진정한 삶의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독자들과 함께 묵상할 계획이다.
■ 어떻게 하나
신자들의 추천을 받아 일단 집 수리 대상 가정을 두 곳 선정했다. 11월 24일 첫 공사를 시작으로 매월 한 채씩 낙후된 주거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집을 수리할 계획이다.
주거자의 연령대와 질병 유무 등을 고려해 화장실과 지붕, 부엌 등을 고친다. 도배, 페인트 등 인테리어 관련 공사도 병행한다.
(주)엠에이디 종합건설이 공사비 전액을 부담하고 집 수리 실무를 전담한다. 가톨릭신문은 주거권에 대한 기획 취재를 하고 사업 진행 내용을 기사화한다.
매월 1채 이상을 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대상자가 선정되면 기자와 종합건설 관계자가 직접 방문, 그동안 살아온 내용을 청취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한다. 기자는 이 시점부터 취재를 시작, 기사화한다.
엠에이디 종합건설은 싱크대, 보일러 설치, 비가 새는 지붕수리, 도배 등 대상자 집이 필요한 목록을 작성하고 공사 내용에 따라 봉사 인력을 조정, 조달한다. 앞으로 집 수리 대상은 독자들이 보내오는 사연을 접수받아 선정한다.
(주)엠에이디 종합건설은
가톨릭 신앙을 가진 종합건축 전문 기술자들이 모여 설립(2000년)한 엠에이디 종합건설은 지난 6년간 전국에 100여개 빌딩과 전원주택, 다세대 주택, 공공건물 등을 건축했다. 엠에이디는 ‘예수님께서 오신 이후의 새로운 신앙 운동’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느님의 사랑 보여주고 싶어”
◎(주)엠에이디 종합건설 이종익 대표이사
“몰랐습니다. 정말 몰랐습니다. 신앙인으로서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아온 것이 부끄럽습니다.”
가톨릭신문과 함께 사랑의 집고쳐주기 사업을 전개하는 (주)엠에이디 종합건설의 이종익(안젤로.서울 신림동본당) 대표이사는 “집 수리 대상을 선정하기 위해 몇몇 집을 방문하면서 사랑과 나눔에 대해 많은 것을 묵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회사 운영을 위해 주위를 돌아보지 않고 나 자신만 보고 살아온 지난 날을 반성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는 집 고쳐주기 사업에 소요되는 비용 전액을 부담하겠다고 선뜻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비록 미약하지만 어려운 이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이 대표이사는 “앞으로 많은 이들이 가톨릭신문의 집 고쳐주기 사업에 동참해 하느님 사랑이 살아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사진설명
▶가톨릭신문사장 이창영 신부와 (주)엠에이디 종합건설 이종익 대표(가운데)가 11월 1일 사랑의 집 고쳐주기 협약식을 가졌다.
▶이종익 대표이사(가운데)가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 대상자 가정을 방문해 입주자의 어려운 처지를 듣고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