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도하는 출연요청 거절에 진땀
전국무대 바쁘게 뛰어다녀
첫음반 타이틀곡인 ‘우리 애인은 올드미스’는 61년 5.16 군사쿠데타가 발발한 해에 더 인기를 끌었다. 당시 GI(미국 징모병)문화가 사회 곳곳에 영향을 끼쳐 ‘올드 미스’라는 노래제목 자체가 크게 인식됐던 것 같다.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한명숙씨의 ‘노란샤쓰의 사나이’도 비슷한 맥락에서 더욱 인기를 얻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름은 라디오 방송에 데뷔하면서 바꾸었다. 나의 원래 이름은 ‘성준’이었다. 그러나 처음 방송하는 날 아버지께서 성준이라는 이름을 듣고 놀라실까 걱정이 돼 고민했었다. 그때 아버지는 몸이 편찮으셔서 자리에 누워 매일 라디오를 듣고 계셨다. 당시 KBS악단장 김인배씨와 음악PD 송영수씨, 지휘자 김강섭씨 등과 의논해 ‘희준’으로 이름을 지었고 작곡가 손석우 선생이 ‘喜準’이라는 한자 이름을 붙여줬다. 처음엔 예명이었지만 이젠 개명절차도 마쳐 본명이다.
60년대 초는 CBS, KBS에 이어 MBC라디오를 비롯해 한국 최초의 민영상업방송인 TBC 등도 연이어 문을 연 때였다. 때문에 전국을 아우르는 각종 무대는 물론 TV과 라디오 무대 출연으로 더욱 바빠지게 됐다.
TV 출연은 KBS 프로그램이 처음이었다. 그때는 녹화기도 없었기 때문에 모든 방송은 생방송이었고 노래도 당연히 ‘라이브(Live)’로 불렀었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니 간혹 세트가 쓰러지고 각종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발생해도 그대로 TV를 통해 방송됐었다. 나도 공연 때마다 늘 긴장을 풀지 못했다. 사실 지금까지도 무대에 서기 전에는 긴장되고 떨림이 있다. 그래도 기억에 남을 만한 실수가 있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61년 12월 24일 KBS 연말특집 방송에서 올드미스를 노래했던 기억 등등은 생생하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활동한 것보다 더 큰 ‘당대 최고의 가수’라는 평가를 나에게 보내주었었다. 또 60~70년대는 정부가 공연진흥책을 내세운 때여서 극장 공연이 아주 많았다. 개봉되는 영화도 많지 않았던 시절이고, 극장마다 의무적으로 연극과 노래 등의 쇼(show)를 올려야 했다.
나는 전국무대를 뛰어다녀야했는데 당시에는 매니저도 없던 시절이어서 그야말로 정신없이 다녔어야했다. 전국을 돌아다니기 위해 나는 자가용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 가수로서는 ‘마이카 1호’라며 또 관심을 모았었다. 또 요즘같이 후원같은 것도 없던 시절이라 직접 양복점에서 옷을 맞춰입고 다녔었다.
그러나 당시 내가 가장 고민했던 것은 ‘어떻게 출연요청을 거절할까’하는 것이었다. 매일같이 쏟아져 들어오는 출연요청을 다 감당할 수 없던 터라, 어떻게 하면 기획자나 PD 등이 기분 나쁘지 않게 예의바르게 거절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늘 있었다.
그때 인기를 끈 곡들을 돌아보면 대부분 영화나 드라마 주제곡이 많았다.
방송, 음악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했던 당시에는 대부분의 곡이 방송국이나 영화사의 요청에 의해 만들어지곤 했다.
나의 노래 중 ‘진고개 신사’는 1963년 첫 상업방송인 MBC 라디오 개국 특집 드라마의 주제곡으로 인기를 얻었다. 이듬해에는 ‘맨발의 청춘’이 큰 인기를 모았는데 신성일·엄앵란씨 주연의 영화가 히트한 덕이다. ‘하숙생’도 KBS라디오 드라마 주제가였다.
그동안 수많은 곡들을 불렀지만 ‘진고개 신사’와 ‘빛과 그림자’ ‘길잃은 철새’ ‘옛 이야기’ ‘종점’ 등은 특별히 애착가는 노래다. ‘하숙생’도 나에게는 참 고마운 노래이다. 이 노래는 가사도 간단하지만 인생에 대한 철학적 종교적 의미도 담겨있다.
기사입력일 : 2006-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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