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사회는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 사태 등을 겪으며 생명 경시 풍조의 충격적인 실태와 문제점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의 생명존중의식은 낮은 형편이며,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즉각적인 활동과 함께 체계적인 교육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위원장 안명옥 주교)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염수정 주교)는 “어려서부터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기 위해 우선 학교교육이 변해야한다”고 밝히고, 한국의 생명교육 현실과 과제를 밝히는 자리를 공동으로 마련했다.
다음은 ‘한국 사회에서의 생명교육’을 주제로 한 세미나 주제발표와 초청강연 요지다.
◆주제발표 1=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에서의 생명윤리교육 현황과 문제점
박지영(서울대 박사과정)
이 연구는 생명윤리교육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기초작업으로 초·중·고등학교 교과서(국어, 도덕, 사회, 과학, 기술·가정)에 제시된 생명윤리교육 실태를 분석해본 것이다. 생명교육은 ‘생명존중윤리’ ‘생명의료윤리’ ‘생명공학윤리’로 내용을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학교 교육에서는 ‘생명존중윤리’는 거의 모든 교과에서 전 학년에 걸쳐, 특히 초등과정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반면 ‘생명의료윤리’ ‘생명공학윤리’ 영역은 중등 수준에서 특정 과목에서만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과목별로는 과학 교과에서 가장 다양하게 내용을 다루고 있다. 국어의 경우 가치를 인식하도록 하는 내용을, 도덕의 경우 판단을 주요 교육 목표로, 사회의 경우 과학발달에 따라 발발하는 사회적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같은 내용이라도 교과와 학년에 따라 제시 목적과 형태가 달라지게 마련이다. 현재 교과에서는 다양한 이슈들이 학생들 각각의 수준과 관점에서 어떻게 달리 이해되고 접근되는지 충분한 고민이 부족하다. 따라서 각 사례들의 체계성에 대한 분석과 재구조화 작업이 요구된다.
또 생명윤리교육을 통해 궁극적으로 학생들이 생명윤리 쟁점에 대해 적절히 이해하고 비판적인 사고를 통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능력이 길러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교과서에서는 학생들의 능동적인 활동을 요구하는 내용보다 일방적인 정보 전달의 형태가 주를 이루고 있어, 학생들이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학습방식을 개선하고 교육자료를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제발표 2=성교육을 통한 청소년 생명교육 - 틴스타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양주열 신부(서울 전산정보실 부실장)
최근 자주 언급되는 생명 관련 주제들은 그 비중이 중요하지만 청소년들에게 유용하고 효과적인 교육이 되기는 쉽지 않다. 청소년들은 생명의 가치나 의미에 대한 이해가 적고, 생활의 연관성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청소년 생명 교육은 ▲청소년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하고 ▲청소년기를 포함한 생명 여정이 되고 ▲참된 가치를 발견하고 ▲생명을 선택하는 능력을 배양하고 ▲예방 및 대책으로서의 교육이어야 하고 ▲청소년 교육 책임 실무자 양성을 포함해야하고 ▲이후에도 의미있는 생명교육이어야 한다.
‘틴스타(Teen STAR)’는 청소년을 위한 성교육 프로그램으로 ‘성인의 책임감이라는 맥락에서 본 성교육(Sexuality Teaching in the context of Adult Responsibility)’이다.
틴스타에서는 인간의 성(性)을 주로 다룬다. 생명과 생명의 결합은 반드시 성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청소년기의 올바른 성에 대한 이해는 생명교육의 기초가 된다.
틴스타에서는 고등학교·중학교·청년·부모·십대 산모를 위한 프로그램 등 청소년들의 발달 단계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성교육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학교 수업 중 어떤 시간에도 적용할 수 있으며, 범종파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생명교육은 대부분 특강형태로 피드백을 제공하기 어려워 생활화되는 데도 기여할 수 없고 생명의 영속성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따라서 청소년 생명교육은 청소년 성교육과 마찬가지로 보조성의 원칙에 따라 진행되어야하고, 청소년들에게 어울리고 유용한 방식과 내용으로 이뤄져야 한다. 효과적인 교육 방법론은 실습을 통해 원리를 가르치는 것이다. 교사 양성은 필수이며, 부모가 협조하고 소규모 그룹 운영 단위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또 청소년기의 특성상 청소년 생명교육은 성교육의 형태로 이뤄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틴스타 프로그램을 이용해 청소년 생명교육 1단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명 철학 및 윤리에 관한 단계별 생명교육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주제발표 3=한국에서의 학교 생명교육의 중요성과 실천을 위한 제언
신승환 교수(가톨릭대)
생명과학시대에 필요한 생명교육은 무엇보다 먼저 생명과학이 지닌 일면성과 맹목성을 비판하고, 연구 방향이 인간생명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자리잡아가도록 하는 데 있다.
또 생명교육은 ‘죽음의 문화’적 성격을 비판하고 교정하는 작업이다. 그러기에 생명교육의 방향은 새로운 시대의 철학적 사유를 모색하는 학적 작업에서 많은 근거를 제공받을 수 있다.
다행히 생명과학의 문제와 생명윤리에 대해 연구하고, 이에 대해 비판적으로 발언하는데 교회는 적극적으로 대처해왔다. 그러나 올바른 생명윤리와 살림의 문화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더욱 총체적인 연구와 교육이 요구된다.
먼저 흩어져있는 각 능력들을 결집하고, 총체적인 교육을 펼쳐야 한다. 이를 위해 철학과 신학은 물론, 생명과학기술 전문 분야와 생명윤리분야, 현대문화에 대한 해석학적 작업까지 ‘학제간 연구’가 요구된다.
생명교육을 위해 필요한 생명학의 원리는 ▲자체 역동성과 타자와의 관계성 ▲시간성과 역사성 ▲복잡성과 총체성 ▲동일한 기원과 공생명 ▲자기창조의 내재적 초월성 등이다. 이러한 원리에서 정립되는 생명학은 생명교육의 철학적 근거로 작용할 것이다.
생명존중이란 공허한 이상의 세계를 벗어나 생명체가 살아갈 삶의 원리를 정립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생명과학의 의미와 내용의 원리는 물론 생명을 생명으로 살리는 문화는 이러한 총체적 철학에 바탕해서야 올바로 정립된다.
생명존중은 지금으로서 가장 중요한 윤리적 과제이다. 그러나 윤리적 과제는 생명의 존재를 ‘성찰’하는 생명존재론에 바탕을 두지 않을 때는 단지 선언적인 의미밖에는 지니지 못한다.
성찰의 길을 통해 생명에 의미를 부여하고 생명을 ‘삶’으로 이끌어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럴 때 생명존중의 윤리학과 살림의 문화가 올바르게 자리할 것이다.
◆초청 강연=학교 생명교육의 중요성과 타이완에서의 학교 생명교육 10년간의 경험
버나드 리(푸젠가톨릭대학교 총장)
학생들에게 전인으로 발달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생명에 대한 적절한 가치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면 교육은 의미없는 지식의 축적에 불과하다.
생명교육은 모든 교육과정의 근간이 되어야하고, 학교는 생명교육의 발달을 위한 장소를 제공해야 한다.
타이완 교육부는 2004년부터 생명교육을 고등학생들을 위한 필수 교육 과정으로 편성했다.
생명교육의 강조점은 굳건한 도덕적 바탕과 종교, 윤리, 심리, 인본주의 분야를 통합함으로써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하는 것이다. 또 타이완의 학교 생명교육 프로그램은 궁극적인 가치를 인간의 삶에 두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가톨릭학교의 이념과 원리를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생명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우선 교사들이 교육의 진정한 목적을 알고 생명에 대해 올바로 아는 것이다. 따라서 타이완에서는 대학 등에 ‘생명교육 연구소’를 설립, 운영하고 교사 양성을 지원한다. 특히 푸젠가톨릭대는 종교 과학과 교육발달 관련 연구소에서 교사를 위한 생명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아울러 생명교육 정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타이완에서는 생명윤리기금을 제공해 교사를 양성하고 연구를 지속한다.
생명교육 프로그램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특정 교사 뿐 아니라 모든 교사들이 인간주의적인 가치와 지식을 갖춰야한다. 교사교육 프로그램은 단지 학생들을 상담하고 안내하는 기술을 강화하는 것만이 아닌 개인의 가치 체계와 생명윤리 확립을 강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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