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곡본당 ‘매괴성모순례지’ 선포 경사
연풍·배티성지와 함께 순례영성지로
청주교구가 비상(飛上)한다.
지난해 교구 시노드를 시작해 평신도, 성직자, 수도자들이 한데 뭉치더니 지난 10월 19일에는 감곡성당 매괴성모순례지 선포식이라는 경사가 겹쳤다.
이로써 청주교구 내 순례지는 배티와 연풍, 감곡 매괴성모순례지 등 세곳이 됐다.
배티와 연풍성지는 가톨릭 신자라면 누구든 한번쯤 가보았을 만큼 이미 유명한 순례지다.
최양업 신부의 신앙본거지인 배티성지에서는 지난 9월 ‘하느님의 종 최양업 토마스 사제와 124위 시복시성 기원 순교자 현양대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교구 내 크고 작은 행사들이 열리는 배티(담임 이승용 신부)와 연풍성지(담임 오동영 신부)는 교구의 소중한 보물이자 교구민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학술의 장으로 자리잡았다.
이번 매괴성모순례지로 선포된 감곡본당(주임 김웅열 신부)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의 두 번째 성모순례지이자 한국 고유의 성모신심과 맞물려 주목을 받았던 이곳은 교회의 유산이자 충북 음성군의 시도유형문화재 188호이다.
110년이라는 유서 깊은 성당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지역사회의 자랑이자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힘이 되는 것이다.
실제 2005년 교세통계표를 보면, 감곡본당은 작은 시골마을임에도 불구, 꽃동네준본당을 제외하고 교구내 복음화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청주교구를 비롯 한국교회의 소중한 유산인 순례지들을 세계적인 곳으로 만들기 위해 신자들의 참된 순례풍조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배티성지 담임 이승용 신부는 “성지 순례를 목적으로 많은 신자들이 방문해 주심에 감사한다. 하지만 진정한 순례 목적보다 야유회를 겸해 오는 신자들도 많다”고 전했다.
선조들의 신앙과 성모신심이 서려있는 교구의 성지와 좋은 순례 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신자들의 순례영성이 고양된다면 세계적인 한국의 순례지가 탄생하는 일도 멀지 않았다.
교구장 장봉훈 주교는 “교구민은 물론 한국교회 신자들이 청주교구 순례지에 찾아와 신앙을 체험하고 간다”며 “이토록 뜻깊은 장소를 선물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황석두 성인 유해 안장
■ 연풍성지
충북 괴산군 연풍면 삼풍리 187-2 소재. 1866년 병인박해로 순교한 황석두(루카) 성인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박해가 시작되면서 연풍 지역에도 신앙 공동체가 형성됐으며 최양업(토마스) 신부와 프랑스 선교사들이 경상도 지역을 순방하기 위해 자주 넘나들던 경유지가 됐다.
청주교구는 1963년 옛 향청 건물을 연풍 공소집으로 매입하여 연풍 공소로 사용했으며 1979년 황석두 성인의 무덤을 확인했다. 3년 뒤인 1982년 그 유해를 지금의 연풍 사적지로 이장한 후 순교 현양비와 십자가, 갈매못 순교 성인상 등을 안치해 사적지로 조성했다.
※문의 043-833-5064
최양업신부 시복시성 전개
■ 배티성지
충북 진천군 백곡면 양백리 소재. 1866년 병인박해때 인근에서 많은 순교자가 생겨났다.
차령산맥 줄기의 산간지대로 마을 어귀에 꿀배나무가 많아 ‘배나무 고개’라는 뜻의 배티로 불리워진다.
당시 순교했던 성 최경환(프란치스코)의 장남 최양업(토마스) 신부의 발자취가 묻어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청주교구는 배티에 관심을 갖고 한국 순교복자수녀회와 함께 인근의 교우촌과 무명 순교자들의 무덤을 조사하기 시작했으며 1997년 배티 성당을 완공했다.
배티성지에서는 최양업 신부의 시복시성 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문의 043-533-5710, www.baithi.net
매괴성모순례지로 선포
■ 감곡본당
충북 음성군 감곡면 왕장리 소재.
‘나는 여러분을 만나기 전부터 사랑하였습니다.’
감곡본당 초대본당 주임 임가밀로 신부가 자주 사용했던 말이다. 임가밀로 신부는 파리외방전교회 소속으로 1894년 입국, 장호원에 이르러 본당 사목지로서 적합한 터를 찾는다. 임가밀로 신부는 “만일 저 대궐 같은 집과 산을 제 소유로 주신다면 저는 당신의 비천한 종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그 주보가 매괴 성모님이 되실 것입니다”라고 청했다. 1896년 5월 성모성월에 터를 매입한 감곡본당 초대본당 주임 임가밀로 신부는 묵주기도 성월인 10월 7일 본당을 설립했다.
※문의 043-881-2808
“성체가 중심이며 성모신심은 울타리”
■ 감곡본당 주임 김웅열 신부
지난 10월 19일 충북 음성군 감곡면 감곡본당(주임 김웅열 신부)이 매괴성모순례지로 선포됐다. 5000여명이 참석한 이날 선포식은 성대하고 풍요롭게 막을 내렸다.
그로부터 이틀 뒤 본당 주임 김웅열 신부는 맹장 절제수술을 받았다. 맹장 밑 동맥이 터진 것이다. 하지만 쉴 틈이 없었다. 순례객들에게 감곡 매괴성모순례지의 110년 역사를 더 많이 보여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11월 8일, 아름다운 한국의 두 번째 성모순례지 감곡성당에서 김신부를 만났다.
“감곡 매괴성모순례지를 찾으시면 볼거리, 들을거리, 먹을거리가 있답니다.”
마음씨 넉넉한 아저씨같은 말이다. 실제로 감곡 매괴성모순례지는 순례와 피정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미사와 성체조배, 순례지의 역사와 성모신심에 관한 김신부의 강의도 들을 수 있다.
성모순례지. 그 근원인 성모신심의 의미는 무엇일까?
“한국교회는 성모신심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어요. 이곳을 방문한 순례객들도 피정을 마치고 ‘엄마~~!’라고 부르며 눈물을 흘리고 가지요. 먼데 계신 성모님이 아닌, 시장터에서 치맛자락을 잡고 조를 수 있는 ‘친정 엄마’와 같은 셈이지요.”
어렵게만 느껴졌던 성모신심에 대한 대답이 명쾌하다. 하지만 자칫하면 그릇된 성모신심을 가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김신부는 “성체는 중심이며 그것을 둘러싼 울타리가 성모신심”이라고 말했다.
감곡본당은 1914년 국내 첫 성체대회를 시작했으며 이번 선포식을 통해 성모순례지가 됐으니 ‘성체’와 ‘성모신심’이라는 두가지 영성을 두루 갖춘 셈이다.
매월 첫째주 토요일에 여는 ‘기도와 찬미의 밤’도 있다. 촛불 묵주기도와 신심미사, 성시간 등은 순례, 피정과 함께 순례객들의 발걸음을 끊이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다.
“교회에서 지역사회로, 한국에서 세계로 뻗어나가는 청주교구 감곡 성모순례지가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110년 전 성모님이 점찍었던 감곡 성당의 봉우리가 이제 ‘동양의 루르드’로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있었다.
사진설명
▲◀연풍성지 대형십자가(위왼쪽).
▲▶배티성지 십자가의 길(위오른쪽).
▼10월 19일 감곡 성모순례지 선포식에서 교구민들의 희망을 담은 풍선이 하늘로 날아가고 있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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