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희망 잃지 않기!
세례 받는 날, 기쁘고 감격스러워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도 정성껏 준비한 사람들이면 모두가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신앙도 기계적으로, 형식적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자신을 채찍질하지 않으면 열심히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이 그리 녹녹하지만은 않다. 마치 신혼부부가 몇 년간은 서로를 열렬히 사랑하다가 점점 그 열기가 식어가는 것과 같을 것이다.
세례 받은 지 몇 년이 지나면, 세례받기 전의 삶의 방식대로, 그런 철학으로 살 때가 많이 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믿음은 선물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기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천주교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기도를 드려본다.
1. 성전에 나가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가슴을 치며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루카 18, 13)라고 기도하던 세리처럼 겸손한 죄인 되게 해주세요.
2. 우도처럼 죄 많은 인간이지만 절망하지 않고 마지막 찬스를 잘 살려 주님과 함께 천국을 차지하게 해 주세요. (마태오 23, 43 참조)
3. 알거지가 됐을 때에 좌절하여 주저앉지 않고 희망의 눈길을 아버지께 둔 탕자처럼 언제나 희망을 잃지 않게 해 주세요. 죄 속에 살지라도 그 한 자락은 주님께 언제나 걸쳐놓고 살게 하여 주세요. (루카 15장 참조)
4. 베드로처럼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눈이 부어오르도록 울며, 탄식하면서도 주님을 향하여 걸어가는 그런 용기를 주세요. (루카 22, 62 참조)
5. 하혈하던 부인에게 남은 것은 거덜 난 재정이고 수치심이었으나 좌절하지 아니하고, 오뚝이처럼 일어나 예수님께 희망을 둔 것처럼, 그런 희망의 마음을 제게 주세요. (루카 8장 참조)
6. 자식을 위해서라면 강아지라는 표현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님께 매달렸던 집념의 시로페니키아 여인처럼, 그런 믿음을 주세요. (마르코 7장 참조)
이렇게 기도하다보니 대부분은 좌절하지 않고 주님을 향하여 희망의 닻을 올려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렇다. 어느 철학자는 ‘크리스찬의 사전에는 절망이라는 단어는 없다’고 말했다. 우리에게는 절망은 곧 희망의 시작이다. 그 시작은 예수님으로부터 전개된다. 그분이 함께 계시면 절망은 희망으로 바뀐다.
바오로 사도는 “나는 과연 비참한 인간입니다. 누가 이 죽음에 빠진 몸에서 나를 구해 줄 수 있습니까?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를 구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나 자신이 이성으로는 하느님의 법을 섬기지만, 육으로는 죄의 법을 섬깁니다”(로마 7, 24~25)라고 강조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희망으로 안내하시기 때문에 우리는 절망할 수 없다. 결국 이런 천주교인이란 희망을 잃지 않고 천국까지 가는 그런 신자를 말한다.
최기산 주교(인천교구 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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