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 대한 애정 자제 할 수가 없어요”
신자들이 흔히 하는 말 중에 ‘주님이 이끄신다’는 말이 있다. 흔한 말이지만 겪어본 사람은 몇이나 될까.
“주님의 이끄심이 없었다면 지금 제가 이 자리에 없겠죠. 그저 순리대로, 그분께 맡기며 살아왔습니다.”
현동훈(세레자요한.28.수원교구 분당 성마태오본당)씨. 현씨는 서울 혜화동 가톨릭청소년회관에 위치한 청소년국 중고등학교 사목부(KYCS)에서 연구 간사로 활동하고 있다.
KYCS는 학교 현장에서 청소년들과 살을 맞대며 학교 복음화를 위해 활동하는 기구다.
10여년. 우연에서 비롯됐지만 그가 순리대로 살아온 기간이다.
“고등학교 입학 후 동아리 선택을 해야 했어요. 신문반 등 인기 있는 동아리에 가입하고 싶었지만 죄다 탈락했죠. 그래서 선택한 것이 KYCS 였습니다.”
시작은 자의반 타의반이었지만 1년 후 지구 의장으로 활동할 정도로 열성이었다. 하지만 그도 대학 입시로 인해 KYCS 활동을 잠시 접었다. 대학 입학 후 다시 혜화동을 찾은 현씨.
“워낙 학생들을 좋아한 것도 있고, 청소년들과 함께한 소중한 추억들을 잊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일까. 2003년 군제대후 다시 제 발로 혜화동을 찾았다. 협조자로서 활동을 시작했지만 이듬해 그는 협조자 회장까지 맡았다. 그 다음은? 올해 4월 연구 간사로 정식 직원이 되어버렸다.
“KYCS에서 늘 청소년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어요. 마침 직원 충원 소식을 듣고 이력서를 냈죠.”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대답하는 그에게 현실적인 질문을 던졌다. “교회에서 활동하시면 월급이나 만족도 면에서 자신이 생각하던 것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을 텐데요.”
“물론 있죠. 고민도 많이 했고. 하지만 무엇보다 좋아서 하는 일이고 청소년들에 대한 애정을 자제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창 나이라 다른 직업을 고려해본 적이 없냐고 물었다. 돌아온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그만둘 생각이 전혀 없는데요.”
오히려 그는 다른 문제로 고민 중이었다. “저는 이곳에 계속 있고 싶지만… 제 의지와는 달리 얼마 못 있을 것 같아요.”
현대 사회 청소년들의 변화 속도에 발맞춰 그들과 함께 숨 쉬고 싶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말이었다.
그 의문부호를 가슴에 품은 현씨는 미래 준비까지 하고 있었다.
“이곳을 떠나게 되더라도 청소년국이나 가톨릭청소년회 등에서 일하고 싶어요. 행정적인 업무라도 청소년들과 함께 숨 쉬고 있는 셈이니까요.”
이처럼 청소년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청년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쯤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친구들이 저에게 늘 하는 말이 운이 좋다는 말이에요. KYCS에서 봉사자로서 활동한 것부터 취업까지요. 앞으로도 잘 되겠죠.”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음 주에 있을 창립제 준비를 해야 한다며 청소년들의 틈바구니로 들어간 현씨. ‘운’이 아니었다. 그는 그분의 이끄심대로 살아가고 있었다.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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