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신부전증에 시력마저…
서울 개포동의 한 임대아파트. 6층 맨 끝에 위치한 집의 초인종을 누르자 마스크를 한 아주머니가 문을 연다.
“안녕하세요”란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1회용 마스크를 손에 쥐어준다. “아들이 면역력이 약해서요.” 약품으로 손까지 소독한 후 들어선 마루. 더운 열기가 느껴졌다. “감기에 걸렸어요. 그래서 보일러 온도를 높였는데, 좀 참아주세요.”
방에 들어서자 핏기 없는 한 남자가 마스크를 한 채 침대에 앉아있었다. 이덕배(라파엘·33·서울 일원동본당)씨. 이씨는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다.
인기척을 느낀 이씨가 고개를 돌린다. 가만 보니 이씨는 시각장애인이었다. “답답해요.” 그의 첫마디였다. 몸이 너무 아파 고통스럽지만 밖에 나가 공기를 마셔보는게 그에게는 더 절박해보였다.
이씨는 어릴 적부터 유전적인 영향으로 소아당뇨를 앓아왔지만 남들과 다를 바 없이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
좀 불편한 몸이지만 서울 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회 회원으로서 빈첸시오, 성가대 활동과 반모임 반장, 어려운 이웃에게 안마 봉사를 하는 등 이웃 사랑에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
이런 그에게 시련이 닥친 것은 그가 28살 되던 해. 어릴 때 앓아온 소아당뇨와 갑자기 찾아온 녹내장으로 인해 중도 시각장애인이 된 것이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뇨 합병증으로 인해 만성 신부전증까지 그에게 들이닥쳤다. 절망, 그 자체였다.
돈이 없었다. 하지만 삶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병원의 신장 이식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주일 뒤 연락이 왔다. 어느 뇌사자가 그에게 신장을 기증하기로 한 것이다. 기적이었다. 지난 9월 이씨는 5시간의 수술 끝에 신장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러나 기적은 거기 까지였다. 돈이 없었다.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이씨에게 수술비는 커다란 짐이었다. 안마 기술이 있지만 일주일에 세 번 투석을 받는 상태라 안마는 엄두도 못낸다. 어머니 정옥순씨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다. 정씨는 몇 년 전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해 몸이 불편하다. 생계를 꾸리기 위해 파출부 일을 했지만 이씨 간병 때문에 일을 그만둔 지 오래됐다. 수술비는 고사하고 수술 후 치료비와 생계가 막막한 지경이다.
이씨는 최근 없던 병까지 얻어 더욱 고통스러워했다. 신장이식 수술 후 소변을 빼내기 위해 꽂은 소변줄을 너무 빨리 빼낸 것이 화근이었다. 의료진의 말대로 소변줄을 빼냈으나 방광과 신장을 봉합한 곳에서 소변이 샘을 이룬 것이다. 이씨는 결국 방광에 염증까지 생겼다.
이로 인해 이씨는 최근 고열에 시달리고 있다. 병원에 가 고열의 원인을 알기위해 엑스레이, 초음파 검사 등을 받고 싶지만 이러한 기본적인 치료비용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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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일 : 2006-11-19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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