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지킴이를 찾아서] 1.MBC ‘PD수첩팀’ 한학수 프로듀서
“당시 황교수 파문 해결에 가톨릭 교회가 큰 도움”
짧은 경력 불구 ‘가톨릭매스컴상’만 두번 수상
전문-현대사회에서 인간존중과 공동선 등의 보편 가치는 물질만능에 가려 호도되고 있다. 나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남의 ‘생명’을 희생시킬 수도 있다는 그릇된 사고도 빈번할 정도다.
‘생명지킴이를 찾아서’에서는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는 이 사회 곳곳에서 ‘생명’을 살리기 위한 외침을 멈추지 않는 이들을 만나본다.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드려야 할까요?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가 없다고 합니다.”
지난해 12월 1일 한 방송사의 밤 9시 뉴스 앵커가 떨리는 목소리로 전한 이 한마디는 한국사회는 물론 전세계의 시선을 한 프로그램과 그 제작자들에게로 모았었다.
지난해 한국 사회는 물론 전세계를 들끓게 했던 황우석 교수 신드롬과 파문의 대반전. 그 역사의 진실을 파헤친 대표적인 언론인이 바로 한학수 PD(MBC PD수첩팀)다.
한PD는 줄기세포의 허상을 폭로한 프로그램 제작으로 생명윤리의 불모지인 우리 사회에 불을 질렀다. 한PD는 당시의 사건을 “덮어 두기에는 너무 큰 죄악”이라고 말한다.
“한국사회에 ‘생명윤리’라는 의제를 던지고 싶었습니다.”
그는 “난자 채취도 정자 채취처럼 쉽고 간단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게다가 당시 각종 언론들은 생명윤리를 기술적, 실용적으로만 접근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스스로의 생명윤리의식도 일반인들과 별반 차이 없었던 것을 깨달은 한PD는 한 제보를 통해 황우석 교수의 연구 윤리와 진실을 본격적으로 파헤치기 시작했다.
“지난 5여년간 각 언론들이 얼마나 황교수를 영웅으로 만드는 데에만 급급했는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보도를 위한 최소한의 검증과정도 없었고, 그저 보도에 뒤처지지 않고, 특종을 놓치지 않고 각 언론사의 이익에 충실하기 위한 과정이 이어졌습니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얻는 중요한 기회였습니다.”
특히 그는 취재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이창영 신부님을 비롯해 천주교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생명윤리에 대한 식견을 더욱 깊이있게 갖추게 됐습니다. 취재의 시작은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회적 의식이었지만, 그 과정에서는 본질적인 가치관을 호도하는 윤리의식의 부재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됐지요.”
그는 무엇보다 “거짓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다는 사실이 참을 수 없었다”며 “종교와 신념을 떠나 인간의 가장 원형 가치인 ‘진실’이 도외시된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PD는 그 가운데서도 희망은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황우석 교수 연구의 진실은 정의를 굽히지 않은 몇몇 언론인들과 용기있는 젊은 과학자들의 힘으로 밝혀낸 것”이며 “황우석 교수 파문은 긴 터널의 끝이 아니라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거대한 화산의 분화구가 되어야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황우석 교수 사태를 해결하는데 가톨릭교회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교회는 여론을 너무 의식한 듯한 소극적인 태도와 방어적인 입장을 보인 것도 사실입니다. 교회가 생명윤리와 관련해 지속적인 진실을 제공하는 것은 이 사회의 큰 자양분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교회가 진실 앞에 더욱 당당하고 의연하길 기대합니다.”
언론인으로서 10년도 채 안되는 경력에서 한PD는 한국사회의 가장 높고 견고한 벽과 부닥쳐왔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는 진솔한 삶과 진실을 담아내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그리고 이러한 역할에 대한 작은 보상으로 그는 12월 5일, 가톨릭매스컴상을 수상하는 영광도 안았다.
그는 지난 2001년에도 ‘사형제도를 사형시켜라’는 프로그램 제작의 공로로 매스컴상을 수상하며, 역대 수상자 중 유일하게 매스컴상을 두 번 받은 주인공이 됐다.
한편 한PD는 최근 황우석 사태 취재기를 정리한 책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드려야할까요? - 황우석 사태 취재 파일’(사회평론/1만3천원)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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