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관심으로 극동에 신앙열기를”
“영하 3, 40도를 넘나드는 동토의 땅 시베리아, 그곳에도 믿음이 있고 사랑이 있습니다.”
한반도 넓이의 45배로 단일면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교구인 시베리아 이르쿠츠크교구에서 선교활동 중인 메리놀외방전교회 죠셉 맥케이브(Joseph V. McCabe.57) 신부는 러시아 교회에서도 한국 교회와 닮은 점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1917년 러시아혁명 후 어느 날 갑자기 성당과 사제가 사라지는 등 상상하기 힘든 어려움이 닥쳐왔지만 면면히 신앙을 지켜온 그들의 모습에서 숱한 박해를 이겨낸 한국 교회 신자들의 모습이 투영되는 건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지난 11월 11일부터 일주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맥케이브 신부는 변호사와 교수, 의사 등 고학력 지식인들이 많이 입교하고 있는 이르쿠츠크교구의 근황을 전했다. 선교사로 지난 2001년 극동의 하바로프스크에 파견돼 복음을 전하고 있는 그가 러시아에서 지낸 6년의 세월 동안 발견한 신자들의 신앙은 결코 차갑지만은 않았다.
“비록 사회주의 치하에서 어려움이 적지 않았지만 러시아 프스코프(Pskov) 출신인 올가(Olga) 성녀의 입교(957년)와 그의 손자 블라디미르 1세의 그리스도교 국교 선언(988년) 이후 오랫동안 이어져온 신앙의 전통과 영성이 러시아 교회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복음을 전하기에 척박한 현실은 여전하다. 본당이라고 해봐야 맥케이브 신부가 주임으로 있는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성당을 포함해 이르쿠츠크교구를 통틀어 35곳에 지나지 않고 전체 40명의 사제 가운데 교구 소속은 전무할 정도로 신앙의 토대가 빈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가깝다고 할 수 있는 블라디보스토크 본당을 찾으려 해도 기차로 꼬박 12시간이 걸릴 정도로 관할지역이 넓은 것도 사목에 어려움을 더해준다.
“러시아 신자들이 오랜 신앙의 전통에서 비롯된 자부심을 되찾고 이를 바탕으로 성소를 꾸준히 키워갈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꾸준한 관심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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