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자를 위한 우선적 선택
3년 전인가 보다. 공장지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사복 입은 수녀님들의 공동체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분들은 아주 수수한 집에서 살고 있었다. 주변에는 그런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는데 그런 집들은 아직도 수세식 화장실이 없었다. 판자촌보다는 나았으나 요즘도 이런 동네가 있구나 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다.
수녀님들에게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가 물으니 “공장에 가서 일합니다”라고 대답하였다. 한 분은 한 달에 50만원, 한 분은 다른 공장에 다니는데 60만원을 받는다고 하였다.
왜 봉급이 다르냐고 하니 점심을 주느냐, 안 주느냐에 따라 10만원 차이가 난다는 것이었다. 60만원을 받는 공장에서는 아주머니들이 서로 결의하여 도시락을 가지고 올 테니 10만원을 돈으로 달라고 하였다는 것이었다.
요즘 서울 아파트 한 평 값이 거의 2000만원에 육박한다. 60만원을 봉급으로 받는 사람이 그런 아파트를 살려면 언제나 가능할까?
언론에서는 우리 나라가 굉장히 잘 사는 나라로 선전될 때가 많이 있다. 텔레비전에서는 근사한 집에 사는 사람들을 주제로 하는 드라마가 자주 상영된다. 또한 화려한 상품을 선전하는 광고물들로 넘쳐난다.
물론 우리 나라의 전체적인 재화의 총량을 따진다면 전 세계의 11번째나 12번째는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60만원, 70만원의 봉급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며칠 전 그 수녀님들에게 연락을 해보니 공장을 못 다니게 됐다는 것이다. 이유는 40살이 넘으면 받아 주는 공장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파출부도 하고 간병을 조금씩 하면서 살아간다고 했다.
여기서 우리 사회의 비극적인 단면을 볼 수 있다. 가난해서 설움 받고 나이 먹어서 설움 받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누가 이들을 위로할 것인가?
예수님은 언제나 가난한 자들의 편에 계셨다.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먹기도 하고 마시기도 하셨다. 예수님은 장차,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을 해방하는 활동을 하게 될 것임을 설명하기 위해 이사야서와 레위기를 인용하셨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카 4, 18~19)
앨벗 놀런이 말한 것처럼, 예수님은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 희망과 행복의 예언을 주신 분이다.
오늘 우리 교회가 중산층화 되어간다고들 걱정하고 있다. 대도시의 부유한 집단의 사람들의 신자 비율은 점점 높아지는 데 도서지방이나 변두리의 가난한 지방에서는 점점 그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수님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교회가 될 까봐 걱정이다.
최기산 주교(인천교구 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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