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야~ 세상 어떤 것으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사랑해~”
드디어 많은 독자들이 고대하시던 ‘진짜’가 탄생했습니다. 지난 1월 8일 우광호 기자의 ‘배아일기’로 첫 선을 보여 유재우 기자의 ‘태아일기’로 이어졌고, 마침내 ‘진짜’ 새 생명의 탄생으로 1년여 동안 이어진 ‘생명 일기’의 막을 내립니다.
‘배아일기’는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부당성을 일깨우기 위해 배아가 직접 생각하고 말하는 가상의 시나리오로 시작됐습니다. 그러던 중 유기자의 아내 지영미(아드리아나)씨의 임신 소식이 들렸고, 이번에는 진짜 아빠가 체험을 통해, 뱃속 아기의 시선으로 쓴 ‘태아일기’가 이어졌습니다.
배아연구와 낙태의 부당함을 강조하기 위해 아이는 딸로, 아빠는 세상을 떠난 것으로 가상 설정했지만, ‘진짜’는 아들이었고, 아빠는 곁에서 진짜와 산모를 보살피고 있습니다.
이번 연재를 진행하면서, ‘진짜’라고 이름 붙였던 태아가 조금씩 자라나는 그 생명의 현상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소박한 기록을 통해 인간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 선물이고 기적인지, 그리고 그 생명의 과정을 방해하는 인위적 조작은 어떤 명분과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음을 깨닫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했기를 바랍니다.
<태아일기>
11월 16일 밤 10시 45분. 엄마가 고통스러워하셨다. 주기적으로 배가 아프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간격도 어느새 6분에서 5분으로 줄어들었다. 아빠는 한국 대 이란 전 축구를 보느라 정신이 없으시다. 엄마가 배를 잡고 아파하시자 그제야 “많이 아파? 병원 갈까?”하고 물으셨다.
“아빠 나 나갈 때가 됐어요! 얼른 병원으로 가셔야 돼요!” 내 외침을 듣지 못하셨는지 “아니야”라고 말씀하시며 시계를 보시는 엄마. 이내 엄마가 아빠의 옷을 세차게 끌어당기며 말씀하신다. “여보, 가야될 것 같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옷을 입으신 아빠. 어느새 ‘병원 가방’도 손에 드셨다.
집을 나서자마자 엄마가 또 허리를 굽히시며 한동안 움직이질 못하셨다.
급한 마음에 아빠가 먼저 택시를 잡으러 뛰어 가셨다.
택시를 잡아 놓은 후 엄마를 향해 부리나케 온 아빠는 엄마를 한 걸음 한 걸음 부축하시며 말씀하셨다. “여보 조금만 참아, 진짜도 잘 참고 있으니까 조금만 더 참자.”
택시를 타자마자 아빠가 말씀하셨다. “송파 구청 맞은편에서 내려주세요.” 그 후 아빠가 곧 병원에 전화를 하셨다. “지영미씨 남편 되는 사람인데요. 진통이 4~5분 간격으로 있어서 지금 갑니다.” 준비해놓겠다는 간호사의 말에 안도의 한 숨을 내쉬는 아빠.
그러나 이내 차가 밀렸다. 언니, 오빠들이 대학을 들어가기 위한 시험 날인데다가 하필 병원 쪽 도로에서 음주 단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이미 말못할 고통에 아빠의 옷을 부여잡고 기대셨다. “엄마 힘내세요. 조금만, 조금만 더 참으시면 돼요.” 이번에 아빠가 내 목소리를 들으셨는지 “여기서 내릴게요”하고 말씀하셨다. 병원까지는 50m 남짓. 얼마 안 되는 거리지만 오늘만큼은 천릿길이었다.
나도 엄마의 고통을 줄이려고 방안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래도 나가고 싶은 마음은 숨길 수 없었는지 자꾸 엄마를 아프게 했다.
“여보 나 도저히 못 걸을 것 같아.” 병원 문 앞에서 쓰러지실 듯 한 목소리로 아빠에게 말씀하시는 엄마. 아빠가 이내 엄마를 안다시피 병원에 도착하셨다.
11시 10분. 엄마는 가족 분만실로 바로 들어가셨고 아빠는 간호사와 말씀을 나누셨다. 급한 불을 끄셨다고 생각하셨는지 엄마가 편안한 미소로 날 보셨다. “엄마 미안해요. 진짜 세상 보고 싶어서 이제 더 엄마 아프게 할 거예요. 기운 내세요.”
출산 후 2박 3일간 입원할 병실을 예약하고 오신 아빠. 아빠가 오셔서 나는 크게 맘을 먹었다. “엄마 나 이제 나가요.” 10분 후 본격적인 진통이 시작됐다. 간호사 언니가 들어왔다.
간호사 언니는 태동검사 준비를 하며 말씀하셨다. “자궁이 3cm 열렸어요. 양수도 터졌고요. 때 맞춰 잘 오셨어요.” 간호사 언니의 말에 엄마, 아빠가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3분으로 진통 간격이 줄었다. 그 간격이 찾아올 때마다 나는 엄마를 아프게 했다. “여보 나 너무 아파, 어쩌지.” 아빠의 손을 꼭 잡으시는 엄마. “여보, 아플 때마다 진짜 생각을 해. 행복하고 아름다운 생각만 해야 돼.”
자정이 넘자 자궁이 4cm가 열렸다. 간호사 언니가 들어와 말씀하셨다.
“이 상태로 가면 새벽 5시나 6시 사이에 출산하시겠어요.” 그 말을 들으신 엄마가 아빠에게 말씀하셨다. “여보 나 이렇게 5시간 동안 아파야 돼?” 엄마의 고통과 절실함이 나에게까지 전해져 왔다. “엄마, 진짜가 힘 많이 낼게요. 그 대신 엄마도 잘 참아 주세요.”
난 정말 계속, 쉬지 않고 노력했다. 그때마다 엄마의 비명이 들려왔다. 못들은 척 했다. 얼른 나가 엄마의 고통을 덜자는 생각뿐이었다. 이미 진통은 간격이라는 단어가 필요 없을 만큼 계속 이어졌다.
간호사 언니가 3명이 들어왔다. 엄마의 비명을 들은 간호사 언니들이 한결같이 말했다. “비명 소리까지도 진짜가 들어요. 진짜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니까 꾹 참으세요.” “난 괜찮아요. 엄마. 우리 둘 다 아주 조금만 더 노력해요.”
새벽 2시. 이미 자궁은 9cm나 열렸다. 간호사 언니들이 출산 준비를 했다. 침대 옆에 봉을 걸고 밑 부분은 다리를 올려놓을 수 있는 기구로 교체했다.
“자 진짜 엄마, 이제 더 힘내야 돼요. 진통 오면 크게 숨 들이쉰 후에 뱉지 말고 아래에 힘을 꽉 주는 거예요.” 그러기를 수 차례. 내 모습을 간호사 언니가 먼저 봤다. “머리가 보여요. 조금만 더요.” 엄마는 더욱 힘을 줬고 아빠는 그런 엄마의 모습이 안쓰러운 듯 엄마 손을 꼭 쥐고 있었다.
20분 후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다 나왔네요. 우리 조금만 더 해봅시다.” 이미 엄마의 얼굴과 목의 피부는 빨갛게 터져 있었다.
“엄마, 저 이제 나가요!” 2시34분. 나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분만실을 가득 채웠다. “아들입니다.” 아빠가 탯줄을 자르려고 기다리고 계셨다. 탯줄을 자른 후 나는 아빠와 간호사 언니의 손에 목욕을 했다. 아빠는 나의 모습에 놀라셨는지 말이 없으셨다.
1시간 후 우리 세 가족이 분만실에 모였다. 3.4kg의 건장한 내 모습을 본 엄마, 아빠는 서로 말이 없으셨다. 엄마의 가슴에 안겨 모유를 먹었다.
어느덧 시간은 4시. 나는 신생아실로 엄마, 아빠는 병실로 가셨다. ‘벌써 이별이라니…’ 다른 친구들과 신생아실에 누워있었다. 10분 정도 흘렀을까?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진짜 데리러 왔습니다. 아내도 그렇고 저도 자꾸 눈에 아른거려서요.”
<엄마가 진짜에게 쓰는 편지>
진짜에게
항상 상상만 했었던 진짜 모습. 엄마는 세상에 태어난 네 모습을 보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단다. 함께 했던 기간동안 늘 네 생각뿐이었단다.
어린이집에서도 다른 영유아들을 보며 네 모습만 떠올렸고. 이 정도면 엄마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살짝은 알 수 있겠지? ^^
조산의 위험을 겪어서 인지 더욱 소중한 선물로 다가온 진짜. 특히 신문에 연재되고 있어서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했는데, 건강히 태어나줘서 너무 고맙단다.
우리 앞으로 서로 사랑하며 미래를 준비하도록 하자. 무엇보다 건강하고 아름답게 자라기 위해 하느님 말씀에 충실한 삶을 살도록 노력하기로 하고. 네가 외출할 수 있을 때쯤엔 성당에 가기로 하자.
평생 주님 말씀 따라 살겠다고, 우리 가족 서로 사랑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러 말이야.
벌써 텔레파시가 통하나봐. 간호사 언니가 진짜 배고파한다고 데리러 오라는 걸 보니. 마지막으로 이 세상 어떤 것으로도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사랑해.
2006년 11월 17일 오전 9시55분
배고파하는 진짜를 기다리며 사랑하는 엄마가
<기자노트>
지난 2월 어느 날. 아내가 갑자기 말하더군요. “나 임신한 것 같아.” 믿겨지지가 않아 “진짜?”라고 물었다 엄청 혼났습니다. 생명의 고귀함과 탄생의 신비를 말로만 들었을 뿐, 겪어보니 실감이 나지 않아서였죠. 그래서 태명도 제 심정을 표현한 ‘진짜’가 되어버렸습니다.
이후의 생활은 ‘변화’ 그 자체였습니다. 좋아하는 프로레슬링, 게임 채널 등은 볼 수가 없었고 아내 역시 행동거지가 조심스러워졌습니다. 그러던 중 인간복제기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다시 급증했습니다.
600억 원이나 되는 큰 액수를 인간복제에 지원하겠다는 사람들도 등장했고…. 진짜와 같은 배아를 죽여 실험을 하다니 마음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어깨에 힘을 줬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우리 나라 합계 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가운데, 출산율 상승에 일조한 것 같은 기분 때문이었죠. 임산부를 위한 사회적 환경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도 고무적이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진짜는 하루가 다르게 커갔습니다.
진짜의 탄생으로 태아일기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생명’이라는 단어의 고귀함, 가슴에 꼭 간직하고 주님 안에 성가정 이룰 수 있도록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사랑으로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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