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결혼하기 위해 영세
세례성사 통해 새 인생 시작
내 삶에서 하느님을 알고 만나게 된 것은 분명 가장 큰 축복이다.
매 삶의 순간순간을 되돌아보면 늘 하느님이 내 곁에서 돌봐주고 계셨다는 것이 가슴 깊이 느껴진다. 앞으로의 삶에서도 나에게는 정말 감사할 일만 남은 듯 하다.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놓으려니 새롭게 이야기할 만한 것도 없다는 생각에 쑥스러운 마음도 접혀지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 가톨릭에 입문할 당시에는 믿음보다는 아내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 신앙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철저한 가톨릭신앙을 살고 있는 아내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는 같은 종교 안에서 같은 믿음을 갖고 사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내에 대한 나의 마음은 매우 절실했던 때였다.
아내는 데이트할 때도 나에게 성당에 다니라고 한번도 강요한 적이 없다.
세례식 때도 “믿기로 결정했으니 앞으로 열심히 하라”는 단 한마디의 말을 축하인사로 전했을 뿐이다.
90년 9월, 가을의 시작과 함께 나는 스스로 아내가 다니고 있던 성당을 찾아가 예비신자 교리반에 등록했고 열심히 교리를 받았다. 세례는 성탄대축일 전에 받았다. 그래서인지 그해 성탄절은 나에게 남다른 축제로 남아있다.
세례 받을 때의 감동
세례를 받을 때 가장 감동적이었던 기억은 ‘용서’에 대한 메시지였다.
지난 세월 나의 모든 잘못을 용서해준다니, 모든 것을 용서받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감격이었다.
세례를 받은 이후로는 매주 아내와 함께 성당을 오가는 기쁨도 누렸다. 지금까지도 특별히 지방공연 때문에 다른 곳에 있거나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주 아내와 함께 성당엘 간다. 사실 교리공부를 개인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다는 것이 좀 걸리긴 했다. 그러나 차차 나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변화가 있었다.
지금까지도 무대에 서기만 하면 알 수없는 긴장감에 떨곤 한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성호를 긋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위급한 상황 때마다 성호를 긋고 하느님께 매달리고 있었다. 급할 때만 신앙심을 확인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하느님께 가까이 서 있는 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세례를 받은 이듬해 2월 우리는 결혼식을 올렸다. 내 인생에서 또다른 새로운 날들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아내와 매일 열심히 기도
몇 년 전부터는 둘이서 함께 매일기도도 빠트리지 않고 바치고 있다. 늘 기도하는 아내의 모습이 나에게도 전달돼 나도 조금씩 더 열심히 기도하게 됐다. 우선 아침에는 일어나서 각자 하루를 하느님께 봉헌하며 시작한다. 저녁기도는 꼭 둘이서 같이 바친다.
아침이면 “오늘 하루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하느님 안에서 잘 지낼 수 있도록 이끌어주십시오”라고 기도하고, 저녁에는 “오늘 하루도 평화롭게 보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중심으로 기도한다.
사실 이야기를 하기 위해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봐도 아직까지 내 인생에서 어떤 것이 ‘가장 좋았다’ ‘가장 나빴다’라고 판단하기엔 이른 듯 하다.
중요한 것은 매 삶의 고비고비마다 내가 가수로서 한평생 살아올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하느님의 섭리가 너무도 크다는 것이다. 노래하는 순간 만큼은 항상 행복을 느꼈고, 그 때문에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늘 할 수 있었다.
기사입력일 : 2006-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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