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문화 유산을 올바로 보존·관리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국적인 기록과 목록화 작업에 이어 관리지침과 운영방안 확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주교회의 문화위원회(위원장 이기헌 주교)는 11월 24일 오후2시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4층 강당에서 ‘교회 문화유산 보존, 관리’를 주제로 제1회 교회 문화유산 심포지엄을 열고 대안 모색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한국교회 안에서 처음으로 문화유산 관리, 보존과 관련한 실태를 전면적으로 환기하고, 운영방안을 총체적으로 짚어본 장으로 의미가 크다.
특히 심포지엄에서 최병하 전문위원(문화재청)은 “한국 교회의 경우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고, 관리 및 시설운영 등이 사제와 몇몇 전문가의 취향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문제점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또 김정신 교수(단국대)는 현재 건축물은 외관 성지 조성의 경우 ‘보존 복원’보다 ‘개발’의 개념으로 사업을 진행해 비슷한 공간 조성, 대형화와 관광화 등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실천방향에 대해서 참가자들은 “어떤 가치와 철학을 갖고 문화재 보존, 관리에 나설 것인지”를 확립하고 “구체적으로 전문 인력과 예산을 확보해 체계적인 운영을 지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나기정 신부(대구 국우본당 주임)는 “각종 역할과 실천사항들이 올바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보편적인 문화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건축 문화유산의 보존 현황과 과제
김정신 교수(단국대)
교회 건축유산은 현재 △관리지침의 부재 △기록의 부실과 목록의 부재 △관리 주체의 전문성 부족 △교회 내외의 협력 부재 △전문 인력의 부재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올바른 보존 관리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변경 ▲최대한의 원형 유지 ▲토착화 성찰 및 연구 ▲미학적 조화 유지 ▲꾸밈보다 기능 우선 ▲지속적인 협의와 감독 등이 필요하다.
세계에서 교회 건축이 가장 활발히 펼쳐지고 있는 한국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 교회 문화유산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를 필요로 한다. 신축 뿐 아니라 기존 건물의 증개축과 성지개발, 역사적 건축물의 복원, 보수 공사가 왕성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건축물과 미술품들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목록화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하겠다. 문화재를 합리적으로 보존, 관리하기 위해서는 전국적인 기록과 목록화 특히 관리지침 제정과 관리체제 확립을 서둘러야 한다.
또 교회 건축물을 국가가 문화재로 지정하기에 앞서 교회가 먼저 교회문화재로 지정, 관리, 홍보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보수, 보존에 있어서도 실용성 보다 문화적 차원에서 인식 제고와 홍보가 필수적이다.
◎천주교 박물관 연구
서종태(호남교회사연구소 연구실장)
한국 교회의 유물 수집은 성공적이었으나, 그 보존과 박물관 운영 등에서는 많은 과제를 남기고 있다.
유물수집은 순교자 현양운동의 일환으로 일찍부터 교회 안에서 행해져 왔으나, 박물관을 세울 목적으로 전국 교회 차원에서 수집한 것은 1946년 한국순교자현양회 창립 이후부터다. 그러나 수많은 유물들이 6.25 한국전쟁 과정에서 소실됐다. 교회사 연구 과정에서는 피숑신부와 최석우·김진소 신부의 발굴 수집 노력이 독보적이다.
현재 유물을 보관하는 박물관은 교회사, 순교기념, 본당사, 수도회사, 교회 인물 기념, 교회 단체사, 전례박물관 등으로 구분해 수십개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규모가 작은 영세한 박물관들로 관리시설 및 전시공간 부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올바른 운영을 위해서는 재정과 연구 인력을 확보해 홍보에도 능동적으로 나서야 한다. 유물 전시 시 ‘순교’의 가치만이 아니라 아름다운 전통과 민족사 발전 기여도 등도 살려야 한다. 아울러 박물관 간의 교류전도 활발히 펼치고, 본당사 박물관을 각자 특색있고 개성있게 꾸미는 노력도 필요하다.
◎교회미술 보존현황과 개선방안
정수경(숙명여대 미술사학과 박사과정 수료)
현재 한국교회 안에서는 올바르지 못한 관리로 교회미술 작품이 훼손되거나 임의적으로 교체하는 일이 빈번해, 교회 문화유산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작품도 제대로 기록되지 못하고 사라지고 있다. 또 미술품을 기록하고 보존하기 위한 체계적인 지침이나 서식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교회 미술 보존 관리의 체제 개선을 위해서는 우선 교회미술품의 체계적인 조사와 기록이 이뤄져야한다. 불교 조계종의 경우 문화재청과 연계해 목록 작업과 심층 조사작업을 거듭하고 있고, 앞으로 모두 자료를 전산화해 서버를 구축할 방침이다. 또 교회 문화유산 담당 전문기관을 운영해야한다. 서울대교구 성미술감독원 등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추진해야할 것이다.
교회 미술관과 박물관을 설립하는 한편 전문연구서와 정기간행물을 발행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사제들이 교회미술을 올바로 이해하고 보존의식을 갖출 수 있도록 개신교와 같이 신학교에서 미술사와 건축사를 교육하는 시도도 중요하다.
아울러 전시회를 비롯한 문화행사를 꾸준히 열어 일반 신자들의 이해를 돕는 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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