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기쁨’ 이웃들과 나눠
전국 본당 다니며 봉사활동
결혼 생활 중 여느 부부들처럼 아내와 투덕대는 경우도 많았다. 많은 부부들이 겪는 일이지만 이러한 다툼들은 대부분 너무나 소소한 일로 시작된다. 하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늘면서 서로를 알아가면서 이러한 다툼들은 하나둘씩 사라졌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은, 서로를 존중하는 또다른 중요한 방법인 듯 하다.
영세와 결혼식이 이어지면서 하느님과 늘 함께 사는 삶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세례를 받은 이후에도 솔직히 교리지식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았다. 주일미사에 열심히 참례하고 기도도 정성껏 봉헌했지만, 특별히 교회 안팎에서 소임을 맡지는 않았었다. 견진성사도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받았었다. 아내는 나와 달리 정말 열심히 봉사하는 신앙인이었다.
수원교구 비산본당에서 신앙생활을 했었는데 본당의 성장으로 인덕원본당이 신설되면서, 우리 가족은 인덕원본당에 교적을 두게 되었다.
아내는 이전 본당에서도 그랬지만 새 본당에서는 장례미사 전례봉사를 10여년간 지속해오고 있다. 장례미사는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봉헌되거나 예고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사실 전례봉사도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아내는 내가 보기에도 대단히 성실한 봉사정신으로 지금까지 활동을 지속한다. 요즘에는 같이 봉사하는 신자들이 많이 늘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혼자서 전례봉사를 거의 도맡아해왔다. 나 스스로는 교회 안에서 직위를 맡는 것을 계속 반대해왔다. 나의 신앙은 어떠한 소임을 맡아 봉사할 만큼 성숙하지 못했다는 것이 나의 강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인덕원본당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사목회장직을 맡게 됐다. 나는 정말 자격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안된다고 펄쩍 뛰었지만, 하느님께 봉사하는 또다른 방법이라 생각하고 순명했다.
신부님과 신자들이 너무나 부족한 나를 세운 것은 공동체, 특히 사목회 일원들을 두루 감싸 서로 친교를 이루는 구심점 역할을 하라는 뜻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신앙인으로서 기쁘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고, 부족하나마 그 기쁨을 신자들과 나누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었다.
예전에 한 특강에 참가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강사 신부님은 자신의 삶의 모토와 바람을 “기쁘게 살자” “‘저 사람 도대체 무엇 때문에 신부가 되었지?’라는 말은 듣지 말자” “죽을 때 제의를 입고 죽자”는 세가지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때 행복한 신앙인이 되자는 신부님의 말에 큰 감동을 받았었다.
그 말씀은 누구에게나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바라는 것이 없으면 불만도 없고, 마음상할 일도 적어진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노인들도 젊은이들에게 이러한 깨달음을 더 쉽게 알려주는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깊어진다. 나는 요즘 형편과 나이에 맞게 일도 삶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 중이다. 번잡한 일상을 떠나서 나만의 시간을 갖고, 삶을 뒤돌아보며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싶은 것이 내 솔직한 바람이다.
노래하는 일에 딱히 은퇴라는 것은 없지만, 솔직히 일에서 떠나 여가를 즐기고 다른 일에 얽매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다. 물론 마음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일상에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전국의 각 성당을 다니며 봉사하는 시간이 좀 늘었다.
기사입력일 : 2006-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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