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추기경 탄생…“한국교회 위상 높아져”
교회 안팎으로 다양한 목소리가 넘쳐났던 2006년 한 해가 저물어간다. 지난 한 해 한국교회가 헤쳐 온 변화의 주요한 흐름과 특징들을 ‘교회사목’과 ‘사회사목(Ⅰ, Ⅱ)’으로 나눠 3회에 걸쳐 정리한다.
생명수호활동 본격화 교회안팎서 관심
대리구제 도입으로 지역중심사목 강화
한국교회는 올 2월 정진석 추기경 탄생으로 한국 교회사상 두 번째 추기경을 맞는 기쁨으로 한 해의 문을 열었다. 김수환 추기경에 이은 두 번째 추기경을 손꼽아 기다려온 한국교회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 복된 한 해를 맞았다.
이에 앞서 연초부터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조규만 주교(1월 2일)를 필두로 부산교구 황철수 주교(1월 17일), 대구대교구 부교구장 최영수 대주교(2월 3일) 등 양들의 목자를 새롭게 맞음으로써 도약의 새로운 기틀을 다지게 됐다. 특히 정진석 추기경의 탄생으로 복수 추기경 시대를 맞음으로써 나라 안팎에서 한국교회의 위상이 한층 높아짐은 물론 보편교회, 나아가 세상 속에서 그에 부응하는 역할을 새롭게 부여받고 이에 맞갖은 노력을 기울이는 계기를 갖게 됐다.
◆ 생명, 가정
- 생명, 가정 지킴이 위상 강화
올해 가장 두드러진 교회 활동 가운데 하나는 이혼율 상승과 함께 가정 문제의 또 다른 축을 이루는 저출산 문제에 맞서 새로운 흐름을 이뤄내려는 노력을 꼽을 수 있다. 이 같은 모색은 우리 사회 안에서 생명의 문화를 압도하는 거대한 흐름을 거슬러 이 시대가 요청하는 예언자적 몫을 찾아 꾸준히 실천한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03년이 교회가 나아가고 있는 생명운동의 방향 설정을 위한 기초를 닦은 해였다면 2006년은 신자들의 삶에 뿌리내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소중한 결실들을 거둬낸 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난해 10월 발족한 이후 총체적인 생명수호 운동을 펼쳐오고 있는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가 올해 들어 ‘생명의 신비상’을 제정해 성체줄기세포 연구 등 난치병 치료와 계몽활동을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한국교회는 생명수호를 위한 이러한 몸짓을 통해 우리 사회가 생명존중을 근본으로 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전환점을 제공하며 생명의 문화를 뿌리내리기 위한 노력을 한층 구체화시켜내고 있다.
이어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는 3월 8일 생명운동본부 사무국을 발족시켜 생명수호 활동에 대한 총체적인 지원을 본격화해 교회 안팎에서 커다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생명운동본부 사무국 설립으로 한동안 전 세계를 달구었던 줄기세포 문제 뿐 아니라 가정, 출산, 노령화, 환경 문제 등 전반적인 영역에서 지속적이고 일관성있는 생명 수호 활동의 틀을 마련하게 됐다.
이와 더불어 생명위원회는 생명 수호의 구심점으로 신학을 비롯, 의학 사회학 법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연대는 물론 타 종단 및 시민단체 등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올바른 생명의식을 확산시키기 위한 활동의 보폭을 넓혀나갈 구상이다.
- 가정사목 프로그램 확대
이러한 흐름과 함께 모든 사회문제의 바탕에 깔린 가정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교회의 사목이 보다 전문화·다양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점도 올해 교회가 갈무리한 수확 가운데 하나다.
이는 기존에 본당과 교구 차원에서 전개되어 오던 성경 읽기와 가정 기도 등 개인적 차원에 머물던 실천운동을 가족관계 강화, 가정 성화를 위한 프로그램 확대 등 공동체 차원으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으로 가시화돼 나타났다. 특히 이 같은 모색의 일환으로 각 교구마다 혼인강좌를 강화해 가정을 꾸리기 위한 준비 단계에서부터 사목적 관심을 쏟는 모습은 교회가 거둔 구체적 결실이다.
이러한 사목적 차원의 모색이 일상화되면서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가 생명수호와 저출산 문제 해결의 한 방안으로 ‘자녀 하나 더 갖기 운동’을 결의하고 교회 가르침을 통한 현대사회 문제 해소에 적극 나서는가 하면 서울대교구가 저출산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출산과 양육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어린이집 설치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모습 등은 신자들의 일상에서 구체화되고 있는 사목이라는 점에서 좋은 선례를 남기고 있다.
하지만 과학과 산업의 급속한 발달로 인간 생명의 문제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생명의 존엄성을 수호하려는 교회의 노력은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교회 내 생명과학, 의학, 생명윤리, 법 전문가들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며 신자들의 인식 전환을 위한 생명윤리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아버지 학교’ 등 건강한 가정을 만들고 지키기 위한 교회 차원의 프로그램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올해 한국교회가 뿌린 소중한 씨앗이다.
‘아버지상의 회복을 통한 가정성화’를 목표로 수원교구에서 시작된 ‘아버지 학교’가 올 1월 대전교구에서 열린 제1기 ‘아부지(我父知) 학교’에 이어 제주, 청주 교구 등 전국 차원으로 확산되면서 가정사목의 주요한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게 되고 다양한 후속 활동과 프로그램 계발로 이어지는 성과를 남겼다. 특히 아버지 학교는 교육, 피정 등 교회 내 대부분의 활동이 여성 위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남성 신자들로 하여금 모임을 주도하게 하는 한편 교회 활동의 주체로 세워냈다는 면에서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사목적 패러다임을 내오는 전기가 되고 있다.
◆ 교회 운영
- 지역중심사목 지속 강화
급변하는 시대에 걸맞은 사목 체계를 갖추기 위해 다양한 제도적 변화를 시도한 점도 특징적이라 할 수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대리구 체제로 대변되는 교구 차원의 ‘지역중심사목’ 강화라 할 수 있다.
서울대교구는 올 2월 지역별 교구장 대리를 새롭게 임명하는 사목체제 개편을 통해 보다 발전적인 교회 운영을 위한 새로운 틀을 마련했다. 이는 교구사목의 효율성 증대와 함께 교구민들을 위한 보다 효과적인 사목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교구민 전체의 연대와 화합의 토대를 확충하는 것은 물론 지역사회가 중심이 된 사목을 가속화함으로써 지역선교를 위한 진일보한 토대를 놓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수원교구도 지난 7월 14일 대리구 제도 실시 교령을 반포하고, 대리구장 6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함으로써 복음화와 교구 활성화의 디딤돌을 마련했다. 수원교구의 대리구제는 교구 시노두스 결의인 ‘소공동체 활성화’와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 실현을 위한 것으로, 사제 성화를 바탕으로 사제단 협력을 강화하고 평신도들의 교회활동 참여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교구 차원의 대리구 제도 도입은 사제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사목활동을 펼쳐나가게 함으로써 시대의 징표에 적절히 응답할 수 있는 사목적 패러다임을 이끌어내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아울러 평신도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자발적으로 연대해 교구 공동체에 참여케 함으로서 활기찬 교회를 이뤄나갈 수 있는 토대를 확충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민족의 복음화와 교구 발전을 위한 한국교회의 모색과 선택의 결실로 향후 추이가 주목받고 있다.
◆ 기타
서울대교구가 올 4월 10일 우리은행과 ‘통합양업시스템’ 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음으로써 정보화시대에 걸맞은 교회의 응전 체제를 마련한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이 협약에 따라 한국교회는 2007년 하반기 세계 최초로 단일한 사목행정전산 프로그램인 ‘통합양업시스템’을 바탕으로 국가 교회 단위의 통합된 사목행정전산망을 구축하게 될 전망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정보화 수준에 맞게 10여년 전부터 교회 정보화에 깊은 관심을 지니고 투자를 해온 한국교회의 오랜 모색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더욱 값지게 다가온다.
시각장애인들에게 복음을 전해줄 ‘점자 성경’이 보급되기 시작해 장애인 사목에 신기원을 열어나가게 된 일도 한국교회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일이다.
지난해 주교회의 가을 정기총회에서 점자 성경 발행을 결정하고 이를 위해 한국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협의회에 발행 비용 1억원을 지원함으로써 올해 빛을 보게 된 점자 성경은 그간 인쇄매체에서 소외돼온 시각장애인들이 한층 견실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이끎으로써 장애인 복지와 사목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설명
▶한국교회는 정진석 추기경의 탄생으로 복수 추기경 시대를 맞았다. 한국교회의 위상이 한층 높아짐은 물론 보편교회, 나아가 세상 속에서 그에 부응하는 역할을 새롭게 부여받고 이에 맞갖은 노력을 기울이는 계기를 갖게 됐다. 사진은 정추기경이 교황을 알현하고 있는 모습.
▶수원교구 대리구장 착좌식.
▶‘아버지 학교’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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