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이기고 행복한 삶 살기를”
“우리나라에 예수님을 대신하는 가장 큰 분이시잖아요.”
12월 1일 오전 11시 서울 명동 교구청 집무실. 핏기 없는 한 소년이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을 만나기전 내뱉은 말이다.
박경민(보니파시오, 17, 의정부교구 일산본당)군. 박군은 악성림프종을 앓고 있다. 조혈모세포 이식을 위해 한시라도 급히 입원을 해야 하지만 정추기경을 만나고 싶은 것은 박군의 소원이었다.
집무실 문이 열리며 박군의 소원이 이루어졌다. 환한 미소로 자신을 맞아주는 정추기경의 모습에 박군의 얼굴이 한껏 상기됐다.
“추기경님은 왜 신부님이 되셨나요”라는 박군의 질문에 정추기경이 답했다.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살고 싶어서 신부가 되고 싶었단다.”
어려움이란 단어는 박군에게는 익숙한 단어였다. 올해 3월 악성림프종 진단을 받은 박군은 누구보다 활달한 소년이었다. 가족 모두 누구보다 신앙생활에 열심이었고 박군 역시 초등학생 때부터 중2때까지 복사단 활동을 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사업실패를 시작으로 집안에 어두움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없는 형편에 같이 사는 할머니가 대퇴부 수술을 하셨다. 박군의 병세도 이때부터 나타났다. 체중감소, 어지러움, 고열 등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며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 해졌다. 결국 악성림프종 진단을 받은 박군.
주변의 사제들과 수도자, 교우들이 용기를 줘 견디고 있던 차, 박군은 한 가지 소원이 생각났다.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연예인들을 만나 힘을 얻는 모습을 본 박군은 지난달 초,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홈페이지에 자신의 사연을 적어 올린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정추기경은 바로 박군의 소원을 접수했다. 이러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데 대해 어머니 차경숙(임마쿨라타)씨는 “경민이 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가 위로 받은 것 같다”며 “주님이 함께 하시는 듯 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추기경은 박군에게 “예수님이 많은 사람들을 위해 고통 받으신 것처럼 박군도 자신의 고통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덜 고통 받는다고 생각해주기를 바란다”며 “주님이 고통을 청원하는 박군의 공을 어여삐 받아 주셔서 늘 행복한 삶을 사는 은총 주시길 기원한다”며 기운을 북돋아 줬다.
자신도 사제가 돼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박군. 집무실을 나서는 그의 손에는 정추기경이 선물한 수필집 ‘목동의 노래’가 꼭 쥐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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