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소공동체, 협력 공동체로 거듭나야”
서로 조화 이루며 복음적 친교 공동체 확립을
단체, 시대적 필요성 따라 교회성장에 이바지
대화하고 봉사하는 수평 공동체 구조 절실
[전문] 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대표 전원 신부)는 12월 5일 서울 명동성당 별관에서 ‘통계자료에 근거한 단체와 소공동체 발전방향’ 주제로 제5차 연구발표회를 가졌다.
제1주제 발표에서 노주현 연구원(통합사목연구소)은 연구소가 실시한 신심단체 통계조사 자료를 토대로 본당 단체의 발전방향을 전망하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 실현을 위한 교회 내 신심단체의 역할을 제안했다.
곽승룡 신부(대전교구 사목기획국장)는 제2주제 발표를 통해 본당의 역사, 교회공동체 모형신학, 세계 교회 공동체 운동, 단체와 소공동체 관계 모색을 위한 신학적 성찰 등을 설명하고, 단체와 소공동체는 미래를 향한 조화와 협력을 통해 복음적 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소공동체와 단체 간 상호 협력적이고 발전적인 관계를 모색코자 마련된 이날 발표회 기조강연과 1, 2 주제발표를 요약, 소개한다.
■ 기조강연:서울대교구 김운회 주교
“소공동체와 단체는 상호 보완 관계”
반세기 동안 한국교회는 괄목한 만한 성장을 해 왔고 레지오 마리애 등 많은 신심단체들이 큰 역할을 했다. 단체들은 교회 안에서 고유한 신심활동을 증대시켜 왔고 교회 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시대 요청에 끊임없이 응답해 왔다.
오늘날 교회는 쉬는 신자가 늘어나고 주일미사 참례율도 감소하고 있다.
대형교회 안에서 신자들은 점차 익명화되어가고 있다. 신자들은 사목적 측면에서 다양한 질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들은 영적으로 목말라하고 있으며 사목자와의 인격적 만남을 원한다.
이 같은 변화는 우리에게 소공동체라는 사목적 방안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단체 중심에서 소공동체 중심으로의 교회상을 구현하고 심화하려는 노력이 모든 교구에서 진행 중이다.
소공동체는 평신도들의 능동적 참여를 이끌어 내고 지역사회 보편 교회의 현존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공동체의 중심이 되는 소공동체는 분명 우리 교회가 실현해야 할 과제이다.
그럼에도 활동의 중복과 불분명한 관계 설정으로 인해서 단체들과 소공동체 속에서는 여전히 갈등요소가 표출되고 있다.
소공동체와 단체는 갈등의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의 관계이다. 공동선을 위해 움직이는 살아있는 교회의 모습이다. 무엇이 더 중요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고유한 정체성과 존재방식, 신앙인으로서의 삶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사목방식과 새 사목방식의 우열을 가리는 문제가 아니라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교회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의 문제이다.
소공동체가 이웃에 대한 소속감과 사명감을 체험하며 복음과 교회의 가르침을 토대로 하여 교회됨을 실현한다면, 단체는 고유한 단체로서의 은사를 통해 교회에 봉사하며 교회 영성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 제1주제 : 통계자료로 본 신심단체들의 발전방향(노주현 연구원.통합사목연구소)
성령쇄신운동은 조직과 운영, 활동과 내용에 있어서 교구와 본당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되어 왔다. 이는 성령쇄신이 본당 공동체 활성화와 교회 쇄신에 더욱 활발하게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성령 체험을 통한 신앙 성숙과 교회 쇄신을 위한 정체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미사와 기도, 성경 읽기 등으로 그 영성을 더욱 풍요롭게 하며 성령의 은사와 열매를 공동체를 위해 올바로 실천할 때에 성령쇄신운동은 삼위일체 신비의 살아있는 숨결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
통계자료로 본 레지오 마리애의 발전방향을 전망한다면 우선 레지오 단원들이 이미 세례를 받았지만 신앙의 활력을 잃고 복음적 생활을 하지 못하는 많은 신자들을 찾아가 그들이 교회 공동체의 친교를 체험하고 신앙을 되찾을 수 있도록 인도해주는 활동을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또 ‘마리아’의 군대로서 그 본질과 영성을 깊이 있게 재조명하고 교육해나가야 하며, 교본 뿐 아니라 성경을 읽고 서로 나누며 성장해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평신도 사도직 단체들에 대한 연구 활동은 그 자체의 테두리 안에서 정체성과 사명을 재조명하는 데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단체가 활동하고 있는 오늘날 교회의 정체성과 사명을 폭넓게 인식하고 이를 구현해가는 통합적인 지평 안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단체는 교회의 한 부분으로서 시대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생성, 발전, 소멸하면서 교회 성장에 이바지하기 때문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기간 중 버나드 해링 신부는 오타비아니 추기경과 나눈 대화에서 “우리는 아주 흥미로운 경험을 하는 중입니다. 우리 모두 같은 탑 안에 있지만 각자 밖을 내다보는 작은 창 하나씩만을 가지고 있는 꼴입니다. 겨우 조금씩 세부적인 것만을 분명히 볼 수 있을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교회 구성원들 각자가 개별적인 처지나 자신이 속해 있는 단체나 모임의 사고와 입장을 통해서만 교회를 바라본다면, 탑 안에서 언제나 똑같은 작은 창문을 통해 정해진 방향만 내다보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탑 꼭대기까지 올라간다 해도 여전히 같은 작은 창문을 통해서 내다본다면 더 멀리 볼 수는 있겠지만 항상 같은 쪽만 바라보게 되어 시야가 제한될 것이다.
신심단체들이 ‘자신의 눈’으로 그러나 다른 방향에서 교회를 바라다볼 수 있게 하는 ‘또 다른 작은 창문’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교회인 우리’가 투명한 눈과 열린 마음으로 서로의 창문으로 초대하고 함께 탑을 오를 때, 막힘이 없이 활짝 트인 탑의 꼭대기에서 교회와 세상을 내다볼 수 있게 될 것이다.
■ 제2주제 :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회상 실현을 위한 단체와 소공동체 관계 모색(곽승룡 신부.대전교구 사목기획국장)
소공동체사목이 전개되면서 몇 가지 갈등구조가 발견되어 왔다. 첫째 소공동체를 사목중심에 두는 본당주임사제와 기존 단체중심 사목을 하고 있는 사제들 간의 갈등이다. 둘째는 오늘 이야기하고 있는 단체와 소공동체간의 갈등구조이다.
원리적으로는 공동체의 기초, 기본은 가정이고 소공동체이고 본당이며 교구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형태와 원의 그리고 추구하는 경향을 두고 볼 때는 공동체의 기본 못지않게 그들이 자유롭게 선택하는 단체들도 삶의 중요한 위치에 있다.
기계적인 공동체 구조의 강조로 소공동체를 주장한다면 단체를 통한 공동체적 신앙의 활성화는 더욱 소원해질 것이고 교회 공동체 주변으로 숨어들어 가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몇 가지들이 현재 갈등구조로 남아있다 하더라도 장기적이며 단계적으로 단체와 소공동체의 공동체적 합의 선언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공동체의 본질인 공동체들의 친교가 이루어야 할 것이다. 미래와 거시적 관점에서는 서로 조화와 협력을 통한 복음적 친교공동체성을 살아야 한다.
단체와 소공동체의 단계적인 성장과정을 통한 소공동체 중심의 복음적 대통합의 공동체론을 지향하고 하느님 백성의 참여구조를 과감하게 제도화할 것을 제안한다. 복음과 성체와 이웃사랑이라는 주님께서 원하시는 공동체성이 잘 나타나도록 미래를 향해 복음을 중심으로 조화와 협력의 공동체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한편 몇 년 전부터 교구마다 교구와 본당의 사목구조를 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에 따라 변경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히 교구나 본당의 구조는 가장 나중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현재의 교구나 본당의 구조는 2차 바티칸 공의회가 트리엔트 공의회의 구조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따라서 그 구조를 바꾸고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은 트리엔트 공의회의 구조에 앞서 하느님 백성의 친교를 열심히 살아가자는 것이다. 대화하고 나누고 봉사하는 복음적 수평 공동체로 하느님 백성의 동의와 협력으로 살아간다면 성령께서 그 정신에 맞는 구조를 언젠가는 이루어 주실 것이다. 구조적 조정에 앞서 단체와 소공동체는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적 협력과 사랑의 구체적 실현으로 2차 바티칸 공의회정신을 실천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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