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하는 기쁨에 시간가는 줄 몰라요”
9년째 미혼모의 집에서 함께 살며 24시간 봉사
이정자(헬레나.71) 할머니는 인천시 경동에 위치한 미혼모의 집 ‘자모원’에서 생활한다. 오갈데없는 미혼모들을 돌보는 일을 자청한 지 9년째. 지난해 자모원이 신축건물로 이전한 후부터는 아예 미혼모들과 함께 생활하며 24시간 봉사에 나서고 있다.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은 새벽 5시다. 눈을 뜨자마자 현재 거주하고 있는 미혼모 24명과 직원 등 30여명의 식재료를 준비한다. 매일 식단을 짜고 장을 보는 일은 이씨의 몫. 요리보조를 비롯해 임산부 속옷·침구정리, 간단한 청소, 건물과 모든 생필품 관리 등도 이씨가 도맡고 있다. 개인적으로 쓰는 시간은 매일 새벽미사 참례 정도다. 이외에도 자모원에서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크고작은 일로 ‘할머니’를 부르는 소리가 멈추질 않는다.
“할머니 샴푸가 다 떨어졌어요” “할머니 수건이 어디 있죠?” “할머니 김치 좀 주세요….”
기자와 만나기로 한 날 새벽에도 진통이 시작된 임신부가 있어 그를 돌보고 119를 불러 병원에 데려다주느라 한바탕 부산을 떨었다. 늘 깨어있어야 하는 긴장된 일상은 밤 9시 간식시간이 지나서야 한숨 돌릴 여유를 준다.
“생명을 살리겠다는 마음 하나로 혼자 아이를 낳으러 온 이들인데, 도울 수 있어 제가 더 감사하지요.”
이씨는 지난 98년 막내딸의 병을 계기로 미혼모 등을 돕는 물방울회를 알게 돼 이후 줄곧 봉사활동을 해왔다.
이씨는 “임신한 후 남자친구가 연락을 끊어버리거나 시댁과 친정 가족들의 반대가 심해 어쩔 수 없이 미혼모의 길을 선택하게 된 어린 임신부들, 게다가 부른 배를 감추고 혼자 마음고생하느라 마른 몸으로 자모원을 찾은 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 봉사를 멈출 수가 없다”고 한다.
70대 노인이 하는 일로는 너무 버겁지 않을까 짐작했지만 이씨는 “방구석에서 우두커니 시간을 보내면 뭘하냐”며 “다행히 하느님께서 아직까지 움직일 수 있는 건강을 주셨다”며 환한 웃음을 지어보인다.
“이곳에 오는 아이들 대부분은 결손가정 등에서 자라 가정교육을 올바로 받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상처를 받고 들어온 이들이라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하도록 노력합니다.”
이렇게 한결같은 봉사를 펼친 공로로 이씨는 12월 6일 ‘2006년도 인천시 자원봉사왕’ 상을 받았다. 이 상은 인천시 10개 군.구 자원봉사센터에 등록해 1천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한 사람 중 모범적인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봉사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을 잇자 마자 임신부들이 또 그를 불렀다. 엘리베이터도 사용하지 않고 순식간에 4층 부엌으로 올라간 이씨는 어느 틈엔가 임신부들을 위한 호박죽을 그릇에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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