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면 빨리 수술해야 하는데…”
오갈데 없어 근로자회관서 생활
일 못하게 돼 가족 생계도 막막
2005년 8월 ‘코리안 드림’의 부푼 희망을 안고 한국 땅을 밟았던 필리핀 청년 로드실 바리라 메르카도(34)씨. 필리핀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진 이 청년은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해 1년동안 죽을 힘을 다해 열심히 일했다. 70세 노모와 형제, 조카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강한 책임감 때문이었다. 그래서 최소 기본 생활비만 빼고 나머지 돈을 전부 가족들에게 보냈다.
하지만 이젠 일을 하고 싶어도 더이상 할 수가 없다. 아니 이젠 가족들 생계가 중요한게 아니라 자신의 목숨을 걱정해야할 안타까운 처지에 놓였다.
4개월전부터 로드실씨는 쉽게 피로해지고 자주 근육통 및 관절통에 시달렸다. 가끔 구토도 났다. 이 때문에 병원을 찾은 그는 담당 의사로부터 ‘골수이형성 증후군’에 걸렸다는 청천벽력같은 말을 들어야 했다. 이 병은 골수질병의 일종으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평균 수명이 1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이대로 허무하게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갑자기 고국에 두고 온 가족들이 너무나 보고 싶어 한참을 울었습니다.”
필리핀에 다시 돌아갈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빈곤가정 출신으로 생계마저 막막한 상황에서 ‘귀국행’은 곧 죽음을 의미해 포기했다. 이미 아버지를 3년전 심장병으로 큰 형을 다음해 결장암으로 잃는 아픔을 겪은 로드실씨였기에 어머니가 받을 충격과 상실감을 생각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일을 못하게 되자 자신이 기거하던 숙소에서 나와야 했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갈곳이 없던 그는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을 찾았다. 가톨릭근로자회관 관장 임종필 신부는 로드실씨의 딱한 사정을 듣고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병원치료를 받도록 물심양면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 로드실씨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가지다. 하나는 거의 완치될 수 있는 골수이식으로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필리핀에 있는 가족들과 맞지 않고 국내에서도 공여자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차선책으로 제대혈 이식이 가능한데 이 수술의 경우 완치율도 골수이식보다 낮고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5000만원이란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
임종필 신부는 “평소 늘 웃음을 잃지 않고 다른 동료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던 로드실씨가 다시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신자분들의 나눔과 사랑을 간절히 부탁한다”면서 “낯선 땅에서 오갈데 없이 죽어가고 있는 이 젊은 청년에게는 일분 일초가 소중한 시간인 만큼 골수 공여자가 하루빨리 나타나거나 은인들의 물적도움이 이어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도움주실분
우리은행 1006-792-000001
농협 703-01-360421
(주)가톨릭신문사
사진설명
선교사가 꿈인 로드실(맨 왼쪽)씨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을 방문한 이창영 신부(맨 오른쪽.본지 사장)와 근로자회관 관장 임종필 신부가 그의 손을 잡고 빠른 쾌유를 기원하고 있다.
기사입력일 : 2006-12-17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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