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정의 구현할 전국 사제단 출범”
“인간 기본권 회복 염원
-서울 기도회, 지주교 옥중 메시지 공표
조국과 정의와 민주회복, 옥중의 지주교와 고통 받는 모든 이를 위한 기도회가 11일 오후 7시 명동대성당에서 열렸다. 2백여명의 신부들과 5백여명의 수도자를 비롯, 1천5백여명의 신자들이 참여한 이날 기도회는 예기치 못했던 지학순 주교의 옥중 메시지 공표와 ‘정의구현사제단’의 결의문 발표로 그 절정에 달했다.” (가톨릭시보 1974년 9월 22일자 1면 중에서)
한국사회 민주 운동 주도
1974년 7월 6일 정부 당국에 의해 끌려간 원주교구장 지학순 주교 사건은 한국교회 초유의 사태로서 박해 시대 이래 유래가 없는 정부의 폭압적 행위였다. 이에 대해 한국 천주교회 안에서는 지주교 체포에 항의하고 정의 구현을 촉구한 불같은 물결이 일렁였다.
8월 26일에는 인천교구 사제단과 이날 오후 주교좌 답동성당에서 열린 기도회에 참가한 각 교구 소장 신부 65명이 성명을 발표해 지주교의 양심선언을 지지하고 대통령 긴급조치 2호의 즉각 해제, 투옥 중인 지주교, 목사, 교수, 변호사, 학생들의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8월 29일에는 서울대교구 소속 소장 신부 34명이 지주교 사건의 경위를 종합하고 사제단의 공식 태도 표명과 진로를 모색하기 위해서 오후 2시 명동성당 사제관에서 모였다.
이 자리에서 소장 신부들은 “사제는 예언자적 입장을 지켜 시대적 요구에 의해 희생해야하며 예언자적 입장에서 현실 참여에 뜻을 같이하는 신부들만이라도 함께 행동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지주교 사건에 대한 주교단의 명확한 입장 표명과 ‘우리의 갈 길’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9월 23일 원주에서는 3백 여명이 모여 정의구현사제단 결성을 논의했다.
사흘 뒤인 9월 26일 명동성당에서는 ‘순교찬미 기도회’가 열렸다. 이날 기도회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라는 이름이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선언됐다.
즉 정의구현사제단의 이름으로 제1차 시국선언문이 발표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정의구현사제단이라는 명칭은 이에 앞서 이미 가톨릭시보 9월 22일자에 사용되고 있었다. 즉 11일 오후 명동성당에서 열린 기도회에서는 지주교의 옥중 메시지 공표와 함께 정의구현사제단의 결의문 발표가 있었던 것이다.
정의구현사제단의 출현은 비록 지주교의 구속 사태를 계기로 한 것으로서 한국 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이에 대한 반대와 항의의 움직임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지만 그것이 지주교 석방의 차원을 넘어 사회 현실에 대한 고발과 투신의 의지를 드러내는 사제단체의 출범으로 이어지면서 이에 대한 논란 역시 만만치 않았다.
정의구현사제단의 결성은 당연히 유신정권과의 전면적 갈등을 예고하는 것이며 고난과 고통의 길이 예정된 것이다. 시대 상황을 새롭게 파악하고 시대적 징표에 걸맞는 예언자적 소명을 위한 한국교회 성직자들의 움직임은 결코 만만한 길이 아니었다.
이후 한국 사회 안에서 교회는 정의 구현을 위한 마지막 보루였다. 정의 구현사제단의 형성에서부터 1976년 명동성당 3.1 민주구국선언 사건을 전후해서의 기간 동안 전체 민주 민권 운동은 사제단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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