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때 ‘커닝’은 오히려 귀엽다?”
각급 학교 마다 기말시험을 보는 기간이다. 이맘때가 되면 평소에 공부하고는 담 쌓고 지내던 학생들도 최소한의 학구적 분위기를 보이게 된다. 하지만 모든 학생들이 이처럼 성실하고 열심히 학업을 연마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한 대학교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학생의 글을 보면 이러한 분위기의 일단을 볼 수 있다. 이 학생은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까지 남기고 돈을 줄테니 계절학기 수업을 대신 출석하고 시험까지 치러 달라고 요청했다.
시험 때만 되면 부정행위에 관련된 온갖 잡음들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일상적으로 치러지는 각급 학교에서의 이른바 ‘커닝’ 행위는 일종의 시험 ‘문화’처럼 만연돼 있다.
학생들은 커닝이라는 부정 행위에 대해 거의 아무런 죄의식도 갖지 않으며 오직 적발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대학생활을 하면서 커닝을 해본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55.6%의 학생이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 중 ‘학점에 대한 부담’ 때문에 커닝을 한다는 대답이 36.4%, ‘다른 사람도 하는데 안 하면 나만 손해 보는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30.1%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러한 실태에 대한 한 학생의 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시험 볼 때 커닝 정도는 귀엽죠. 사회를 보면 훨씬 더 나쁜 것도 많잖아요.”
결국 우리 사회의 부정 행위, 결과를 위해서는 과정은 무시되며 얻고자 하는 것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윤리의 부재가 우리의 학교 현장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부정 행위에 대한 사회인들의 인식과 실천은 실제로 학생들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직장인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동료의 사내 부정행위에 대해 ‘신고하겠다’는 직장인은 5명 중 1명에 불과했다.
과연 황우석 박사의 국제 사기극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심심치 않게 언론에 오르내리는 저명 교수들의 논문 표절, 짜깁기, 중복 제출 등을 접하면서 학생들이 커닝 행위가 주는 비윤리적 문제점에 대해서 얼마나 진지하게 주목할 수 있을 것인가.
뿐만 아니라 권력의 상층부에서 모든 정보와 권리를 보유한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상은 이들 학생들에게 지탄의 대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지향하는 목표라는 역설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으로서 이러한 삶의 자세는 치명적인 결함이다. 성경은 세상살이에 성실하게 임할 것을 당부한다.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한 사람은 큰일에도 성실하고 아주 작은 일에 불의한 사람은 큰 일에도 불의하다.”(루카 16, 11) 토비트서는 마비된 윤리 의식을 질타하면서 “이곳에는 부정부패와 사기횡령이 판을 치고 있는데도 누구 하나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토비트 14, 10)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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