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 사회복지 예산 5% 안팎 “갈길 멀어”
홍보 강화하고 사용내역 투명성 높여
소액다수 참여 ‘진정한 나눔’ 늘여야
“딸랑~딸랑~”
연말이면 듣게 되는 소리. 따뜻한 손길을 원하는 구세군 자선냄비를 곳곳에서 보게 되는 12월이 왔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마련한 ‘사랑의 온도계탑’도 전국 시내 중심가에 들어섰다. 힘들고 바쁜 일상, 강풍이 몰아치는 겨울에도 나눔의 불씨는 되살아난다. 자선주일을 맞아 사회 속에서 펼쳐지는 나눔과 기부문화를 점검해보고 교회는 기부문화 확산에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사회 기부문화의 현실
구세군과 공동모금회의 모금액은 매년 목표액을 훌쩍 넘겨오고 있다. 이 기간 중 모금되는 이웃돕기 모금액이 연간 모금액의 절반을 훨씬 넘는다고 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보고서를 보면 2005년 한 해 2147억 원을 모금했다. 모금액 중 지난해 연말연시 2개월의 기간에 1579억 원을 모금했다고 한다. 올해는 같은 기간 1614억 원을 목표로 활동에 들어갔다.
최근 기부문화의 정착 및 확산 운동을 전개하는 비영리 공익재단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는 ‘한국인의 기부지수’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일반시민들의 기부활동 참가율은 2001년 48%, 2003년 64.3%, 2005년 68.6%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 3명 중 2명 이상이 타인을 위해 돈을 내놓은 셈이다.
이는 적지 않은 수의 시민들이 사랑 나눔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결과라 볼 수 있다. 1인당 기부액도 2003년 조사 때 5만7800여 원에서 7만305원으로 커졌다.
하지만 기부 경험자 10명 가운데 8명은 비정기적으로 기부를 한다고 말해 정기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복지 재단이나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기부는 여전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마저도 자연스러운 기부문화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 각종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성금 형식으로 모인다는 점에서 자선이 아니라 구제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즉 사회 공동체의 온기를 유지는 하고 있지만 일반 시민들의 자발적인 소액 기부가 늘지 않고 단체나 기업에 대한 성금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무역 규모가 세계 10위권에 근접하는 우리나라. 그에 걸맞는 공동체 의식 부족의 단면을 드러내는 이런 상황 속에서 미국의 기부문화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력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은 10가구 중 9가구가 기부를 하며 한 해 동안 기부하는 금액은 평균 60만원이라고 한다. 가구 수입의 평균 3.2%를 환원하는 이러한 결과는 자선사업가를 가장 명예로운 직업으로 여기는 그들에게 있어 당연할 수도 있다.
■교회 기부문화의 현실
그렇다면 본당과 신자들은 기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난 11월 24일 열린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설립 30주년 기념 심포지엄 중 이태수 교수(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원장)의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기부문화 실태와 활성화 방안’ 주제 발표는 교회 기부문화에 대한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교수는 서울대교구의 기부문화 실상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본당 표본추출 29개소, 시설 표본추출 40개소, 본당 표본추출 29개소 중 각 30명의 신자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본당 기부문화의 결과보고서는 ‘충격’ 그 자체였다. 각 본당에서 책정한 사회복지관련 연간예산은 3945만원으로 평균 총예산 대비 5.2%에 해당했다. 반면 5% 이하인 본당이 15개에 달해 전체 조사대상의 51.7%에 달했다.
기부문화 조성에 대한 본당 내 기조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부문화가 최우선 순위에 해당한다고 답한 본당은 단 1곳이었다. 이는 본당이 사회복지사업을 중심으로 한 활동에 적극적이지 못한 상태임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신자 개개인의 조사결과도 본당과 다를 바 없었다. 신자들이 가장 많이 기부하는 용도는 사회복지기관 및 단체 후원으로써 복수응답을 허락한 가운데 31.9%인 369명이 답했다. 소득 중 기부금의 적정 비중에 대한 견해는 자선적 기부금에 지출하는 액수 1~3만 원 이하가 31.9%인 179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기부금이 복지시설이나 중간지원기관에서 적절하게 사용할 것이라는 신뢰감 조사에 대해서는 신뢰하지 않는다와 잘 모르겠다는 의견이 17.3%를 나타냈다. 기부금 사용 내역을 알 수 없으니 자발적인 기부를 하기에 앞서 멈칫거리게 되는 것이다.
■올바른 기부문화 조성
기부는 허술한 사회 안전망을 보완하는 구실을 한다. 소액 다수가 참여해야 제 뜻에 맞는 진정한 나눔이 되는 것이다. 일반 시민들의 비정기적 기부 역시 기부문화 정착을 위한 여건이 조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10만 원 이하의 정치 기부금 전액을 세금으로 돌려주는 제도는 있지만 일반 기부금에 대한 세제지원은 아직 없다. 또한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계좌나 ARS(자동응답시스템)를 통해 기부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렇다면 교회는 기부문화 조성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일까.
박태규 교수(연세대 경제학부)는 개인기부의 참가율, 개인 기부참가의 빈도수를 높이는 것이 개인기부문화를 정착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자선활동을 수행하는 비영리단체들의 투명성과 책임성 제고 ▲조세감면제에 대한 바른 이해와 사용 ▲기부의 의미에 대한 재사고 등 기부문화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한 올바른 제도 정착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태수 교수 역시 2차헌금 활성화, 신자들의 참여도가 높은 복지사업 전개, 1신자 1시설 결연 운동, 사회복지주일에 대한 홍보 강화, 사회복지를 위한 2차헌금 횟수 증대, 사회복지목적의 기부단체 위상 강화 등의 개선방안과 각 교구 차원에서의 다양한 해결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밝혔다.
◎'하루 100원 모으기' 기부의 생활화 늘어
‘기부’라는 단어에 대해 적지 않은 수의 신자들이 그저 주는 것이란 막연한 생각만을 하게 된다.
정확한 기부의 의미는 무엇일까. 기부란 자신이 가진 돈이나 물품을 특정한 대가를 바라지 않고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자원봉사함으로써 이웃이나 사회의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해결하고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돕는 활동이다.
즉 자발적인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을 뜻하는 것이다. 기부는 기부자의 동기, 의도 등에 따라 몇 가지로 나뉜다.
주는 행위(giving). 이는 불우한 이웃을 위해 돈을 직접 주거나 모금함에 돈을 넣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자선(charity). 매우 익숙한 기부형태로 수재민, 노숙자, 소년소녀가장들에 대한 생활보조를 위한 행동이다.
전통적인 기부 형태로는 기부자가 돈을 개인이나 기관에 기부하는 것으로 활동이 끝나거나 기부활동과 관련된 결정에 대해 참여할 의사도 없고 참여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었다. 결과뿐만이 아닌 기부한 기관의 책임성을 요구하는 것에도 관심이 별로 없는 것이 태반이다.
이와 같은 기부의 의미가 최근 변화하고 있다. 기부자들이 기부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하며 대상을 선택하는데 있어 사전 조사를 해 선택하고 있다. 이와 병행해 시간이나 전문성과 같이 자신이 가진 다른 자원을 제공하기도 한다.
교회 안에도 기부에 대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만연돼 있던 이벤트적 기부와 대기업과의 제휴를 통한 기부 문화를 탈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지난 2003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하루 100원 모으기 운동’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하루 100원 모으기 운동은 한줌의 쌀을 현금으로 환산해 한 사람이 하루 100원씩 저금통에 모아 봉헌하는 것이다. 일선 본당에서도 시행 중에 있는 이 운동은 국내외 긴급재해 지원과 사회운동 지원, 국제봉사활동 등에 쓰이고 있다. 기부금에 대한 용도도 소식지를 통해 알려줌으로써 기부자들이 궁금해 하던 기부금의 용도에 대해서도 속 시원히 해결해주고 있다.
이와 함께 기부자들의 기부가 박애적 기부로 전환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서울, 부산 등 일선 교구 카리타스 봉사단원들은 각종 재난, 재해를 비롯해 어려운 이웃들의 가옥 수리, 환경 캠페인 등도 벌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회장 김용태 신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원봉사자가 많아질수록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과 도움의 손길도 높아질 것이고, 그들의 체험을 통해 기부 역시 높아져 자연히 상승효과를 낼 것입니다.”
교회는 현재 ‘기부=봉사=나눔’이라는 공식을 도출해내는데 여념이 없다.
사진설명
2차헌금 활성화, 신자들의 참여도가 높은 복지사업 전개, 1신자 1시설 결연 운동 등의 기부문화 개선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한국가톨릭경제인회와 서울 빈첸시오회가 마련한 사랑의 쌀 김치 나눔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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