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재난지역에 성금, 구호활동 잇따라
한국교회는 올해에도 여전히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파하는 기지국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사회적으로는 북한의 핵실험과 인권문제, 사형폐지에 특별한 관심을 내보였다. 교회는 사회복지에 있어서 특히 노인복지에 촉각을 곤두세웠으며 기부문화 조성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강원도 물난리에 서울서 6억6천 모금
노인복지사업과 사형폐지운동 돋보여
사랑=나눔
5월 27일 인도네시아 중부 족자카르타 일대를 강타한 리히터 규모 6.2의 지진. 피해 상황 집계조차 파악하지 못한 교회는 지체 없이 원조에 나섰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는 5월 30일자 공문을 통해 구호사업에 힘을 실어 줄 것을 요청했고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긴급구호금 5만 달러를 피해지역에 곧바로 보냈다.
교구 차원의 사랑도 전해졌다. 제주교구는 큰 피해를 입은 인도네시아 세마랑대교구에 전 신자가 사순시기 동안 봉헌한 ‘사랑의 헌금’과 인도네시아 지진 돕기 2차 헌금을 합친 금액 7천만 원을 전달했다.
신자들의 나눔도 줄을 이었다. 지진발생 직후 구호성금 계좌를 개설한 한국 카리타스와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는 한 달여 만에 1억 원이 넘는 성금이 답지했다.
국내에서의 나눔의 손길은 더욱 뜨거웠다. 7월부터 8월까지 최악의 물난리를 겪은 강원도 영서지역 원주, 춘천교구 본당에는 교회 내 기관, 단체, 본당 신자들의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다.
전국 신앙인들은 7월부터 8월말까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로 총 1억5189만1650원의 성금을 보냈으며 서울대교구는 2차헌금을 통해 6억6090만530원을 모금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는 7월 18일~8월 2일 15일간 5차례에 걸쳐 수해 현장을 방문, 긴급구호 활동을 벌였으며, 원주교구와 춘천교구에 각각 2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수해 피해를 입은 진부본당과 대화본당에 각각 500여만 원을 전달하고, 4천여만 원 상당의 긴급구호 물품도 함께 지원했다.
이와 함께 사회복지회 소속 카리타스 봉사단 단원 20여명을 현지에 파견, 실질적 도움을 주었으며, 밥차를 운영해 2300여명의 수해지역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했다. 또 집수리 전문 봉사자 10여명을 추가 파견, 가옥 10채를 복구하기도 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병원들도 수해지역에 의료진을 파견, 수해로 부상을 입은 주민들을 돕는 데 나섰고 서울 서초동본당은 수해지역에 1천여벌의 의류를 기증하는 등 수많은 단체와 기관에서 구호품을 보냈다.
다양한 사회복지 활동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활동을 전개해온 사회복지계는 올 한해에도 급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장애인, 노인, 의료복지 등에 있어 다양한 심포지엄과 세미나를 개최해 적절한 대안과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했다.
특히 복지 사안별로는 ‘노인복지’에 대한 관심이 부각된 한 해였다. 1월 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는 노인들을 위한 체계적인 성경공부를 위해 ‘성경 73’ 교재를 펴냈다.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는 5월 노인지도자 연수를 실시했으며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시립 성동노인종합복지관 부설 치매케어연구소는 9월 ‘지역사회와 치매노인케어’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노인복지 문제에 있어 다각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밖에 주교회의 교리교육위원회는 10월 ‘어르신 예비신자 교리서’를 발간해 한국교회 사목 지평 확장을 위한 새로운 디딤돌을 놓았다.
또 설립 25주년을 맞은 서울대교구 노인대학연합회는 앞으로 전문봉사자 양성과 체계적인 교육시스템 구축에 힘을 쏟을 방침이며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역시 향후 집을 직접 찾아가 돕는 재가 복지를 우선으로 노인복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하지만 사회복지에 있어 자원봉사자 확보 문제나 본당 차원의 자원봉사활동은 아직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진단과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민족화해를 위한 발걸음
갈라진 형제를 위한 교회의 노력은 올 여름 대규모 수해를 당한 북녘땅 원조에서 그 빛을 발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는 9월 13일 서울을 비롯한 광주 수원 인천 마산 춘천 등 전국 각 교구 신자들과 남녀 수도회 등에서 보내온 성금으로 밀가루 400톤(1억2천만 원)과 분유 5000통(3500만원), 영, 유아용 내의와 양말 등 총 2억6793만여 원어치의 물품을 구입해 북한 조선카톨릭교협회에 전달했다.
10월 9일 일방적으로 실행한 북의 핵실험에도 교회는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인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는 10월 13일 한국 천주교의 입장을 담은 공동 명의의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발표, 북쪽 형제들은 더불어 살아가야 할 한 민족임을 강조하고 국제 사회가 인내와 대화의 자세로 북한 핵문제에 대처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 역시 10월 14일 호소문을 내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고 이를 위한 남과 북의 공동 노력을 촉구했다.
한국 카리타스(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가 인도적 대북 지원 사업에 본격 나서기로 결정한 것도 큰 의미가 있다. 이는 가톨릭 국제구호기구인 국제 카리타스가 10월 18~19일 로마에서 열린 대북지원 특별소위원회 회의에서 11월 1일 부로 카리타스의 대북 사업 추진 전권을 한국 카리타스에 위임한데 따른 것이다.
또한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11월 27일 경기도 파주시 성동리 694 통일동산 ‘참회와 속죄의 성당’ 상량식을 거행했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북한 신의주 진사동성당을 본뜬 형태로 건립되고 있는 성당을 통해 북녘 형제들에 대한 사랑의 보폭을 넓힐 예정이다.
끝없는 사형폐지 운동
앰네스티는 2006년을 ‘한국의 사형제도 폐지 집중 캠페인의 해’로 지정한 바 있다. 그만큼 교회의 사형제도 폐지 활동은 예년에 비해 더욱 빛을 발했다.
올 초 법무부가 ‘절대적 종신형제’ 도입을 전제로 한 사형제 폐지 계획 발표에 대해 교회는 환호했다. 교회는 3월 6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주최로 ‘사형제도 폐지 촉구 국회 청원’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가 ‘사형제도폐지 특별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줄 것을 촉구했다. 이어 4월 4일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7대 종단 원로들은 사형제도 폐지를 의제로 한 국회 차원의 공청회에 참가, 사형제도 폐지를 통해 인권국가로 나아가길 호소했다.
사형제 폐지 운동에는 개인의 힘도 컸다. 9월 개봉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작가 공지영(마리아)씨는 사형수와 사형제도 문제를 제기한 이후, 사형제 폐지를 위한 글과 공개 발언을 통해 지속적으로 주의를 환기시켜 제9회 앰네스티 언론상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사회적 활동도 함께 이루어졌다. 11월 30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세계 사형 반대의 날’(11월 30일)을 맞아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와 함께 서울 명동일대에서 사형폐지 기원 미사, 서명 운동, 거리 행진 등을 펼쳐 사형 폐지의 당위성을 알렸다.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은 아직 국회 법사위에서 계류 중이지만 교회의 사형폐지에 대한 투쟁은 끝이 없을 것이다.
기타
가톨릭 사회복지 활동의 신원과 위상, 정체성을 알아보는 전국 단위의 행사가 열린 것도 의미가 깊었다.
한국 카리타스는 7월 제1회 전국가톨릭사회복지대회를 개최했다. 전국 각 교구 사회복지 종사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전국대회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 대회를 통해 카리타스인들은 자신들의 소명을 깨닫고 사회복지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한층 더 성숙한 봉사자로서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가톨릭농민회 역시 기념할 만한 한 해 였다. 10월 17일 창립 40주년을 맞은 한국가톨릭농민회는 11월 8일 창립 40주년 기념대회를 열고 새로운 농촌문명을 개척하는 선도자가 될 것을 다짐했다. 또한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제12대 가톨릭농민회국제연맹(FIMARC) 새 회장에 정기환(베네딕토, 43, 한국가톨릭농민회/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사무총장)씨가 선출됐다. 이는 한국가톨릭농민회 운동의 세계화와 세계 각국 농민들의 다양한 경험을 한국 농민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가톨릭대 성모병원은 개원 70주년을 맞았다. 성모병원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사진 전시회, 무료 건강강좌 등을 마련했으며 무료 개안수술 사업인 ‘사랑으로 밝은 세상 만들기’와 ‘지역사회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70주년 기념사업으로 전개하고 있다.
사진설명
▶서울 카리타스봉사단 긴급구호팀이 지난 7월 18일 원주교구 대화성당을 찾아 피해주민 1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생활필수품과 식료품을 전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지진피해 현장 구호품 전달
▶대구파티마병원의 노인간호 봉사활동
▶세계 사형 반대의 날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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