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최민식씨 50년 작품활동 총망라한 ‘HUMAN’ 발간
‘인간’ 주제로만 작품집 12권
지금도 20~30km 걸으며 촬영
반백년이 흘렀다. 산동네 골목골목이며 시장바닥 곳곳을 누비며 셔터를 눌려댄 시간이다. 켜켜이 쌓인 시간들은 최민식(빈첸시오.78)씨에게 한국의 대표적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라는 호칭을 붙였다. 그리고 그가 옮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발걸음들은 수만장의 사진으로 다시 숨을 쉬고 있다.
오랜만에 최씨와 카메라를 내려놓고 편안히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씨의 사진 50년 대표선집인 ‘HUMAN(인간)’의 출간 덕분이다.
그는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2개 대학에 출강하고, 아직도 매주 서너번씩 부산 자갈치 시장을 찾는다. 하루에 걷는 거리가 평균 20~30km라고 한다. 조금의 여유라도 생기면 아프리카와 동남아 어디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있는 곳을 찾아가는 바쁜 일상에서 카메라를 내려놓는 일은 흔치 않다.
최씨는 1962년에 사진집 ‘인간’ 첫권을 낸 이후 ‘인간’을 주제로만 12권의 작품집을 냈다. 또 그의 작품 여정과 소명에 대한 에세이집도 여러권 펴냈다.
사진 전문 출판사 ‘눈빛’이 펴낸 이번 작품집에는 그의 작품 중에서도 특히 놓치기 아까운 사진 250여점을 선별해 실었다. 자갈치 시장의 ‘아지메’들, 전쟁 폐허를 헤메이는 소시민들의 일상, 인간의 희로애락과 생로병사를 담은 사진들을 4부에 걸쳐 선보인다.
거지, 부랑자, 굶주린 아이들…. 저마다 양심 한구석을 쿡쿡 찔러대는 모습이다.
최씨의 시선은 늘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그가 작품활동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왜 가난한 사람만 찍느냐”는 것이다.
“이렇게 가난하고 아픈 이들을 보고도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이 사진을 통해 우리의 삶과 행동을 반성했으면 합니다.”
최씨는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나눔”이라며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휴머니즘, 인류의 평화와 정의 그리고 사랑실천의 의미를 확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버지는 가난한 사람들을 팔아서 자신을 자랑하는 것이예요”라며 딸이 따지고 들 때도, “교수님은 거지 같은 것만 찍으면서 무슨 예술이냐, 더럽고 보기싫다”는 말을 제자들이 서슴치 않고 할 때도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왜 사진을 찍어야하는지 되짚어보고 사회의 어려움을 알리는 작은 도구로서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신의 뜻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들은 위대한 예술가들이었지요. 저는 그저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고 활동할 뿐입니다.”
마더 데레사와 다미안 성인을 가장 존경한다는 최씨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장을 한바퀴 도는 동안 유독 눈길이 머문 작품이 있었다. 지하도에서 구걸하는 걸인과 삶의 무게를 잔뜩 짊어진 시장의 행상인이었다.
“선생님 이건 60년대에 촬영한 작품인가요?”라는 질문과 동시에 제목 아래 연도가 눈에 들어왔다. 올해 2006년도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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