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탈렌트로 봉사하는 기쁨 커
선교의 도구
연예인 등 문화예술인들은 직업상 대중의 관심과 시선을 받고, 일상생활이 대중에게 노출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대중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공인인 만큼 ‘선교의 도구’로서도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연예인으로서 하느님께 받은 탈렌트를 감사히 받아들이고, 그 탈렌트를 활용해 봉사하는 것이 우선 큰 봉헌일 것이다. 연예인 개인별로는 각 본당에도 소속돼 있어 교우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 몇몇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천주교문화예술교우회가 재발족되고, 서울 명동성당에서 정기적으로 월미사도 봉헌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요즘에는 교우회 활동에 관여하지 않고 있지만, 새롭게 참여하는 교우회원들이 명동성당에 사무실도 따로 마련해놓고, 행사나 미사 때마다 문자메시지를 나누며 적극적으로 활동하려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가톨릭교회의 활동과 전례는 타 그리스도교에 비해 조용히 이뤄지는 편이다. 그래서 대중에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의 행동은 더욱 모범이 될 수도 있을 듯 하다. 나는 지금 하느님께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신자로서 대중에게 드러나는 경우가 전혀 불편하지 않다. 아내 덕분에 하느님을 알게 된 이후, 정말 열심히 성호를 그어왔던 기억이 많다.
아무리 경력이 쌓여도 나는 무대에 설 때면 늘 첫 무대에 설 때처럼 떨린다. 내 이름을 걸고 마련한 무대인데, 나의 노래를 들으러오는 청중들에게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공연을 앞두고 무대 뒤 대기실에 있으며 혹시 가사를 잊어버리지는 않을까, 분심이 들지는 않을까, 가사의 의미를 잘 살려서 불러야 할텐데, 듣는 이들에게 노래의 분위기가 제대로 전달되어야 할텐데….
수많은 걱정들이 물밀듯이 밀려든다. 그럴 때마다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성호를 긋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나의 가장 큰 의지처는 바로 하느님이기 때문이다. 기도랍시고 거창하게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하느님을 부르게 된다. 하느님께 별로 드릴 이야기도 없으면서 성호만 열심히 긋는다. 나는 잘 몰랐지만 후배가수들도 대기실에서 함께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모습을 보곤 하는 모양이다.
이제 몇년 후면 가수생활 50년을 맞이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로서 인기도 누렸고, 수많은 노래도 부르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 이 모든 것이 하느님께서 주신 큰 축복이라는 것을 단 한순간도 잊지 않는다. 내 인생, 활동 모든 것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은 감사하는 것이다. 가수라는 직업을 갖고 노래할 수 있는 탈렌트를 주신 것에 너무나 감사드린다.
예전에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정신없이 지낼 때는 하느님의 은총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매일매일을 살아가곤 했다. 오로지 내가 잘났기 때문에 인기를 얻는다는 생각을 하며 살진 않았지만, 간혹 노래하는 것이 내 능력이라는 창피한 생각을 했던 때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제는 감사드린다는 생각을 하는 빈도가 더욱 늘었고, 매일의 일상에서 감사기도는 빠지지 않는다.
이제는 예전에 비해 그렇게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무대에 서지는 않지만, 여전히 나는 ‘원로’가 아닌 ‘현역’으로 노래를 하고 있다. 하느님께 받은 탈렌트를 다른 이들을 위해 봉헌하는 일은 아직도 내게 남은 소명이다.
기사입력일 : 2006-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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