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청년의 메마른 가슴을 울리나
매주 300명 참례
떼제기도 거리미사 인기
젊은이 감성에 부합하는 제대꾸밈 성가반주
집중 성찰 치유 이끌어
눈물을 보았다.
하늘색 더플코트를 입고 투박한 손을 모은 청년은 울고 있었다. 20대 청년의 눈물을 본 일이 언제였는지.
혹자는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가 ‘재미’를 찾지 못해서라고 했지만, 가장 엄숙하고 가톨릭적인 미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청년들은 눈물을 흘렸다.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만든 12월 17일 오후 7시. 서울 서교동본당(주임 이동호 신부) 청년 미사에서는 300여명의 청년들이 그렇게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서교동본당의 청년미사는 ‘진정한 청년미사’이다. 중, 장년들이 청년미사의 대다수를 이루는 본당들과는 달리, 청년 200~300명이 꾸준히 참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촌 대학가 주변에 위치한다는 이유로 많은 청년들이 모여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들을 배려하는 본당의 다양한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사순과 대림시기에 봉헌되는 ‘떼제기도와 함께하는 미사’에는 더욱 많은 인원이 참례한다. 어두운 가운데 일렁이는 촛불을 바라보며 자신을 성찰하고 주님에게 침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미사를 통해 묵상하고 반성하며 상처를 치유한다.
본당 엠마우스 성가대는 기타와 플루트, 바이올린 등으로 청년들이 미사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이끈다. 미사곡은 ‘두려워 말라’ ‘찬미하여라’ 등 떼제성가와 일반 가톨릭 성가를 함께 선택해 청년들과 중·장년층의 조화도 만들어가고 있다.
청년들은 ‘주님의 기도’를 함께하며 할머니, 할아버지는 물론 멋쩍게 서있는 아저씨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머뭇거리던 어르신들도 젊은 청년들에게 동화되어 손을 맞잡고 리듬에 몸을 실었다.
평화의 인사도 마찬가지다. 악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포옹을 하기도 한다.
청년 지도를 맡고 있는 김경식 보좌신부는 “청년들은 자신들 안에 잠재돼 있는 영적 갈증을 전례를 통해 승화시키고 있다”며 “전례 중에 그들의 뜨거운 눈빛과 교감하며 주님을 향한 열정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서교동본당과 청년들의 특별함은 이뿐만이 아니다. 본당은 서울 홍익대학교 앞 놀이터에서 매년 두 번씩 거리미사를 봉헌한다. 젊음의 열기로 가득찬 거리미사에는 본당 청년들은 물론 다른 본당 청년들도 참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서우미(가브리엘라.27)씨는 “서교동본당 청년들은 모두 친구와 가족같은 분위기”라며 “이들과 함께 떼제기도를 통해 나를 반성하고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대학가의 특성상, 휴학과 졸업 등으로 인해 성당에 꾸준히 나오지 못하는 청년들도 많지만 그들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의 추억을 서교동본당에 묻고 간다.
고향을 떠나 외로운 이곳 서울에서 그들이 기댈 수 있었던 곳은 성당이었으며 반겨주었던 곳도 성당이었다. 앞으로도 많은 청년들이 서교동본당을 떠나겠지만 그들은 이곳의 추억을 가슴에 새기며 신앙생활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조용한 가운데 청년들은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를 부르기 시작했다.
“누군가 널 위하여. 누군가 기도하네. 내가 홀로 외로워서 마음이 무너질 때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밝게 타오르는 촛불과 청년들의 노랫소리를 타고 서교동 거리에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었다.
◎[인터뷰] 서교동본당 청년지도 김경식 신부
“직장 학교 생활하며 성당활동…정말 대견”
“전에 계셨던 신부님들이 뿌려놓은 씨앗에 저는 물과 거름을 주는 역할을 합니다. 나무가 자라고 열매가 열리는 것은 다른 신부님들이 보실 몫이겠고요.”
서울 서교동본당 청년지도 김경식 신부는 모든 것을 청년들의 공으로 돌린다. 자신보다 본당을 사랑하고 아끼는 것도 청년들이고 더 열심히 활동하는 것도 청년들이다.
김신부는 떼제기도, 거리미사도 청년들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직장, 학교에 다니면서도 성당 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 정말 대견합니다. 저로서는 이런 친구들을 만난 것이 하느님의 선물이자 은총이지요.”
서교동본당은 교회가 고민하고 있는 청년 사목의 중심에 서 있다.
1200여명에 가까운 청년 신자수도 그러하지만 앞으로 신촌에 대학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청년들은 서교동성당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본당은 천혜의 지역적 이점을 교회의 특성으로 살려 간다.
거리미사, 떼제기도 등은 본당에 있는 4개 청년 분과들의 힘이다. ▲성가대와 전례단을 포함한 전례분과 ▲초·중·고등학생을 맡고 있는 주일학교 분과 ▲예비신자들을 위한 청년재교육과 성경모임을 마련하는 영성교육분과 ▲봉사직과 예언직을 수행하는 친교분과다.
분과들은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서로간의 연대를 돈독히 하고 청년들에게 관심을 쏟는다. 서교동 청년들은 이같은 본당의 적극적 지지와 주임 신부의 배려, 지도 신부의 사랑 아래 날개를 활짝 펴고 있었다.
김신부에게 청년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열심히 활동해주는 청년들 때문에 저도 힘을 얻습니다. 학생을 사랑하는 주일학교 선생님들, 발로 뛰어다니며 미사를 준비하는 성가대와 전례부, 묵묵히 봉사하는 기도모임과 봉사모임, 예언직을 수행하는 성서모임, 자생적인 사목회 활동을 위해 노력하는 기획부 친구들…. 정말로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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