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발전 위한 새로운 도약”
지난 6월 ‘추진위원회’구성 준비 구체화
전 사제 성경필사 지구별 워크숍 등 계획
사목방문 방식 변화 등 교구 대 변신 예고
교구설정 50주년의 해. 2007년 초입에 들어서는 부산교구의 모습은 의외로 차분하다. 그러나 그 속내를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정중동(靜中動)’의 강한 기운이 느껴진다.
“(전략)...사회의 구체적인 현실에 대한 사목적 현안들은 오늘날 우리 교구에 내적인 변화와 새로운 길을 요청하는 중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교구는 현 시대를 읽는 눈이 제대로 열려있지 못했음을 고백하며, 주님께서 맡겨주신 당신의 사명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음을 뉘우칩니다. 이제 50년이 지난 지금 교구 공동체를 되돌아보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07년 사목교서에서 밝힌 교구장 정명조 주교의 이같은 ‘반성’과 ‘쇄신’ 의지는 비단 50주년뿐 아니라 부산교구의 미래를 담보하는 초석이자 오늘과 내일을 관통하는 정신적 토대이다.
이같은 의지는 ‘교구 설정 50주년(희년) 사업추진위원회’의 조직 구성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2003년~2006년 5월까지 활동한 ‘교구설정 50주년 교구발전위원회’의 후속 조직으로 지난 6월 결성된 추진위원회는 ‘사제단 쇄신과 일치위원회’ ‘기념사업위원회’ ‘교구민 화합과 일치위원회’ 등 세 위원회로 구성되어 있다. 또 세 위원회의 활동을 지원하고 조정 및 조율하기 위해 ‘사업지원단’을 두었다(표 참조).
‘기념사업위원회’를 제외한 나머지 두 개 위원회는 50주년을 위한 조직명으로선 웬지 낯설다. 의미 또한 포괄적이어서 자칫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받을만 하다. 그러나 바로 그곳에 50주년을 특별하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려는 부산교구의 고민과 의지가 담겨 있다.
추진위원회 구성의 또 다른 취지는 바로 교구민들의 적극성을 유도하기 위한 것. 교구청이 주도하던 종래의 방식에서 벗어나, 교구청은 지원 협력부서로 남고 일선 사제들과 평신도들이 기획·예산편성·추진 등 모든 사안들을 이끌어가도록 했다. 세 위원회의 활동을 지원하고 조율하는 ‘사업지원단’을 둔 것이 바로 그런의미다.
“한곳에서 이끌어가는 것이 조직적이거나 계획적인 면에서 장점이 있는 반면에 교구민들이 수동적이고 행사위주로 흐르기 쉬운 단점이 있습니다. 일선 사제들과 신자들이 실질적인 리더가 되도록 하는 것이 추진위원회가 지향하는 바입니다.”
바로 교구민들의 적극성을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일치감을 증진시키는 것이 최대 목표라는 설명이다.
각 위원회는 고유한 목적과 취지에 맞게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준비중이다.
‘사제단 쇄신과 일치위원회’는 50주년을 맞아 전 사제들의 성경필사를 추진한다. 1월부터 전개될 성경필사에는 은퇴사제들 비롯해 해외 거주 사제들까지 300여 명의 교구 사제들이 대거 참여한다. 창세기 1장부터 묵시록까지 필사 예정. 필사본은 10월 7일 50주년 신앙대회때 봉헌된다.
또 예수성심대축일에 가져왔던 ‘사제성화의 날’을 ‘사제단 쇄신의 날’로 변경해 이날 노사제-젊은 사제, 본당 사제-특수사목 사제들간에 대화와 토론의 장을 마련한다. 심포지엄 형식을 띤 이날 만남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일치를 다지는 기회를 갖는다.
‘교구민 화합과 일치위원회’는 3~6월 사이 11개 지구별로 워크숍을 연다. 이 자리에서는 교구민의 화합과 일치를 위한 교구의 사목적 현안과 과제들이 보다 구체적으로 개진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워크숍 내용은 자료집으로 발간된다.
‘기념사업위원회’가 준비하는 주요 행사는 ▲50주년 기념 신앙대회(10월 7일) ▲청소년대회(7월 20일~) ▲50주년 기념 순교자현양 연극제(9월) ▲50주년 기념 음악회(미정) ▲생활성가 페스티벌(9월) 등이다.
내년부터 시행될 또 다른 주요한 변화는 바로 교구장 사목방문 방식의 변화다. 종래 교구장 주교가 2년여에 걸쳐 각 본당을 사목방문하던 것에서 올 2~3월 중에 교구장이 11개 각 지구장본당을 먼저 순회 방문한다. 이 자리에서 지구내 각 본당 사제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만남을 갖는다. 이후 각 지구별로 본당 사목방문은 지구장 사제가 한다.
상당히 파격적인 변화다. 그러나 목적은 분명해 보인다. 교구(청)와 사제단, 나아가 사제와 신자들 사이 거리를 좁히려는 것. 또 지구장을 강화하므로써 지구내 본당?사제들의 협력과 일치를 증대할 목적이다. 특히 교구(청)와 지구간 거리를 좁히므로써 보다 원활하고 빠르게 사목적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기환 사무처장 신부는 “대리구제나 다른 직제를 염두에 두고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50주년 해에 시도를 해보고 장 ?단점을 살려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50주년 해에 접어든 부산교구의 발빠른 행보가 주목된다.
“일치 협력으로 새 출발을”
◎[인터뷰] '50주년 추진위' 사업지원단장 이기환 신부
“잘 되고 안되고 결과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함께 협력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일체감이 배어나올 수 있다면 대성공입니다.”
이기환 사무처장 신부(사진)는 인터뷰 내내 ‘협력’과 ‘일치’를 강조했다. 이기환 신부가 맡은 일은 부산교구 50주년 사업추진위원회 산하 ‘사업지원단’ 단장. 각 위원회의 활동을 지원하고 조정하는 역할이다.
이신부가 강조하는 ‘협력’은 다른 의미로 적극성이다. “누군가가 하겠지”가 아니라 “내가, 우리가 한다”, 그래서 “함께 한다”는 보다 성숙한 의식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런 의식이 공유되고 바탕에 깔려야 50주년을 기해 새로운 출발을 시도하는 초석이 될 수 있습니다.”
50주년 추진위원회 조직부터 이례적이다. ‘사제단 쇄신과 일치위원회’와 ‘교구민 화합과 일치위원회’는 마치 교구시노드를 위한 조직을 연상시킨다. 그만큼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다는 느낌. 또 그만큼 개연적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만큼 50주년을 일회성 행사나 구호성 행사로 그치지 않겠다는 교구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제들도 쇄신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민할 것입니다. 교구 모든 구성원이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고 소기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가장 요구되는 것이 교구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일치감입니다.”
“아직 새로운 출발을 하기에는 수동적인 과거 모습에서 탈피하지 못해 아쉬운 점도 있다”는 이신부는 그러나 “의욕과 열의가 있어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기대를 갖는다”며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겠지만 늦더라도 가치있는 목표가 분명한만큼 50주년은 가치있고 의미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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