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가정' '노인' 사목에 더욱 매진
생명운동 활성화 위한 기도문 제작
혼인강좌 강화 가정사목 내실화 지원
문화·출판 통한 영성적 성장에도 노력
[전문] 한국 교회는 2007년을 맞아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가치관 혼란과 이로 인한 거센 도전 앞에서 복음화를 향한 전열을 새롭게 가다듬으며 사목적 응전에 주력할 전망이다.
제17대 대통령 선거라는 굵직한 정치 일정을 앞두고 교회 안팎으로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격랑이 일 것으로 예상돼 교회의 한 걸음 한 걸음에 세간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교회는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다양한 모색과 함께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사회 복음화에 더욱 힘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각 교구장들의 새해 사목교서를 살펴볼 때 올 한해 한국교회는 ‘생명’과 생명의 보루인 ‘가정’을 지키는 일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점증하는 노인문제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사목적 대안을 내놓음으로써 가정사목에 새로운 시야를 확보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각 교구 사목교서와 주교회의 등 각계 움직임을 바탕으로, 올 한해 한국교회의 사목 방향과 과제를 살펴본다.
▨2007년 주요 일정
우선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2월 9~11일 사흘간 열리는 제15차 세계 병자의 날 행사가 눈길을 끈다. 교황청 보건사목평의회와 한국 교회가 함께 준비하는 이번 행사에는 우리나라 가톨릭 의료분야 종사자들과 병자는 물론 각국 대표와 관계자 등 수천 명이 참석할 예정이어서 한국 교회가 지닌 역동성을 다시 한번 세계 교회에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교회의 교육위원회의 제안으로 올 8월경 처음으로 열리는 ‘한국청년대회’도 한국 교회는 물론 아시아와 보편 교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3박4일 일정으로 열리게 되는 대회 기간 동안 전국에서 참가한 청년들은 ‘기쁨의 날’ ‘화해의 날’ ‘나눔의 날’ ‘증거의 날’ 등 4가지 테마로 축제를 열고 하느님이 청년들에게 심어주신 가능성을 새롭게 발견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올 12월 19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움직임도 교회로 하여금 세상으로부터 부여받는 몫을 재확인하고 깨어있는 자세를 요청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농민을 비롯한 국민들의 삶에 중대한 기로가 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여 이를 둘러싼 교회의 역할이 새롭게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교회는 선의의 모든 사람들과 함께 공동선 실현을 위한 연대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정·생명 관련 사목 강화
해체되는 가정과 이로 인해 파생되는 각종 사회 문제는 새해에도 뚜렷한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심각성을 더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문제와 관련, 교회는 혼인 전 교리 등 교육 강화를 통해 가정사목의 내실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각 교구 가정사목 관계자들은 자녀 교육은 물론 이혼 예방까지 통합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가정사목을 펼치기 위해 무엇보다 ‘혼인강좌’를 강화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아내고 있다.
교회 차원의 생명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주교회의 생명31운동본부는 생명운동 활성화를 위해 각 본당과 개인이 참여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새해부터 기도와 교육, 홍보, 참여의 네 가지 목표를 제시하고 구체적인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운동본부는 전국 각 본당 및 공동체 차원에서 생명운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매일미사 보편지향 기도문을 제작, 배포할 예정이다. 또, 자신의 수태일을 알 수 있는 ‘수태일 카드’(가칭)를 제작해 우선 청소년들에게 보급키로 하는 등 생명운동의 지평을 넓혀 나갈 구상이다. 아울러 생명운동 활성화를 위해 신학생과 사제 교육 등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는 활동의 보폭을 넓히며 생명 지킴이로서 교회의 위상을 강화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생명위원회는 올해 성체줄기세포연구를 위한 탯줄혈액 기증운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치는 한편 생명사랑 체험수기 공모전 등을 통해 생명운동의 대중화를 꾀해 나갈 계획이다.
교회는 이 같은 모색을 계기로 활동력을 대폭 강화하고, 전국 차원의 힘을 결집해 대대적인 연대 운동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중심사목 지속 강화
삶의 터전인 지역사회에 한발 더 다가섬으로써 사회가 요청하는 사목적 응전 체계를 갖추기 위한 노력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2월 지역별 교구장 대리를 새롭게 임명하면서 교회 운영의 새로운 틀을 마련한 서울대교구는 올해도 사목의 효율성 증대와 교구민들을 위한 보다 효과적인 사목을 위해 지역 공동체가 중심이 된 사목을 가속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대리구 제도 실시 교령을 반포하고 본격적인 지역중심사목에 뛰어든 수원교구는 사제단의 협력 강화와 평신도들의 교회활동 참여 확대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하느님 나라를 실현하기 위해 전력을 모아나갈 계획이다.
교구 설정 초기부터 의욕적으로 지구 중심 공동사목을 펼쳐오고 있는 의정부교구도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교회 공동체’상을 사목의 중요한 한 축으로 삼고 다양한 사목적 시도를 할 계획이어서 이 시대가 요청하는 사목 모델 개발에 한층 기대감을 더하게 하고 있다.
▨문화·출판을 통한 복음화 노력
갈수록 대중 속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문화를 통해 교회의 영성적인 면모를 심어나가려는 노력은 새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교회문화계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문화 복음화’가 큰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는 현대 복음화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문화 복음화’와 관련해 폭넓은 사목방안을 모색하는 ‘문화의 복음화 포럼’을 꾸준히 열어 각종 시사문제들을 문화 복음화 관점에서 성찰하고 모범적인 실천사례를 제시해나갈 구상이다. 특히 매스컴위원회는 올해부터 국내외 미디어 관련 사목 소식들을 담은 소식지를 발간할 예정이다. 미디어와 관련한 사목 정보가 크게 부족한 현실에서 해외 교회의 미디어 사목 사례와 국내 활동들을 총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매체의 탄생은 사목 일선에 소중한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회 내 대표적인 문화공간인 평화화랑과 가톨릭화랑에서도 사진과 회화, 조각, 도예 등 다채로운 영역의 전시회를 마련할 계획이어서 신자들이 향유할 수 있는 교회 문화도 그만큼 풍성해질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화랑이 3년여 만에 다시 마련하는 ‘불교와 가톨릭 미술인의 만남전’도 관심을 모은다. 나아가 다양한 종교미술작품전 뿐만 아니라 일반 예술가들의 전시장으로도 쓰일 예정이어서 문화를 통한 영성적인 접근에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출판 시장의 불황은 크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교계 출판사들은 다양한 소재와 활동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출판사들은 각 분야의 총서 편찬과 새 성경 발간에 따른 기존 도서 개정작업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분도출판사는 ‘중세철학 총서’와 ‘교부들의 성경주해 총서’를 새롭게 발간할 계획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가톨릭출판사 역시 2002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문화총서’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정진석 추기경 전집’(총 23권)을 올 초에 완간하고, ‘도서개정작업’을 통해 발행된 지 오래된 책들을 수정·보완해 재출간할 계획이다.
생활성서사도 그동안 내놓았던 성경관련 도서와 오랜 기간 동안 전국에서 성경교재로 사용해 왔던 ‘여정’을 개정·보완해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영성관련 도서들을 발간한다.
성바오로딸은 올해도 활발한 활동을 보이며 39권의 책을 출간할 계획이다. 특히 40대 여성과 노인들을 위한 도서 발간에 집중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사회사목
2007년은 민족화해운동에 새로운 출발점이 되는 해로 기록될 듯하다.
가톨릭 국제 구호기구인 국제 카리타스가 지난해 10월 로마에서 열린 대북지원 특별소위원회 회의에서 11월 1일부로 카리타스의 대북사업 추진 전권을 한국 카리타스에 위임한데 따른 것이다. 따라서 올해는 한국교회가 전 세계 교회를 대표해 북녘의 소외된 형제를 지원하는 원년이 된다. 현재 매월 정기적으로 북한을 방문, 지원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한국 카리타스는 올 한 해 동안 모든 노력을 다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경기도 파주시 성동리 694 통일동산에 건립하고 있는 ‘참회와 속죄의 성당’이 4월께 완공될 예정이어서 한국 교회는 민족화해운동에 새로운 디딤돌을 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복지
올 한해 가톨릭 사회복지계의 최대 화두는 노인복지 및 사목의 새로운 지평 확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초고령화 시대를 맞으면서 그간 사목의 사각지대에 머물던 노인 관련 사목이 교회의 주된 사목 방향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대구대교구는 올해를 ‘노인 복음화의 해’로 정하고 교구 차원에서 ▲노인에 대한 배려 ▲노인들의 전례활동 장려 ▲노인들의 성찬례, 화해의 성사, 순례, 피정, 영성훈련 참여 돕기 ▲은퇴자들이 복음화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 조성 ▲병자성사와 노자성체 장려 등을 통해 노인 사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대교구를 비롯한 인천교구 안동교구 등 대부분의 교구들도 가정의 소중함에 주목하면서 노인 복음화 차원에서 다채로운 접근을 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설명
▶서울 잠원동본당 노인잔치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전주교구장 이병호 주교가 전북대 병원에 입원중인 환우를 방문, 기도를 바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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