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교회의 인식 지평이 넓어지면서 아시아를 보는 눈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한국이라는 벽을 넘어 아시아 교회와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가톨릭신문은 새해를 맞아 필리핀 마닐라 빠라냐꿰 살레시오 신학원에서 살레시오회 젊은이들이 함께하는 좌담회를 가졌다. 살레시오 신학원에는 아시아 각국에서 유학 온 살레시오회 소속 수사와 신학생 부제 50여명이 생활하며 신학을 배우고 있다.
가톨릭신문 창간 80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번 좌담은 장소가 필리핀에서 이뤄진 만큼, 지리적 한계를 벗어난 새로운 시각의 ‘아시아 바라보기’가 됐다는 평가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 교회의 과제와 희망을 아시아라는 큰 테두리 속에서 조망한 좌담 내용을 정리한다.
“다종교, 문화 속 생존경험 나눠야”
“아시아 복음화는 어른이 아닌 청소년 청년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아시아 가톨릭교회의 미래는 젊은이입니다.”
▲사회 이명천 교수 :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대륙이 아시아입니다.
새천년기에 아시아 대륙 복음화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또한 아시아는 유럽 및 남미와는 전혀 다른 사목적 환경 속에 놓여 있습니다. 따라서 아시아 교회가 糖茸?도전과 그 해결방법 또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각 나라의 복음화 상황과 함께 도전과 희망을 아시아 연대적 관점에서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동티모르 아칠레스 수사 : 많은 신앙인들이 신앙과 삶이 괴리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종교에 대한 관심 자체도 줄고 있습니다. 내가 왜 종교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부족합니다. 이는 아시아 교회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일 것입니다. 또한 아시아는 대체적으로 정치적 부패가 아직도 존재하고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않았습니다. 아시아 교회는 이처럼 유럽 및 남미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이것은 도전이자 기회입니다.
교회는 이런 여러 문제에 적극 뛰어 들어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합니다. 그래야 사회를 바꿀 수 있고, 복음화를 앞당길 수 있습니다. 가톨릭적 교육의 중요성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전례 안에서 하느님을 섬기고 양심을 순화하고,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심성을 심어 주어야 합니다. 아시아 교회 복음화는 그리스도의 삶을 따르도록 교육하는 작은 노력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 스리랑카 로산 수사 : 아시아는 다종교 문화입니다. 특히 스리랑카는 대부분이 불교신자이고 가톨릭 신자는 7%에 불과합니다. 이슬람, 힌두교 보다 그 교세가 약합니다. 대체적으로 아시아 대부분 나라에서 가톨릭 신앙인들은 소수입니다. 아시아에서 가톨릭 교회가 다른 종교와의 만남과 대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아시아 교회의 도전이면서 동시에 해결방안은 이런 상황 이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문화적 가치, 전례적 가치, 교육적 가치를 중요시 해야 합니다. 각 나라의 문화를 살리고, 그 문화를 가톨릭 문화와 접목시켜 나가려는 노력이 우선 필요합니다. 그리고 전례에 창의성을 넣어 그 가치를 각 나라에 맞게 극대화 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청소년 청년을 위한 교육을 강화해 아시아 교회의 미래를 열어나가야 합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가톨릭 신앙인들이 삶속에서 자신의 신앙을 증거하는 일이겠지요.
▲ 인도네시아 페르디난두스 수사 : 세계적으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가 인도네시아입니다. 가톨릭 신자는 전 인구의 1%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소수이기에 유리한 점도 많습니다. 인도네시아 안에서 가톨릭 신앙인들은 “우리가 잘해야 무슬림이 우리를 무시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신앙도 상대적으로 열심한 편입니다.
가톨릭 문화가 아닌 타종교 문화 안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토착화 문제를 불러옵니다. 교회내 ‘일치’를 바탕으로 토착화를 이뤄내는 것이 시급합니다. 이와 관련한 아시아 교회 각국간의 다양한 경험을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가정의 복음화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가정이 튼튼해야 교회가 튼튼해 집니다. 아시아는 이제 가정의 소중함에 눈을 돌려야 할 때입니다.
▲ 인도 필립 수사 : 현재 인도 정부가 내걸고 있는 슬로건이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입니다. 그만큼 인도는 많은 종교와 문화가 혼합된 사회입니다. 그래서 가톨릭교회는 크게 3가지의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우선 소수이기에 좋은 모범을 모여야 합니다. 또한 개신교회의 활발한 선교활동에 도전받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인도 자체가 철학적 깊이가 있어서 사제 및 수도자가 윤리적 도덕적으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젊은이들의 윤리와 가치관을 옳은 방향으로 인도하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아시아 복음화는 어른이 아닌 청소년 청년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어른들은 이미 전통적 문화에 의해 가치관이 굳어진 세대입니다. 미래를 본다면, 지금 막 성장하는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새로운 가톨릭 문화와 가치를 심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시아 가톨릭교회의 미래는 청년입니다. 청년 사목과 관련한 아시아 각국의 경험을 나누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 베트남 뜨룽 부제 : 아시아 교회 연대는 단순히 물질적인 차원의 연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많은 가난한 나라의 교회들이 물질적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경험’의 나눔입니다. 아시아 각국 교회는 다양한 문화 안에서 생존해 오면서 많은 경험을 축적하고 있습니다. 이 경험을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한국의 많은 젊은 신앙인들이 아시아 각국에 나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의 이같은 경험 축적은 아시아 교회 공동 발전의 좋은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또한 타 종교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현실 속에서 복음 선포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또 삶 속에서 어떻게 그리스도를 증거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제 아시아는 연대해야합니다. 비슷한 상황에서 공통의 고민을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필리핀 베르나르도 수사 : 필리핀 교회를 비롯해 아시아 각국 교회의 가장 큰 당면 과제는 바로 ‘예언자의 역할 수행’입니다. 진리를 선포하고 옳은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복음을 선포하는 것이 바로 예언자 역할입니다. 예언자가 된다는 것은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먼저 주교가 하나가 되고, 사제들이 하나가 되고, 본당이 하나가 되고, 가정이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하나가 되기 위해선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사제들이 사랑으로 하나돼 일치한다면 그 교회의 힘은 상당할 것입니다. 비록 아시아에서 가톨릭은 소수이지만 ‘일치된 교회’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 힘을 바탕으로 예언자적 증거생활을 해야 합니다. 예언자적 증거 생활, 이것이 바로 아시아 교회의 가장 큰 당면 과제이며 동시에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입니다.
▲ 대한민국 최원철 부제 : 신자 재교육 문제, 기존 신자들의 증거 생활 모범이 가장 중요합니다. 교회가 살아나기 위해선 또 기초공동체가 살아나야 합니다. 교회에 대한 참여를 확대시켜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나눔이 중요합니다. 필리핀, 동티모르, 인도, 베트남, 스리랑카 등 아시아 각국 교회는 그동안 많은 실패와 좌절, 성공을 경험했습니다. 이같은 경험을 나누어야 합니다. 다른 나라의 시행착오를 배우면 우리나라의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이제 어느 정도 다른 아시아 나라에 비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입니다. 물질적 풍요를 나누고 정신적 풍요와 경험을 받아들이는 형태의 연대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러면 모두가 함께 풍요로워 질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을 위한 교육의 중요성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아시아 교회의 미래는 젊은이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타종교 및 타문화에 마음이 열려 있습니다.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아시아 교회는 하나’라는 사실을 인식시킬 때 아시아 교회는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사회 이명천 교수 : 이번 좌담을 통해 신앙적으로는 증거하는 삶, 사회적으로는 양극화 현상 극복, 방법적으로는 가톨릭 신앙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었습니다. 특히 예언자적 역할을 교회가 수행해야 한다는데 많은 이들이 공감했습니다. 이번 좌담이 아시아 각 교회의 일치와 연대를 이루는데 작은 불씨가 됐으면 합니다. 앞으로 아시아 연대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이번 좌담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7개국 좌담 참석자(사진 왼쪽부터) :
- 인도 필립 루이 발라사미 수사 (28, Philip Louie Balasamy)
- 스리랑카 로산 미란다 수사 (27, Roshan Miranda)
- 인도네시아 레오 페르디난두스 알폰소 수사 (29, Reo Ferdinandus Alphons)
- 대한민국 최원철 디모테오 부제(39)
- 필리핀 베르나르도 놀라스코 수사 (40, Bernard Nolasco)
- 동티모르 아칠레스 소아레스 수사 (29, Achilles Soares)
- 베트남 부 반 뜨룽 부제 (36, Paul Vu Van Trung)
▨ 주제 : 아시아는 하나
▨ 일시 : 12월 16일
▨ 장소 : 필리핀 마닐라 빠라냐꿰 시(市) 돈보스코 살레시오 신학원
▨ 사회 : 이명천(토마스 아퀴나스)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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