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중요한 사목도구로 활용돼야"
한국교회 뉴미디어사목 일선에 있는 인터넷 성바오로 선교네트는 성경과 각종 묵상말씀 문자메시지 서비스에 이어 주일복음영상도 제공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미국 주교회의 홈페이지가 제공하는 매일 독서 오디오파일과 성인 관련 이야기, 각종 기도 내려받기, 이탈리아 교회 강론 자료와 남아프리카 교회 전자성경 내려받기 콘텐츠도 눈길을 끈다.
최근 세계 각국 교회는 이렇게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교회의 풍요로운 영적 자산을 현대인들에게 제공하며, 새로운 복음선포의 장을 열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복음선포와 효과적인 적용 방안에 대한 보다 깊이있는 사목적 연구도 요청된다.
서로 복음화돼야
현대사회에서 경쟁력의 원천은 물질적이고 기술적인 힘이 아니라 감성적이고 문화적인 힘으로 바뀌고 있다. 온갖 기업마다 문화적 이미지를 확립하고, 문화욕구를 충족시키는 갖가지 아이디어를 내놓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상업적인 차원은 아니지만 가톨릭교회도 이러한 변화에 비켜서 있지 않다. 정보화와 세계화 등은 이미 권위주의적이고 일방적인 의견전달의 일면도 보이고 있는 가톨릭교회 제도와 의식을 흔들고 있다. 특히 대중문화는 현대문화 전반을 대변할 만큼 폭발적으로 영역을 넓히고, 생활양식과 가치관 등을 지배하며 ‘복음화’의 대상이자 주체로 떠올랐다.
이러한 21세기를 흔히 ‘문화영성의 세기’라고 일컫는다.
미국 하버드대 종교학자 하비 콕스도 21세기를 ‘영성의 세기, 문화의 세기’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이 세기는 바로 ‘문화’가 삶의 중심을 차지하고, 다양한 문화 안에 가려진 영성을 찾아가는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대이다.
복음을 전하는 양식도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다. ‘하느님의 계시’가 동시대 사람들과 소통되기 위해서는 시대적 문화적 코드가 맞는 복음과 신앙의 언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화의 복음화’는 교회와 사회가 소통하는, 즉 문화를 활용한 대중적 전략으로 교회가 세상 속으로 다가가고, 교회 또한 다양한 현대문화를 통해 쇄신되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교회에서는 ‘문화의 복음화’를 성음악이나 성미술, 교회 건축 등 일부 부문을 활용하는 정도로 인식해온 것이 사실이다. ‘문화의 복음화’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화’는 인간 삶의 총체이며, 복음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개념이라는 인식이 전제돼야 한다.
복음 또한 생활 안에서 문화적으로 표현되고, 문화를 떠나서는 이해되기 어렵다. 특히 각종 미디어 환경에 둘러싸여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문화’를 통한 접근이 매우 호소력있게 다가온다. ‘문화의 복음화’는 그 자체로서 선교이며 사목활동이다.
교회 문헌
한국교회 안에서 ‘문화의 복음화’라는 용어는 김민수 신부(주교회의 매스컴위 총무)의 연구발표에 의해 90년대 말부터 구체적으로 소개됐다. 당시 생소하게 받아들여졌던 이 용어는 이제 어느 정도는 보편화됐다.
‘문화의 복음화’에 대해 피력한 대표적인 교회문헌으로는 교황 바오로 6세의 권고 ‘현대의 복음선교’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교회의 선교사명’를 꼽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매스미디어와 문화 선교의 관계를 다룬 교회문헌도 다채로운 편이다. 교황 비오 12세는 회칙 ‘놀라운 발명’을 통해 처음으로 매스미디어를 종합적으로 짚었으며,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중 매스미디어 교령은 미디어의 올바르고 효과적인 사용방법을 밝혔다. 사목훈령 ‘일치와 발전’은 미디어가 교회를 어떻게 현대사회에 보여주게 하는지 알려주고 더불어 현대의 정신과 사람을 교회에 소개시켜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사목훈령 ‘새로운 시대’도 새복음화와 재복음화의 도구로서 미디어를 언급하고 있다.
특히 교황청 문화평의회가 지난 98년 발표한 문헌 ‘문화에 대한 사목적 접근’에서는 ‘문화의 복음화’와 복음메시지의 토착화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또 문화에 대한 사목적 접근 방식과 영역에 대한 가르침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교회 문화복음화 여정
그동안 한국교회 안에서도 ‘문화의 복음화’ 필요성은 활발히 논의돼 왔고, 공감대도 폭넓게 확산돼 왔다.
특히 인터넷 등의 첨단매체를 활용한 서비스는 몇 년 사이 급격한 질적 성장을 이뤘다.
전국 각 본당에서는 형식화된 전례와 성사생활에 다양한 문화적 접근방식을 적용하고, 신자 뿐 아니라 비신자들에게도 제공하는 문화 프로그램들도 다양하게 마련했다. 종교공간을 바라보는 시각도 크게 변화해 성당 등을 지역사회의 열린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 최근 활발히 펼쳐지고 있는 생명 관련 교육과 캠페인 등도 문화의 복음화를 구현하는 모범으로 꼽힌다.
그러나 ‘문화의 복음화’를 향한 실용적인 논의는 여전히 부족하다. 이는 해외 교회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현실이다. 풍부한 교회문화유산을 복음화에 활용하는 노력도 미비하다. 대중문화의 영향력을 폄하하는 교회의 시각도 여전하다는 평가다.
문화복음화를 위한 과제
‘문화의 복음화’를 위해서는 복음과 세상 문화 간의 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 문화의 입장에서는 크게 관심가질 만한 내용이 아닌 복음말씀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는 지가 중요하게 부각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의 문화를 올바른 신앙인의 시각으로 식별하고, 삶과 신앙의 태도를 일치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문화의 복음화를 구현하기 위해 사목자들의 의식 전환과 전문 연구가 시급히 요구된다.
현재 한국교회 내 문화의 복음화 관련 연구는 개인별 연구 외에는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가 주최하는 ‘문화의 복음화 포럼’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문화의 복음화와 관련해 미래의 사목방향을 모색하고 연구와 이론화, 프로그램 개발과 제공, 적용 및 보완 등을 적극 펼치기 위해서는 전문연구소 마련은 필수적이다. 사목현장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시도들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신학적 성찰이 결여되면 지속성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교구와 본당 등의 사목계획 안에 교회의 문화활동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문화의 복음화 관련 영역의 배려와 투자가 현실화돼야 한다. 특별히 대중문화와 미디어 관련 교육 등에 대해서는 더욱 구체적인 사목 대안들이 세워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과 멀티미디어 활용 등은 부차적인 사목 수단에 그쳐서는 안되며, 보다 과감한 투자와 지원을 통해 주요한 사목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문화를 올바로 바라볼 수 있는 교육 특히 미디어교육의 필요성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제 교회의 고유한 문화를 계발, 보급시키면서 일반 사회의 문화를 적절히 활용해 교회 쇄신을 꾀하는 노력은 미래교회의 필수적인 과제다.
문화의 시대, 교회의 ‘브랜드’는 바로 ‘문화의 복음화’를 향한 도전이다.
◎[인터뷰]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 김민수 신부
“현대문화, 종교보다 더 삶의 다양한 가치 제공”
“‘문화의 복음화’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은 한국교회가 위기의식을 덜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사목 일선에서는 아직도 교회만이 사회에 대해 올바른 가치를 제공하는 유일한 구심점이라고 착각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한국교회에서 ‘문화의 복음화’ 연구와 실천의 선구자로 꼽히는 김민수 신부(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는 “예전에는 종교가 삶의 가치를 제공하는 유일한 구심점이었지만, 이제 현대문화는 종교 이상으로 삶에 대한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고 실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문화, 교회와 사회가 소통하는 길
특히 김신부는 “현대문화는 거대한 삶의 방식으로 교회에 종속돼 있지 않다”며 “현대사회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문화, 특히 대중문화의 틀을 통해 대부분 이뤄지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교회의 우월주의와 편협한 사고는 교회와 사회와의 소통을 막는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김신부는 “‘문화’는 교회와 사회가 소통하는 중요한 매개”라며 “현대 교회가 양적 선교의 한계를 넘어서고 복음의 토착화와 교회 쇄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문화의 역할과 영향력을 인정하고, 상호 교류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현대문화는 우선 도구주의적 입장에서 복음화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고, 또 죽음의 문화의 경우 정화되고 복음화되어야할 대상이 된다”고 밝힌 김신부는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현대문화 또한 복음화의 주체로 받아들여 교회문화로 정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복음화 관련 이론서 집필
이에 따라 김신부는 현재 ‘문화의 복음화’와 관련한 이론서를 집필 중에 있다. 현대사회에서 왜 ‘문화의 복음화’가 필요한 지, 어떤 원리를 갖고 적용해야 하는지 그 틀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또 각 교구나 본당 등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담은 매뉴얼 형식의 책자도 발간할 예정이다.
김신부는 지난 수년간 ‘문화의 복음화’를 문화가 복음화의 주체가 되는 ‘문화에 의한 복음화’와, 문화를 도구로 활용하는 ‘문화를 통한 혹은 문화와 함께하는 복음화’ 그리고 문화를 복음화의 대상으로 보는 ‘문화에 대한 복음화’로 개념화하고 실천방안을 발굴, 제시해왔다.
사진설명
많은 본당에서 형식화된 전례와 성사생활에 다양한 문화적 접근방식을 적용하고, 신자 뿐 아니라 비신자들에게도 제공하는 문화 프로그램들도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다. 사진은 서초동본당이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문화향연을 펼친 서초동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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