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통해 삶의 희망 찾았죠”
정찬명(루치아노.41.서울 마천동본당)씨에게 소중한 친구가 생겼다. MP3. 좋지 않은 기억력 때문에 본당신부의 강론이 생각나질 않자 있는 돈을 다 털어 산 ‘신통한 친구’다.
정씨는 선천성 심장병으로 인해 찾아온 반신마비, 나빠져만 가는 기억력에도 불구하고 신앙의 끈을 놓지 않으며 선행을 실천한다. 자활후견기관(국가가 어려운 이들의 자활의지와 창업을 위해 마련한 곳) EM 초록세상 사업단에서 일하며 버는 빠듯한 살림에도 불구하고 본당 빈첸시오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그의 사연 또한 기구하다. 태어나면서부터 심장질환을 앓았던 그는 가다 쉬어가길 반복해야했고 그를 업고 어머니는 멀고 먼 등굣길을 내달렸다.
20살부터 용기를 내 박스박기 작업에 나섰다. 실내야구장 공 줍기, 등가구 기초 칠, 자개 문양 찍어내기 등 약한 심장을 안고 해볼 수 있는 일은 다 해봤다.
가까스로 천만원 정도를 모았을 때였을까. 사기를 당했다. 친했다고 믿었던 친구들을 위해 카드빚을 졌고 신용불량자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 것이다.
술을 시작했고 인생이 괴로웠다. 사람도 무서웠다. 이대로 포기하고만 싶었다. 2000년. 방황하던 어느날, 마천역 앞을 지나다 한 선교사를 만났다. 가톨릭을 알리러 나온 그에게 이끌려 성당을 찾았다.
“어렸을 때부터 혼자 지내왔던 터라 사람들이 두려워 종교활동은 꿈도 못 꿨어요. 그런데 성당은 저도 모르게 동경의 대상이었나 봐요.”
세례를 받고 본당 빈첸시오 활동을 시작했다.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이가 다른 가난한 이를 보살핀다는 것에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회원관리나 바자 돕기 등 할 수 있는 일은 도맡아 했다.
2002년엔 서울 빈민사목위원회에서 위탁해 운영하는 자활후견기관에서 환경비누 만드는 일을 하게 됐다. 적은 돈이지만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며 일에 열심이다. 일터에서 항상 웃고다녀 ‘스마일 맨’으로 통하기도 한다.
조금 못생기게 만들어진 환경비누들은 인근 양로원에 가져다준다. 메말랐던 그의 마음의 땅에 가톨릭이 뿌린 놀라운 씨앗이다.
“어쩌면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넘쳐났는지도 몰라요. 그래서 요즘은 빈첸시오 주회에 참여하고 환경 비누 등을 나누면서 세상과 소통하고 자신감을 쌓는 중이죠. 가톨릭을 통해 저도 보통사람들처럼 살게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요.”
7년 전 한 선교사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듯 신앙은 그렇게 그를 그리움과 힘겨움의 늪에서 건져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꿈을 물었다.
“늦었지만 장가 한번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에요. 그저 착한 여성이면 됩니다. 성당을 통해 선을 보려고 해도 제 몸이 못난지라 그게 잘 안되네요. 하지만 확실히 행복하게 해 줄 자신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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