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 부모님 생각하며 견뎌
내 삶의 버팀목
남편은 나와 같이 세례를 받고 천주교신자가 됐었다. 그런데 어느날 남편은 혼자 개종을 했다. 나에게는 얘기를 해도 통하지 않으니 혼자 개신교회엘 간 것이다. 늘 살갑게 다가오는 개신교신자들과 현실적인 어려움이 처했을 때 도움을 주는 개신교회에 남편은 더욱 끌린 듯 했다.
하지만 내 안에 영접한 하느님은 흔들림없이 계셨다.
부부가 각자 다른 종교를 갖고 있다니. 내가 내외적 선교를 올바로 못한 것도 미안해졌다. 사실 남편은 나와 비교도 안될 만큼 성실하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한다. 매일같이 새벽기도에 참례한다. 나는 남편의 신앙생활을 존중한다. 남편도 나에 대해 마찬가지이다. 마음은 많이 아팠지만 나는 지금도 남편에게 성당엘 가자고 강요하진 않는다.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가슴 속에서 정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아이들도 자유롭게 종교생활을 하고 있지만 절대자 하느님을 향한 마음만은 모두 같다.
내 삶은 나의 내면을 온통 채운 신앙 덕분에 새롭게 세워졌다. 그리고 그 이전에도 지금도 나를 버티게 하는 또하나의 힘은 바로 부모님이라는 것을 새삼 절감한다.
나는 지금도 아버지 어머니의 사진을 집에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곳에 걸어두고 늘 인사를 한다. 언제 어디를 오가든 가장 먼저 인사드린다. 집안에서도 밖에서도 부끄럽지 않은 자식으로 살겠다는 다짐도 담겨있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나는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버틸 수 있었다. 아버지는 내가 일곱 살 때 돌아가셨지만 그 7년 동안 아버지가 내게 심어 준 많은 이미지들은 그 이후의 내 삶을 지배할 정도로 깊고 풍부했다. 철이 들면서 아버지의 정신과 만나고, 늘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리며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의지를 충전했다. 내 인생을 꾸려가는 마르지 않는 원동력은 부모님에게서 받은 것이 너무도 크다.
우리 아이들은 이런 나의 뒷모습을 자연스럽게 보고 자란다. 나도 내 자식들이 힘들 때 자기 자신을 내어맡길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주고 싶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나는 눈에 보이는 부모님도 제대로 안모시면서 하느님 아버지를 모신다는 것은 너무나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효사상이 많이 희석된 현대사회지만 부모자식간의 사랑과 존중이변하는 시대는 아니다. 자신의 부모에게 잘 하지 못하면 진정한 신앙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굳은 생각이다.
보통 사람들은 내가 요리를 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놀란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난 집에서든 어디서든 인스턴트는 먹지 않고 아이들의 밥도 꼭 내가 해서 먹인다.
우리 어머니는 유달리 음식솜씨가 좋은 분이셨다. 다행히 어머니의 손맛을 나도 좀 물려받은 듯 하다.
대형마켓 등에서 인스턴트 음식과 재료를 수레에 잔뜩 싣는 엄마들을 보면 대부분 맞벌이 등으로 바쁜 사람들이다. 나도 늘 바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아이들의 먹거리로 컵라면 등을 사진 않았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이다음에 내 모습을 떠올릴 때 늘 바쁜 엄마, 일하는 엄마, 노래하는 엄마로만 기억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돈을 번다는 이유로 아이가 먹고 싶다는 것을 해주지 않는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과 사랑의 향수를 나누고 싶었다. 엄마가 해준 음식을 먹고 엄마의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 엄마의 손맛은 지식이 아니라 체험으로 느끼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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