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바다에 누워 休~ 즐겨볼까
누군가 목포 서쪽 앞바다에 떠있는 섬들을 일컬어 ‘다이아몬드 제도’라는 이름을 붙였다. 크고 작은 섬들이 모여 ‘◇’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은도,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는 다이아몬드 안에 사이좋게 모여 있다. 게다가 모두 다리로 연결돼 한 섬이나 다름없다.
■ 섬 넷, 가볼만한 곳
네 섬 중 가장 북쪽에 자리한 자은도는 우리나라에서 열두 번째로 큰 섬답게 도로 옆이 드넓은 논밭이다. 하지만 조금만 눈길을 돌리면 사방에서 바다를 본다. 이정표를 따라 백길해수욕장에 닿으면 광활한 모래밭이 한 눈에 들어온다. 3km가 넘는 해안선을 따라 끝없이 펼쳐지는 고운 모래사장은 우리나라인지 싶을 정도로 이국적이다.
남으로 발길을 돌려 다리를 건너면 돌이 많이 흩어져 있고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싸여져 있다고 이름 붙여진 암태도다. 암태도 수곡리와 서쪽 작은 섬 추포도를 잇는 제방도로에서 바라보는 갯벌은 장관이다. 고려시대 ‘팔금삼층석탑’이 있는 팔금도를 뒤로하고 다시 다리를 건너면 안좌도다. 저수지인 신촌지와 부속섬인 사치도는 낚시 명소다.
자은도에서 남쪽 끝 안좌도까지는 승용차로 40여분. 하루를 둘러봐도 시간이 남는다. 푸른 마늘 밭과 따가운 볕 아래서 땀 흘리며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모습,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점점이 떠 있는 고깃배들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감상해보자.
■ 일곱 공동체가 한 울타리에 - 광주대교구 인덕본당
하나같은 네 섬에 특별한 본당이 있다. 고장, 구영, 단고, 대율, 신석, 안창, 읍동 등 일곱 공동체(공소)가 한데 모인 광주대교구 인덕본당(주임 안호석 신부)이다.
주일미사 참례자가 300명이 되지 않지만 공동체는 일곱 이나 있다. 공소마다 성당도 하나씩 있고 매주 주일미사가 있으니 어린이·청소년 미사까지 합쳐 여덟 번 주일미사가 봉헌되는 셈이다.
신앙이 전래된 것은 박해가 극심했던 1866년. 구전에 따르면 자은도 한운리에 사는 신자 성덕원의 집에서 첫 전례가 시작됐다고 한다.
변화는 섬 네 곳을 잇는 다리가 놓이고 차로 어느 섬이든 갈 수 있게 되면서 찾아왔다. 일곱 공소는, 다리로 인해 하나가 된 네 섬처럼, 2004년 9월 인덕본당의 울타리 안에 모였다. 본당이 설립되고 신부가 부임했지만 일곱 공소는 이름만 공동체로 바꿨을 뿐 그대로 남았다. 공동체별로 매 주일 미사가 봉헌되는 것은 다리가 놓이기 전부터 이어 온 공동체만의 전통을 살리고, 말씀 전례에만 젖어 있던 신자들에게 미사의 참뜻과 은혜로움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본당 주임 안호석 신부는 토요일과 주일이면 섬을 동분서주한다. 토요일 주일학교 미사를 시작으로 주일 오후 8시까지 일곱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한다. 안 신부가 주일날 운전하는 거리는 200km가 넘는다.
그게 무슨 한 본당이냐고 되물을 만하다. 하지만 평일미사에는 일곱 공동체 신자 모두가 참례한다. 평일미사 참석 인원은 60여 명. 일곱 공동체 신자가 일주일에 네 번 만나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셈이다. 하루 종일 일하고 저녁식사도 거른 채 미사에 오는 신자가 많다고 선교사는 귀띔한다. 신앙심은 누구 못지않다는 이야기다.
본당은 대율과 암태, 신석, 구영공동체에 교육관을 마련했다. 공동체 신자간 친교를 나누고 도시 신자들과 섬 신자들 간 교류의 장을 만들기 위해서다. 많은 도시 신자들이 이곳을 찾아 섬 공동체의 신앙생활을 체험하고 더불어 여름을 즐겁게 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공동체 사람들의 바람이다.
■ 찾아가는 길
배는 목포 여객선터미널이나 목포 북항에서 하루 10회 이상 운항하며 1시간 30분 걸린다. 섬마다 선착장이 있어 배가 시간마다 다른 선착장에 도착하지만 섬이 모두 연결돼 있고 선착장간 거리도 가까워 불편은 없다.
다만 섬 내 교통편이 부족해 자동차를 배에 싣고 와 여행하는 것이 편하다. 섬 사이를 오가는 군내 버스나 부름(콜) 택시도 있다.
※문의 061-243-0116~7 목포항여객선터미널, 061-244-0005 대흥상사
■묵을 곳 & 미사시간
인덕본당의 일곱 공동체 중 대율, 암태, 신석, 구영 등 네 곳에 숙식 가능한 교육관이 마련돼 있다.
깨끗하고 넓은 공간에 식재료만 준비하면 직접 식사를 해결할 수 있어 편리하다. 면 소재지와 백길·분계해수욕장에는 민박과 여관도 있다.
주일 한차례 정도 미사가 봉헌되는 휴양지 본당과 달리 본당의 미사는 토요일과 주일 총 여덟 차례 공동체별로 봉헌된다. 성당이 섬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주일 어느 때든 미사를 봉헌할 수 있는 것이 이곳만의 장점이다.
※ 문의 061-271-8383 구영공동체, 061-271-8565 대율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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