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내 기도에 응답”
“주님 저는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이제는 어머니도, 돈도 없습니다. 난 왜 이 세상에 태어났습니까. 나는 누구입니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저 당신 앞에 멍하니 앉아 있을 뿐입니다. 만약 당신이 진실로 존재하신다면 저에게 응답을 주세요.”
54일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절두산 성지를 찾아 매일 2시간씩 처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그리고 눈물과 함께 수많은 질문을 예수님께 쏟아냈다. 매달릴 곳은 예수님 밖에 없었다. 무리하게 음반을 내면서 불어난 엄청난 빚, 못난 아들 때문에 마음 고생하시다 돌아가신 어머니, 더 이상 재기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
마음이 간절하다보니,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바치던 주님의 기도와 묵주 기도도 구절 하나하나가 그렇게 가슴에 와 닿을 수 없었다. 과거의 박진도는 하느님 무서운 줄 모르고, 또 진정한 신앙의 의미도 몰랐다. 행복은 돈과 명예 속에서만 찾을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절두산에서의 박진도는 달랐다. 인생이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상황이어서 인지 2시간 동안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고통 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54일 기도를 마치던 그 날 하느님의 응답이 있었다.
“기도를 많이 해라. 마음을 비워라. 내가 걸은 고통의 길을 걸어라.”
믿지 않을지 모르지만, 난 정말 하느님의 음성을 들었다. 지금도 그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이런 경험은 하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난 통회의 눈물을 쏟았다. 그리고 기도로 응답했다.
“예. 주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후 난 달라졌다. 절망이 나를 ‘진정한 나’로 일으켜 세웠다. 난 신자가 된 이후에 제대로 된 기도한번 해본 일이 없다. 그랬던 내가 철저한 실패와 절망 속에서 기도를 하게 된 것이다.
쓰러지고 나니까 세상이 제대로 보였다. 귀가 열리고 눈이 떠졌다. 마음이 평온해졌다. 돈 때문에 아귀다툼 하는 이 세상이 온통 쓰레기장으로 보였다. 좋은 차, 좋은 음식, 좋은 옷, 좋은 집이 다 부질없이 보였다. 하느님이 나를 이 땅에 태어나게 하신 목적은 그런 것들을 추구하며 살라고 하신 것이 아니었다. 묵주 기도에 보면 고통의 신비 뒤에 영광의 신비가 온다. 부활이 있기 위해서는 예수님 십자가 고통이 먼저 있어야 했다. 나에게 주어진 고통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다. 고통을 이겨내기로 했다.
54일 기도를 마치고, 하느님 응답을 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그 날의 발걸음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몸이 마치 하늘을 나는 듯 가벼웠다.
그 날 나는 길을 가며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들 얼굴 하나하나를 대할 때
마다 기도했다. 모두 나처럼 하느님의 은총을 받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주님, 길 가는 저 들을 위해 당신의 은총을 내리소서….”
이젠 실패도 두렵지 않았다. 막연한 ‘잘 되겠지’가 아니었다. 이제 나에겐 “하느님께서 항상 내 옆에 계신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믿음은 위대하다. 하느님은 그 믿음을 통해 섭리하신다.
얼마 후, ‘믿음으로’동생과 함께 음반을 새로 냈다. 음반이 나오던 날, 동생과 함께 남산에 올랐다. 그리고 서울을 내려다 보며 동생에게 말했다. “걱정마, 우리 곁에는 늘 하느님이 계셔.”
하느님은 나의 믿음에 응답하셨다. 그 음반이 소위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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