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만원이면 병 고칠 수 있는데…”
한국 신자들 도움 절실
전화 한번 걸려면 산 위로 2km 이상 올라야 한다. E-메일과 인터넷은 꿈같은 이야기다. 의료 시설도 없다. 병에 걸리기라도 하면 꼼짝없이 누워서 혼자 힘으로 병이 물러갈 때 까지 버텨야 한다. 2002년 내란이 끝나기는 했지만 아직도 치안은 불안하다. 소년들도 총을 가지고 있어 산악지역에선 특히 조심해야 한다. 유일한 교통수단은 산악용 오토바이. 공소 한번 방문하려면 하루가 꼬박 걸린다.
성 아우구스티노의 영성을 따르는 리꼴레또 수도회 이상원 신부는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마케니 교구 카마바이 본당에서 생활하고 있다. 필리핀 동료 수도회 신부 6명이 모두 “더 이상 이곳에서 살 수 없다”고 돌아간 그곳에서 이신부는 2년째 홀로 버티고 있다. 말라리아에 걸려 죽음 직전까지 간 것도 7번. 그 때마다 엄청난 고열과 오한으로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밤을 혼자 지새웠다. 사람들이 모두 “저 신부 저러다 죽겠다”고 했지만 이신부는 죽음의 고비를 ‘기도’로 이겨냈다. “주님께서 걸으신 길에 비하면 이런 고통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이상원 신부는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얼굴 없는 신부’다. 아직 한국에 진출하지 않은 리골레또 수도회 소속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한 수도회에 입회해 생활하다, 1992년 우연히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 리꼴레또 수도회를 접했다. 이신부는 고민 끝에 리꼴레또 수도회에 입회해 성직의 길을 걸었다.
오랜 기간 외국에서 생활한 탓에 한국말도 어눌하다. 스스로도 “한국 사람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간다”고 말한다. 17살 때부터 노숙자를 돌보는 일을 하는 등 어려운 이웃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보인 이 신부는 “시에라리온의 어려운 이들을 기억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신부가 사목하는 본당 신자 300여명은 현재 우물 하나 만들 돈 400만원이 없어 흙탕물을 마시고 있다. 전염병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것. 학교도 없어 아이들은 배움의 기회에서 소외되고 있다. 내전 후 극심한 식량난으로 먹을 것도 거의 없다. 질병에 걸린 아이들과 여성들은 간단한 수술이나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다. “17만원이면 수술과 입원을 통해 병을 고칠 수 있는데도 많은 이들이 병원에 가지 못해 집에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안타까운 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신부는 호소할 곳이 없다. 한국 진출 수도회가 아닌 탓에,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다른 한국 사제 혹은 수도자들이 받는 후원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필리핀에 있는 소속 수도회도 재정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에라리온 국민들의 평균 수명은 40세. 그만큼 이 신부도 질병과 신변 위험에서 예외가 이니다.
이신부는 어렵게 방문한 한국에서 겨우 1~2명 신자들을 만났다. 아는 신자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쓸쓸히 시에라리온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후원 : 조흥은행 367-04-666071 예금주 이상원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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