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방 친구들이 만든 아름다운 성탄이야기
“우리에게 관심을 보여주세요”
93년 공부방협 창립
현재 21개 기관 활동
서울 월곡동 밤골아이네 공부방에 다니는 현민(가명.10)이는 12월 26일 밤을 꼬박 새웠다.
다음날 27일은 성탄절을 맞아 3개월 전부터 연습했던 연극을 여러 지역 공부방 친구들에게 선보이는 날이기 때문이다.
현민이는 그동안 연극 연습을 위해 친구들과 대본을 쓰고, 매주 목요일 학교가 끝나자마자 공부방으로 달려갔다.
드디어 공연이 열리는 날. 이날은 서울 가톨릭 지역아동센터공부방협의회(회장 신상은 신부)가 주최하는 ‘공부방 친구들이 만든 아름다운 성탄이야기’가 열리는 날이다. 공연은 서강대학교 이냐시오 소강당에서 열렸다.
공연 시작 전, 회장 신상은 신부(예수회)가 아이들을 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다른 공부방 친구들은 어떻게 지냈을까’ 많이 궁금했지요? 오늘은 친구들이 준비한 공연을 보고요, 내년에는 함께 몸을 부딪치며 어울려 놀아요.” “네~!”
공연에 참가한 10개 공부방 아이들은 각자 차력쇼, 뮤지컬, 꼭짓점 댄스, 악기 연주 등 신나게 실력을 뽐냈다.
현민이도 떨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친구들과 연습한 ‘고구마 씨앗’ 연극을 시작했다. 오리가 고구마 씨앗을 먹고 똥을 쌌더니 고구마가 푸릇푸릇 자라나기 시작했다는 재미있는 연극이다.
“태권도도 빠지고 공연하러 오는데 지하철 의자가 뜨끈뜨끈할 정도로 떨렸어요. 그런데 진짜 재미있어서 또 하고 싶어요.”
공부방은 빈곤이나 가족해체, 맞벌이 등으로 위기나 방임 상태에 놓인 아동들이 건전하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복지시설이다.
73년 서울 난곡지역 소외계층 아동들을 위한 ‘지역사회여름학교’가 발단이 되어 93년 가톨릭공부방협의회를 창립, 현재는 비영리민간단체로서 21개 회원기관이 활동 중이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없었다. 행복하고 해맑게 웃고 있었다. 누군가 자신들을 보아주고 느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밤골아이네 공부방의 공연이 끝나고 빛나라 공부방 아이들이 무대에 올랐다. 앞니가 빠진 입으로 종달새같이 노래를 한다.
“저희 마음을 알아주세요~ 또 다른 세상이 있어요♬ 우리 마음을 알아주세요~ 제발 제발 부탁이에요♬”
취재를 마치고 갈 채비를 하는 기자를 붙잡고 현민이가 기다리라며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한참을 찾아 내민 작은 손바닥에 풍선껌 한 개가 놓여있었다.
※후원 02-773-0113 http://www.icarit as.org/ 서울 가톨릭 지역아동센터 공부방 협의회
사진설명
서울 가톨릭 지역아동센터 공부방협의회 산하 공부방 친구들이 지난해 12월 27일 서강대학교 이냐시오 소강당에서 열린 성탄제에서 공연을 펼치며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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