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니 내게도 이런 날이…”
슬레이트 지붕 교체, 단열 외벽공사도
습기 사라진 방 온기 가득 마음도 ‘훈훈’
공사 현장을 찾은 호원동본당 정점길(요한) 사목 회장도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정회장은 “집 고치기 전에 교구장님(의정부 교구장 이한택 주교)께서 이 집을 방문하셨는데, 이렇게 달라진 모습을 보면 교구장님도 놀라실 것”이라며 “본당에 사목 방문 나오실 때 꼭 다시 한번 모시고 이 집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확’달라졌다. 헌집이 새집으로 바뀌는 데는 첫째 날 지붕 교체 작업을 시작으로, 벽 보수, 미장, 전기 설비 교체, 도배, 페인트 작업까지 총 5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삐걱거리며 잘 열리지 않던 현관 입구 문은 16mm 강화 유리문으로 탈바꿈 했다. 과거에는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문 틈으로 한기가 방안까지 밀려왔지만 이제는 그럴 염려가 없다. 구멍 숭숭 나고 깨지고, 헐었던 20년 넘은 슬레이트 지붕도 말끔하게 새 단장 했다. 이젠 비가 와도 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눅눅하던 집안 공기도 한결 청결해졌다.
단열 공사로 인해 집안에 온기가 돌았다. 뒷 담을 끼고 끼고 몰아치던 바람도 새로 만든 방호벽 때문에 완전 차단됐다. 세면장과 목욕탕 천정도 보수했고, 복잡한 배선 등 화재 위험이 있던 전기 설비도 전면 교체했다. 집 입구 지저분했던 다용도 공간도 벽을 설치해 깨끗이 단장했다.
벽돌 그대로 드러나 보기 흉했던 외벽도 새로 시멘트로 미장을 하고 아이보리색 페인트로 깔끔하게 마감했다. 장판과 벽지도 모두 새 것으로 교체했다. 수도꼭지, 전등 등 오래된 각종 소품들도 모두 새 것으로 바꿨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문. 대문을 바꾸자 집 인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나무로 대충 막아놓은 것에 불과하던 집의 얼굴이 튼튼한 철문으로 탈바꿈했다. 공사 관계자들은 이번 공사에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이 이 대문이다. 제작에만 하루가 꼬박 걸렸다. 쇠 조각 하나하나를 일일이 용접해 만든 세상에 하나뿐인 ‘맞춤형 대문’이다.
대문은 장애인 지만씨와 97세 시어머니를 위해 특별 제작됐다. 한 쪽 철문을 흴체어 폭 만큼 넓혀 휠체어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또 앉은 자세에서도 쉽게 여닫을 수 있도록 했으며, 97세 고령의 할머니가 겨울철 얼음 때문에 미끌어지는 일이 없도록 문 턱도 없앴다.
“대문이 바뀌니까, 내 얼굴이 깨끗해진 것 같네요.”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늘 남을 돕는 일에 인색하지 않았던 지용분씨. “나만 이렇게 좋은 집에서 살게 된 것이 너무 미안하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감사의 뜻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행복했던 일이 없었다. 앞으로 더욱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하루 동안 바뀐 집에서 생활했는데, 벌써 피부가 좋아진 느낌입니다. 눅눅했던 습기가 완전히 사라졌어요. 과거에는 자고 일어나면 집안 공기가 차서 활동이 어려웠는데 이제는 집이 훈훈해져서 너무 좋아요. 집이 좋아지니 몸도 마음도 편안해 지네요.”
지 씨의 말에 가톨릭신문 이창영 사장 신부는 “지금까지 살아오신 대로 열심히 하느님 믿고 따르다 보면 하느님께서 더 좋고 큰 열매를 맺어주실 것”이라며 “새 집에서 새 마음으로 행복하게 사는 것이 공사를 진행한 우리 모두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사는 지붕 전체를 바꾸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공사를 감독한 엠에이디 종합건설 이원준(마카엘.46) 이사는 “공사 공간이 좁아 건축 자재 부리는 것 조차 쉽지 않았다”며 “하지만 어려운 공사였던 만큼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공사를 마치고 헤어질 시간. 지 씨가 이 이사의 손을 잡고 한참동안 놓지 않았다.
“저 우거지 찌게 무척 잘해요. 정말 맛있게 해요. 다음에 지나가는 일이 있으시면 꼭 들러 주세요. 식사 대접을 꼭 해드리고 싶어요. 꼭 약속하셔야 해요. 알았죠?”
지 씨가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97세 시어머니가 다가와 울고 있는 며느리의 어깨께를 토닥였다. 지만씨는 계속 웃고 있었다.
◎(주)엠에이디 종합건설 이원준 이사
“남을 위해 지은 첫 집 늘 좋은 일만 생기길”
지용분씨 집 공사를 지휘한 엠에이디 종합건설 이원준(마카엘.46) 이사는 “그동안 받은 하느님 은혜를 조금이나마 기워 갚은 것 같아 조금은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행복하다”고 했다.
“그동안 소외된 이웃의 주거환경은 관심조차 없었는데 이번에 최소한의 주거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비록 미미하지만 앞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데 작은 밀알이 됐으면 합니다.”
생업을 뒤로하고 꼬박 5일 동안 공사 현장을 지킨 이 이사는 “가난한 이들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일은 모든 가톨릭 신앙인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가톨릭신문사와 엠에이디 종합건설의 이번 주거환경 개선 사업이 교회 전체 차원으로 확산됐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이 이사는 공사를 끝마치고 집을 나오면서도 한참동안 집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지은 집은 모두 나 자신을 위한 집이었습니다. 이 집이 제가 남을 위해 지은 첫 번째 집이 되네요. 이 집에선 이제 앞으로 좋은 일만 생길 것입니다. 아니 그렇게 되도록 기도 중에 늘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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