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의 영성으로 만든 '감성이 깃든 옷
노숙자나 이주노동자 부부 위해 해마다 웨딩드레스 협찬
재속프란치스코회 종신서원후 물질 명예 유혹에 눈길도 주지않아
눈부신 흰색의 웨딩드레스. 새 신부 만큼 흰색과 어울리는 사람은 없는 듯합니다. 흰색 옷은 로마시대 때부터 축하의 상징으로 입은 것으로 알려지는데요. 이제 웨딩드레스는 부부로서 하나됨을 약속하는 설레임의 자리에 빠질 수 없는 아이템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백지애(안젤라.52)씨는 이렇게 가장 아름답고 가장 특별한 옷, 웨딩드레스에 푹 파묻혀 매일의 일상을 보냅니다. 지난 27여 년간 수많은 작품을 내놓으며 국내 정상급 웨딩디자이너의 자리를 당당히 지켜왔지요. 99년 이후 일본에서도 그의 능력을 크게 인정하고 있답니다.
사람들은 그의 옷을 ‘감성이 깃든 옷’이라고 평가합니다. 심플하고 품격있는 디자인이 단연 돋보입니다. 그의 작품을 입은 신랑신부가 1만여명을 훌쩍 넘어섰다는군요.
2006년의 마지막날, 서울 논현2동성당에서는 백씨의 드레스가 더욱 근사한 빛을 발휘했습니다. 이날 혼인미사의 주인공은 이주 노동자들이었답니다.
백씨는 1980년 서울 명동에 웨딩숍을 연 이후 해마다 수차례 소외된 이웃의 결혼식을 위해 웨딩드레스를 협찬합니다. 노숙자부터 이주 노동자, 해외 선교지의 신자들까지 모두가 이웃입니다.
“웨딩드레스는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고 따뜻해집니다. 그러한 옷을 이웃과 나누는 것이 더욱 큰 행복이지요. 저 말고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결혼식을 협찬하는 많은 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더욱 의미가 큽니다.”
백씨를 만난 이들은 “소박하다”는 이미지를 가장 먼저 받을 수 있습니다. 명동과 청담동의 고급 문화를 창조하고 또 향유하는 정상급 디자이너로서는 소위 ‘그림’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떠올릴 만도 한데요. 화장기 없는 얼굴에 단순한 정장을 갖춰입은 그에게서는 흔한 액세서리 하나 찾아볼 수 없답니다. 아, 목에 걸고 있는 재속프란치스코 회원들의 십자가가 유일한 장식(?)이네요.
“솔직히 ‘가톨릭신자가 아니라면, 종신서원을 하지 않았다면 돈을 훨씬 잘 벌 수 있었을텐데…’하고 투덜대본 적도 있습니다.”
백씨는 1989년 재속프란치스코 회원으로서 종신서원을 했습니다. 경쟁사회 안에서 이익을 높이기 위해, 잘못된 스타마케팅부터 각종 관행의 유혹을 수없이 받았지만 원칙이 아니면 눈길도 주지 않았습니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간접선교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돈 욕심을 줄이고 한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은 프란치스칸으로서 배운 ‘단순함’의 영성 때문입니다. 그저 단순하게 살았을 뿐인데 하느님께서는 늘 넘치지도 않게 모자라지도 않게 채워주셨습니다.”
“오래 전, 정말 영화배우 뺨치게 잘 생긴 새 신랑이 중증 뇌성마비 신부를 안고 숍을 찾았어요. 미용실이며 숍이며 신부를 안아 옮기는 모습이 너무나 기억에 남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 새 부부들과 만나는 기운이 저에게도 힘이 됩니다. 앞으로도 이웃을 위해 작은 정성을 꾸준히 보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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