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교회의 미래…교육혁명 모색”
신자 빈곤 무지는 교회의 위기
교육기관 2만개 “기반은 탄탄”
하층계급 소수민족 여성에 관심
인도양이 한눈에 보이는 남부 해안가 콜렘코데 마을.
‘성 마태오 고등학교’는 주일인데도 학생들로 가득하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콜렘코데본당 주일학교 수업이 한창이다.
서너 살 어린이부터 결혼을 준비하는 청년들까지 800여 명의 학생들은 3층 건물 30여 개 교실도 모자라 복도에까지 나와 수업을 듣고 있다.
성 마태오 고등학교는 트리반드룸대교구 콜렘코데본당이 운영한다. 주중에는 정규교육과정이 진행되는 고등학교로, 주일에는 본당 청소년, 청년들을 위한 주일학교로 쓰인다.
교회가 운영하는 학교지만 학생 대부분은 신자가 아니다. 신자비율이 높은 축에 속하는 마을임에도 워낙 힌두교 신자가 많기 때문이다.
종교의 같고 다름을 떠나 성 마태오 고등학교가 마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높다. 학교는 주민 대부분이 어부인 탓에 문맹률이 높은 이 마을의 유일한 고등학교다. 학교가 주민들의 신뢰를 전폭적으로 받는 것은 하나뿐인 교육기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가난해서 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교육 받을 수 있도록 돕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006년 한 해 동안 100여명의 가난한 학생들이 학교의 배려로 수업을 받았다. 대부분의 장학금은 본당 사회사업분과에서 지원한다.
본당에서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본당과의 연계활동도 활발하다. 신자 학생들은 졸업 후 자연스럽게 본당 청년단체에서 활동한다. 대학을 졸업한 학생 중 일부는 고등학교 교사 또는 주일학교 자원봉사자로 일한다.
본당서도 학교 운영
인도 교회의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성 마태오 고등학교처럼 거의 모든 교구와 본당이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은 359개, 고등학교는 4800여 개, 초등학교는 9000여 개가 넘는다. 간호학교, 기술학교, 전문학교를 포함하면 교회 운영 교육기관은 2만 여 개. 학생은 1000만 명이다.
인도교회가 이처럼 많은 교육기관을 운영하는 것은 선교사들에 의해 전래된 교회라는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서구 유럽의 수도회 선교사들은 인도 주민들을 위한 선교의 첫 걸음으로 교육을 꼽고 학교를 짓는데 주력했다. 교회가 운영하는 학교 중에는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곳도 많다.
공립교육기관에 비해 역사가 깊고 여건도 좋아 교회 운영 교육기관은 정부 뿐 아니라 타종교 신자들에게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콜카타 등 대도시의 경우 너무 많은 부유층 타종교 신자들이 교회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 가난한 신자 학생들은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현재 인도교회는 2만여 개의 교육기관이라는 탄탄한 토대 아래서 새로운 교육 혁명을 계획하고 있다. 정부와 사회 뿐 아니라 종교계 조차도 신경 쓰지 않던 차별받는 빈곤,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 사업이다.
인도교회 신자의 60~65%는 카스트의 하층계급과 소수민족. 나머지도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비율이 많다. 인도 주교회의에 따르면 차별을 겪는 하층계급의 문맹률은 46%, 소수민족은 54%인데 반해 인도 전체의 문맹률은 이보다 낮은 34%다. 가난한 이들은 대대로 교육 받지 못하고 사회 주변부로 소외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반 이상의 신자들이 이처럼 빈곤과 무지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곧 교회의 위기라고 본 인도교회는 지난 해부터 이들을 위한 교육에 관심을 쏟고 있다.
교육이 곧 교회의 미래이며 신자들, 특히 청소년, 청년들이 교육을 통해 힘을 얻고 성장해 갈 때 소수종교라는 차별과 억압을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올 2월 방갈로르대교구에서 열린 주교회의 정기총회 주제는 ‘가톨릭교육 : 소외된 이들을 위한 교회의 관심’이었다. 주교 160명 명의로 작성된 총회 최종 보고서는 ‘교육은 인간 존엄성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열쇠’라며 교구와 수도회 등 전 교회 구성원이 나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육에 나서자고 밝혔다.
주교회의는 이 자리에서 현재 의무교육과정인 초등학교조차 다니지 못하는 하층계급과 농어촌 어린이들을 교육시키는데 힘을 쏟기로 했다. 아울러 교구나 수도회 등 운영주체를 떠나 재정이 안정적인 교육기관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교육기관을 돕는 데 나서기로 결정했다.
소수종교인 탓에 교육기관은 많아도 종교교육은 할 수 없는 게 현재 교회가 처한 현실이다. 학생의 90% 이상이 신자가 아닌 것도 어려움이다. 그럼에도 종교를 초월해 소수종교인 인도교회가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육 백년지대계를 세우는 모습은 신선하다.
인도교회가 품고 있는 희망과 열정을 인도 주교회의 의장 토포 추기경의 이야기에서 엿볼 수 있다.
‘나는 교회교육의 큰 혜택을 받은 사람입니다. 나는 매우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는 학교에 다닐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 벨기에 수사님이 제게 용기를 주셨고 대학 입학을 도와 주셨습니다. 오늘날 제가 주교로서 그리고 추기경으로서 여러분 앞에 서 있는 것은 교회가 제게 베풀어준 교육 덕택입니다. 가난하고 소외받는 수백 만 명의 또 다른 제가 아직도 이 나라에 있습니다. 그들은 교회를 위해 일하고 싶어 합니다.’(2006년 2월 인도 주교회의 정기총회 강연 중)
◎[인터뷰] 성 마태오 고등학교 교장 로드리게스 키우티 신부
"사회 이끌 인재양성이 선교보다 중요"
“학교가 선교 수단이라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종교를 떠나 학생들이 이곳에서 삶의 지식을 쌓고 성장해 나가는 것을 볼 때 보람을 찾게 됩니다.”
성 마태오 고등학교 교장 로드리게스 키우티 신부는 “학교를 세우고 운영하는 것은 교회 뿐 아니라 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를 키우는 중요한 일”이라며 이 일은 선교라는 일차적 목적보다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콜렘코데 마을은 케랄라주 주도인 트리반드룸에서 차로 한 시간을 들어가야 닿을 수 있는 오지마을. 글을 못 읽는 사람들이 50% 이상이다. 자연 교육에 대한 관심도 떨어지게 마련.
키우티 신부는 “고등학교 자체가 마을의 자랑이자 주민들에게는 희망”이라며 “현재 마을을 이끌고 있는 지도층 대부분도 이 학교 출신”이라고 말했다.
“재정 여건이 좋다면 더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 올 수 있겠지만 주민 대부분이 가난해 안타깝죠. 많은 학생들을 수용할 공간과 예산 부족이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키우티 신부는 “올해는 대학을 졸업한 청년 자원봉사자들을 모아 작은 영어학교도 개설할 생각”이라며 “교회의 교육 활동이 느리지만 꾸준히 지속된다면 결실은 풍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
▶수업 중인 성 마태오 고등학교 학생들. 서너 살 어린이부터 결혼을 준비하는 청년들까지 800여 명의 학생들은 3층 건물 30여 개 교실도 모자라 복도에까지 나와 수업을 듣는다.
▶콜렘코데본당이 운영하는 성 마태오 고등학교 전경. 주일학교를 마친 학생들이 운동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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