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지금 ‘열린 사목’으로 통한다
현대사회는 능동적 창조적 개방화 사회
교회는 ‘수평-쌍방향적 소통법’ 응용해
신자들의 접근, 연대, 협력 이끌어내야
지난해 6월, 월드컵 열풍이 전세계를 휩쓸면서 지구촌은 하나임을 실감했다.
첨단 IT 문화를 뽐내는 선진국에서도 아프리카와 아시아 오지에서도 월드컵은 열린 축제의 무대였다. 어린이도 어른도, 무직자도 대통령도 누구나 경기를 관람하고 누구나 응원에 참여하고, 너나할 것 없이 승리와 패배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현대 스포츠 경기는 누구에게나 열린 ‘개방성’의 특징을 강하게 보인다.
최근에는 미술전시장에서 ‘인터엑티브 아트(Interactive art)’를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인터엑티브 아트는 관객이 이미 만들어진 작품을 감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 등에 의해 자유롭게 참여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작품을 창조하는 형태다.
개방성은 공연예술에서 뿐 아니라 게임이나 영상매체 등에서도 능동적인 표현과 상호교류가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한해 각종 미디어와 포털사이트 업계의 최대 화두가 된 ‘손수제작물 UCC (User Created Contents)’의 가장 큰 특징도 개방성이다. 스스로 제작한 동영상물을 인터넷을 통해 배포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창작물을 접한다.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적극적인 개방성을 보이는 이 ‘손수제작물’들은 한 뇌성마비장애 피아노 연주가를, 청년 춤꾼을, 소속사가 망해 난관을 겪는 신예 가수 등 수많은 이들을 스타로 데뷔시키며 확산되고 있다.
문화의 세계화 시대
개방성은 현대문화 전반에서 보이는 대표적인 특징이다. 누구나 접근하고 향유할 수 있으며 누구나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수도 있게 한다.
이러한 개방성은 문화의 ‘세계화’도 가져왔다. 이제 문화는 전 지구적으로 생산되고, 문화의 생산물들은 전 지구적으로 수용, 향유된다.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고,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하는 능동성도 비약적으로 커졌다. 의사소통이 활성화되고 정보교환이 쉬워지면서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인터넷과 위성통신 등 미디어 네크워크의 발전은 이렇듯 전 지구를 실시간 하나로 연결하며 열린 문화를 가속화한다. 특히 교회가 관심가져야 할 현대문화의 개방성 안에는 쌍방향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있다. 일방적이 아닌 쌍방향적이고 수평적인 소통 방식은 상호평등이라는 결실도 가져왔다.
양쪽의 동등한 입장을 전제로 하는 이 소통방식은 삶의 방식도 민주적으로 만들어간다.
‘종교적 권위주의’는 오랫동안 가톨릭교회의 부정적인 모습으로 지적됐다. 이제 삶의 방식이 변화함에 따라 교회사목도 개방성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현대문화는 이미 전통적인 사목형태, 특히 성직자 위주의 권위주의적인 교회의 모습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교황청 문헌 ‘새로운 시대’ 제10항에서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은 교회의 특징인 일치를 구체적으로 인식시키게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국 교회는 서로에게 열려있는 현대문화의 특징과 변화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현대 문화의 긍정적인 부분을 평가하는데 매우 인색한 반면 부정적인 면을 비판하는데 더 적극적인 것도 사실이다.
‘문화의 복음화’가 활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우선 의사소통의 형태부터 변화시켜야 한다. 교회사목에서도 인터넷이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가운데 가속화되는 열린 문화 흐름을 외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적극 인지해야 한다.
현대문화의 양면성을 수용하고 긍정적인 면을 칭찬, 개발, 확산시키는 한편 부정적인 면을 비판, 저항, 정화하려는 ‘열린 마음’을 갖출 때 교회도 더욱 개방된 사목을 구현할 수 있다.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 김민수 신부는 “현대사회의 디지털 매체는 이미 신앙생활은 물론 현대인의 의식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나아가 각종 인간관계와 교계제도에까지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 흐름에 맞춰 교회 운영과 복음화 방향도 개방성을 갖춘 ‘열린 사목’으로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현대사회의 긍정적인 흐름을 받아들이고 복음화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목자부터 권위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목자의 권위적인 태도는 신자들의 접근과 연대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을 막는 큰 장애물이다. 교회 내적으로 서로 평등하게 소통하는 문화가 자리잡을 때, 교회가 외적으로 구현하는 열린 문화도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교회 공간의 개방 이어져
최근 한국교회가 열린 문화를 수용해 외적으로 실현한 대표적인 사례로 ‘교회 공간의 개방’이 있다. 교회 안팎에서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전국 각 성당에서 담장을 허물어 쉼터를 제공하며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원활히 하고, 각 시설을 문화공간으로도 적극 개방한 작은 실천은 새로운 교회문화를 세운 모범으로 교회안팎에서 호응을 얻었다.
또 환경과 생명운동, 이웃돕기 등 교회가 일반 사회단체와 힘을 합쳐 펼치는 다양한 활동들도 개방성 구현의 좋은 사례들로 꼽힌다.
현대문화의 힘이 개방성에 있다면 이것은 ‘수용성’이 발휘될 때 효과가 있다. 변화의 흐름을 명확히 알고 긍정적인 면을 적극 수용할 때 교회 문화 발전을 향한 발걸음도 힘을 얻을 수 있다.
사진설명
▶서울 신사동본당은 지역민들이 자유롭게 도서대출을 할 수 있는 열린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담장을 허물고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한편 소규모 갤러리와 문화공간을 새로 마련한 서울 서교동본당의 카페 전경.